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우리나라의 민선 지방자치는 본격적으로 출범했다. 2025년,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30년을 맞은 지금까지 지방정부의 권한과 역할은 제도적으로 꾸준히 확대되어 가고 있고, 지역의 자율성과 특성을 토대로 주민의 일상을 구성하는 제도로 정착해 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는 지방자치가 주민들의 일상과 인식 속에서 어떻게 체감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관점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지방자치는 제도와 행정의 영역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생활 환경과 경험을 통해 실질적으로 작동할 때 비로소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 아래 전북대학교 공공갈등과 지역혁신연구소(소장 행정학과 하동현 교수)와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팀은 2023년 이후 지방자치에 대한 국민 인식을 지속적으로 조사해 오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주민들이 일상을 영위하는 ‘생활권’에 주목하여, 생활권의 특성이 지방자치와 지역사회에 대한 인식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본 조사는 지난 11월 21일부터 24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주요 내용

  • 주민의 지역 소속감과 애착은 거주지 자체보다 일상을 보내는 ‘생활권’과 더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응답자의 약 70%는 생활권이 거주지와 일치했으나, 25%는 행정 경계를 넘어 일상을 영위하고 있다.
  • 생활권이 행정 경계와 일치하는 집단이 광역·기초·동네 모든 수준에서 지역 소속감이 높다. 정주 의향 또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다.
  • 반면 행정서비스 만족도나 제도 운영에 대한 평가는 두 집단 간 큰 차이가 없었는데, 이는 지역에 대한 정체성과 공동체 의식이 제도적 성과보다 일상적 공간 경험에 의해 형성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생활권 형성 특성

행정구역을 넘는 일상, 달라진 생활권의 모습

그동안 우리나라는 자치입법권 등 자치권의 확대, 재원 이양, 주민참여 활성화, 지방의회의 역할 강화 등 자치 구현을 위한 제도적 기틀을 마련하고자 노력해 왔다. 이러한 분권 제도의 확대와 함께 주민들의 삶의 방식 또한 빠르게 변화해 온 것도 사실이다. 오늘날 주민들의 일상은 더 이상 기존의 행정구역 내에서 완결되지 않는다. 메가시티, 5극 3특 등 초광역권의 형성이 국가적 의제로 등장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거주지와 직장, 여가 공간이 서로 다른 지역으로 분산되었고, 온라인을 통한 소통과 활동이 일상화되면서 주민이 체감하는 ‘지역’의 범위 역시 과거와는 뚜렷이 달라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주목하여 본 조사에서는 주민들의 주된 생활권이 어디에서 형성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주된 생활권은 상당 부분 거주지와 인접한 행정 경계 내에 형성되어 있다. 구체적으로는 현재 거주하는 읍면동 내에서 생활하는 비율이 39%, 동일 시군구 내 타 지역에서 활동하는 비율이 31%로, 전체 응답자의 70%가 주거지와 생활권이 일치하는 양상을 보인다. 한편, 행정 경계를 벗어나 일상을 영위하는 응답자도 적지 않다. 거주 시군구 밖이지만 동일 시도 내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15%, 거주 시도를 넘어 다른 시도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11%로, 전체의 약 4분의 1은 생활권이 행정 경계와 일치하지 않는다. 아울러, 온라인/비대면 활동 및 기타 응답은 4%로 규모는 작으나 변화하는 생활양식의 단면을 확인할 수 있다. 본 분석에서는 이를 토대로 생활권이 거주지와 인접한 경우를 ‘행정 경계 일치’, 거주지를 벗어난 경우를 ‘행정 경계 불일치’ 그룹으로 재구조화하여 인식 차이를 비교하였다.

생활권-행정 경계 일치 여부에 따른 특성

생활권의 일치 여부는 지역에 대한 ‘정서적 거리’를 가른다

실제로 주요 분석 항목에서 생활권과 행정 경계의 일치 여부는 단순한 공간적 차이를 넘어, 지역사회에 대한 정서적 인식 차이로 나타남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지역 소속감은 국가, 광역 등 상위 계층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고 행정 계층이 낮아질수록 대체로 감소되는 경향을 보인다. 즉 국가 단위에서 가장 높은 소속감을 보이면서, 기초가 광역에 비해, 동네(읍면동)가 기초에 비해, 소속감을 느낀다는 응답 비율은 낮다. 행정계층의 위계에 따라 심리적 강도에 차이가 나타난다.

다만, 동일한 행정 단위 내에서는 생활권이 행정 경계와 일치하는 응답자들이 불일치한 응답자들에 비해 일관되게 더 높은 소속감을 보인다. 국가 수준에서는 두 집단 간 차이가 크지 않으나, 광역, 기초자치단체 및 동네 수준에서는 생활권 일치 집단의 소속감이 상대적으로 높고, 이러한 차이는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하게 확인된다.

