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인식조사 - 총 3개의 글

들어가며…

인간관계에서 오는 좌절을 한 번쯤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사람들과의 관계 맺음에 한창 몰두하다, ‘왜 이렇게 관계에 목을 매나’하고 되돌아보는 시간을 잠시 갖게 되는 것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대 청년들의 생애목표에 대한 의식 변화(2022)’ 보고서에서 인간관계 목표의식이 2010년 3.73점에서 2020년에는 3.42점으로 하락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5점 척도, 높을수록 목표의식이 높음). 다음세대를 이어갈 청년들에게 인간관계에 대한 목표의식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한국리서치가 2022년 12월 9일~1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인간관계에 대한 인식조사를 진행했다. 올 한해 자신의 인간관계를 돌아보고 관계 형성을 위해 어떠한 방식의 노력을 했는지, 선호하는 관계 맺음 방식은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앞으로 지속적인 탐색을 통해 우리 사회의 인간관계 지형이 어떠한 식으로 변화하고 있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올 한해 인간관계 평가

① 친밀한 지인 수: 평균 6.4명

이번 조사에서 사적으로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어려운 상황에서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친밀한 지인이 얼마나 되는지 물었다. 평균적으로 6.4명의 친한 지인이 주변에 있다고 답했다. 친한 지인이 1-2명 정도 있다는 응답이 21%, 3-4명(26%), 5-9명(26%) 정도 있다는 응답도 20%대로 비슷했다. 친한 지인이 10명 이상으로 비교적 많다고 답한 응답도 21%로 비교적 고르게 분포하고 있었다. 남성(7.6명)은 여성(5.2명)보다 친한 지인이 1.4명 더 많았다.

친한 지인이 한 명도 없다는 응답은 6%로 한 자릿수에 그쳤으나, 다음세대의 인간관계 목표의식이 그리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어떠한 추이를 보일지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② 인간관계 만족도: 보통 이상, 평균 6.3점

전반적인 인간관계 만족도를 10점 만점으로 물은 결과, 응답자 절반 이상(63%)은 만족한다(6 ~ 10점)고 답했다. 보통(5점)은 26%, 불만족한다(0 ~ 4점)는 응답은 11%로 비교적 낮았다. 전체 평균은 6.3점으로 보통을 넘었다. 특히 친밀한 지인이 많을수록 인간관계의 만족도도 높았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는 얼마나 만족하고 있을까? 올 한해 가족(86%), 친구/지인(84%), 친척(64%)과의 관계에 대체로 만족하고 있었다. ‘가족’이라는 인식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혈연관계인 친척보다 친구·지인과의 관계에서 만족감이 높았다.

③ 노력한 방식: 주로 현재의 인간관계 유지를 위해 노력, 81%
‘확장(46%)’ > ‘축소(39%)’를 위한 노력 순

올 한 해 관계형성에 관한 어떤 노력을 했는지, 유지/확장/축소 세 가지로 물었다. 응답자 10명 중 8명 이상(81%)은 ‘지금의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답했다. 특히 친밀한 지인이 많을수록 관계 유지 및 확장을 위해 노력했다는 응답이 높았다.

이어서 응답자 절반 정도(46%)는 ‘인간관계를 넓히기 위해 노력했고’, ‘정리(축소)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응답은 39%였다. 확장과 축소는 반대되는 개념이나, 사실상 6%포인트 격차로 큰 차이는 아니었다. 대체로 현 상태의 관계 유지에 몰두하고 있으나, 관계 확장만큼이나 관계를 정리하는 데 투입하는 노력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친밀한 지인 수에 상관없이 ‘관계 정리’를 위한 노력은 3-40% 수준이었다. 친구가 많건 적건, 비슷한 수준으로 관계 정리에 힘을 들이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④ 관계 변화: 올 해 새로 알게 되었거나(77%), 깊어진 관계(66%)가 있어
소원해진 관계(59%) > 관계가 끊어지거나 정리한 경우(47%)도 절반 정도

응답자 절반 이상이 올 한 해 인간관계의 변화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올해 ‘새로 알게 된 사람이 있고(77%)’, ‘기존에 알던 사람 중, 관계가 더 깊어진 사람(66%)’도 있다는 응답이 과반을 훌쩍 넘었다. 반대로, ‘기존에 알던 사람 중, 관계가 소원해진 사람이 있고(59%)’, ‘기존에 알던 사람 중, 관계가 끊어지거나 관계를 정리한 사람(47%)’이 있다는 응답도 절반 수준이었다. 새로운 관계를 맺고 깊어진 만큼, 일부를 잃고 소원해지는 상충적인 상황이 함께 발생한 것이다.

18-29세는 60세 이상 고령층 대비 올 한 해 더 많은 관계 변화를 경험했다. 18-29세 응답자는 60세 이상 응답자 대비 새로 알게 된 사람(18-29세 86%, 60세 이상 68%), 기존에 알던 사람 중 관계가 더 깊어진 사람(18-29세 72%, 60세 이상 65%), 관계가 소원해진 사람(18-29세 70%, 60세 이상 46%), 관계가 끊어지거나 관계를 정리한 사람(18-29세 57%, 60세 이상 37%)이 있다는 응답 모두 최소 7%-최대 24%포인트 높았다. 특히 ‘여러 명 있다’는 응답에서 그 격차가 컸는데, 18-29세 저연령층은 고연령층에 비해 인간관계의 변화 폭이 더 크거나, 혹은 ‘인간관계’의 평가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친밀한 지인 수가 많을수록 새로 알게 되거나 관계가 깊어진 사람이 많다고 답했다. 기존의 관계를 공고히 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 더 넓은 인간관계를 맺게 되는 것이다. 다만, 응답자 절반 이상은 관계가 멀어지거나 끊어진다고 답해 관계의 증식뿐 아니라, 어느 정도의 관계 정리도 수반하고 있었다.