이러한 경향은 지역 애착과 정주 의향에서도 유사하게 확인된다. 두 항목 모두 행정 경계가 일치하는 집단이 상대적으로 높은 값을 보이며, 두 집단 간 차이는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하다. 이는 주된 생활권이 분산된 경우, 비록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라 하더라도 해당 공간을 장기적인 삶의 터전보다는 일시적으로 머무는 거점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행정서비스 평가나 제도 운영에 대한 인식에서는 차이가 크지 않거나 일관되지 않은 양상이다. 광역·기초지자체 행정서비스 만족도(긍정 66~68%), 주민대표의 의견 반영 정도(긍정 34~36%), 행정 대응에 대한 평가(각 27%)는 두 집단 간 유의미한 차이가 거의 없다. 이는 생활권이 행정 경계와 일치하지 않더라도 행정서비스 자체에 대한 평가는 비교적 균질하게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생활권의 일치 여부는 행정의 성과 평가보다는 지역에 대한 감정적 유대와 정체성 형성에 더 밀접하게 작용하고 있다.   주민들이 체감하는 지역성은 행정의 효율성이나 제도 설계만으로는 설명되기 어렵고, 일상을 보내는 공간 경험과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행정 경계에서 멀어질수록 약해지는 공동체 인식

생활권이 행정 경계와 일치하지 않는 집단에서는 지역 공동체에 대한 인식 역시 전반적으로 낮은 경향을 보인다.

지역사회의 뉴스를 접하거나 주변 사람들과 지역 이슈를 이야기하는 정도, 일반적인 대인 신뢰 수준에서는 두 집단 간 평균 차이가 크지 않으나, 전반적으로 행정 경계 불일치 집단이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내리는 경향이 관찰된다. 특히 정치적 견해가 다른 주민들에 대해 느끼는 정서적 거리에서는 행정 경계 일치 집단의 인식이 더 긍정적이며, 이 차이는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하다.

이러한 결과는 지역 공동체에 대한 인식 차이가 단순히 제도나 참여에서 비롯된다기보다, 일상에서 지역과 맺는 접점과 생활 경험 차이와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행정 경계를 넘어 출퇴근하고, 소비와 여가를 다른 지역에서 해결하는 생활이 반복될수록, 주민으로서 해당 지역과 관계를 형성할 기회 자체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는 지방자치의 성과를 제도적 장치나 형식적 참여 여부만으로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주민이 ‘어디에 거주하는가’보다 ‘어디에서 일상을 살아가는가’가 지역사회 인식과 공동체 감각 형성에 점점 더 중요한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활권 분산 시대, 새로운 지역성의 과제

생활권이 행정 경계와 일치하는 주민일수록 지역에 대한 소속감과 애착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는 점은, 지역사회에서 심리적·정서적 연결을 보완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특히 아직은 소수이나, 향후 확대 가능성이 있는 온라인/비대면 활동 중심의 응답자 집단은 중요한 문제의식을 던진다. 재택근무, 원격 소비, 온라인 커뮤니티가 일상화되는 흐름 속에서, 지역성과 공동체 의식은 물리적 공간만으로 설명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지방자치가 ‘어디에 사는가’를 넘어 ‘어떻게 연결되는가’의 문제로 확장될 필요성을 보여준다.

최근 새로운 인구개념으로 ‘생활 인구’가 등장하였다. 이는 단순히 주민등록상의 정주 인구에 한정하지 않고, 지역에서 일정한 시간을 보내며 소비하고 체류하는 등 지역과 지속적으로 접촉하는 인구까지 포함하는 범주이다. 이러한 생활 인구 논의가 단순한 이동 인구 파악을 넘어, 지역과 맺는 관계의 방식까지 포착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행정 경계와 생활권의 괴리를 줄이기 어렵다면, 그 틈을 메우는 것은 결국 지역에 대한 경험, 참여, 서사의 설계일 것이다. 앞으로의 지방자치는 행정 경계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를 넘어, 분절된 일상에서도 주민들이 지역과 관계를 맺고 의미를 축적할 수 있도록 하는 ‘관계의 기술’을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일러두기

  • 본 리포트의 데이터는 소수점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하여 정수로 표기하였으므로, 보고서 상에 표기된 값의 합이 100%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복수응답 문항의 빈도는 그 합이 100%를 초과할 수 있습니다.
  • 응답 사례 수가 적은 경우 해석에 유의하여 주십시오.

조사개요

  • 모집단: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 표집틀: 한국리서치 마스터샘플(25년 10월 기준 약 97만명)
  • 표집방법: 지역별, 성별, 연령별 비례할당추출
  • 표본크기: 각 조사별 1,000명
  • 표본오차: 무작위추출을 전제할 경우, 95%신뢰수준에서 각 조사별 최대허용 표집오차는 ±3.1%p
  • 조사방법: 웹조사(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url 발송)
  • 가중치 부여방식: 2025년 9월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인구 기준 지역별, 성별, 연령별 가중치 부여(셀가중)
  • 응답률: 조사요청 41,859명, 조사참여 2,040명, 조사완료 1,000명(요청대비 2.4%, 참여대비 49.0%)
  • 조사일시: 2025년 11월 21일 ~ 11월 24일
  • 조사기관: ㈜한국리서치(대표이사 노익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