⑤ 인간관계에서 경험한 감정, 상태: 주로 긍정적인 감정을 경험했지만, 동시에 피로감도 높아

응답자 절반 이상은 올 한해 인간관계에서 즐거움·행복감(76%), 기대·설렘(58%), 피로감(54%)을 느꼈다고 답했다. 인간관계를 통해 긍정적인 감정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훨씬 높았지만, 피로감도 분명히 있었다. 응답자 10명 중 3명 (29%)은 불안하거나 두려운 감정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특히 여성, 나이가 어릴수록 관계로부터 경험하는 감정 스펙트럼이 넓은 것으로 나타났다. 긍정적인 감정뿐 아니라, 피로감과 불안한 감정 경험도 높았던 것이다. 친밀한 지인 수가 많을수록 긍정적인 감정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높았고, 친한 지인 수가 적을수록 피로도와 불안한 감정 경험이 높았다. 다만, 피로감을 느꼈다는 응답은 지인 수와 상관없이 50%내외 수준이었다. 복잡하고 거대한 관계망 속에서 충만한 기쁨을 누리고 있으나, 어쩌면 과잉된 사회적 관계에서 오는 피로감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선호하는 관계 맺음 방식

① 다다익선? 소수와 깊은 관계를 선호해, 87%

SNS 활용이 증가하면서 커뮤니케이션과 관계 형성 등 공간 제약이 사라지고 있다. 즉, 마음만 먹으면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하지만, 응답자 10명 중 8-9명 정도(87%)는 소수와의 깊은 관계를 선호하고 있었다.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고 하지만, 인간관계에서 만큼은 예외인 것이다. 친밀한 지인 수가 얼마나 많은지와 관계없이 과반 이상이 다수와의 얕은 관계보다는 소수와의 깊은 관계를 선호하고 있었다.

② 어떤 사람과? 나와 비슷한 점이 많은 사람과 친구 하고 싶어, 73%

출신지역, 가치관, 직업, 종교, 정치성향 등 비슷한 점이 많은 사람과 다른 점이 많은 사람 중 ‘비슷한 점이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을 선호하는 응답이 73%로 ‘다른 점이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을 선호한다는 응답(28%)보다 높았다. 즉, 나와 여러모로 비슷한 사람과 친밀한 사이가 되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다.

친밀한 지인 수가 많은 응답자 역시 주로 나와 비슷한 사람과 관계 맺는 것을 선호했다. 다만, 친밀한 지인이 10명 이상 있다는 응답자 중 다른 점이 많은 사람과의 관계 맺음을 선호한다는 응답이 38%로 비교적 높았다. 주변에 많은 사람이 있을수록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한 부담이 덜한 것으로 보인다.

③ 온·오프라인 중 어디서? 어떻게? ‘오프라인 공간’에서 ‘대면 소통’을 선호해, 7-80%대

응답자 10명 중 7-8명은 대체로 오프라인에서 인간관계를 맺고(85%), 오프라인에서 소통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었다(76%). 새로운 만남을 시작하고 유지할 수 있는 매체는 다양하지만, 여전히 아날로그적인 방식을 선호하는 것이다.

연령 구분 없이 오프라인 관계 형성을 선호한다는 응답이 높았으나, 18-29세와 고연령층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18-29세는 온라인에서 관계를 맺고(18-29세 28%, 60세 이상 9%), 온라인에서 소통하는 것을 선호한다(18-29세 38%, 60세 이상 21%)는 응답이 비교적 높았다. 이는 저연령층에서 비교적 온라인 매체 활용도가 높다는 점에서 온라인 관계 형성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 친밀한 지인이 ‘없다’고 답한 사람의 온라인 관계맺음과 온라인 소통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인간관계의 기대효과

인간관계로부터 오는 기대효과, 모두 공감하고 있어

응답자 대부분 인간관계를 형성함으로써 (1)더 나은 삶 (2)갈등 해소 방법 습득 (3)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정서적 교감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얻고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다’는 응답이 89%로 가장 높았다. ‘갈등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해소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83%)’, ‘개인의 성취 및 목표 달성에 많은 도움이 된다(77%)’는 응답 역시 과반을 훌쩍 넘었다. 앞서 확인했듯이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감은 존재하지만, 관계 형성을 통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리적인 차원의 기대효과는 정서적인 차원 대비 낮았으나, 모두 도움이 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친한 지인 수와 상관없이 기대효과에 동의한다는 점에서, 관계 맺음으로부터 오는 여러 효과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에 모두 공감하고 있었다.

마치며…

사람들은 올 한해 인간관계에 만족하고, 그 만족스러운 관계를 유지하고자 노력했다. 물론, 피로감은 감당해야 하지만 타인과의 상호작용으로부터 오는 기쁨과 여러 긍정적인 효과들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었다. 대체로 오프라인 공간에서 나와 비슷한 소수의 사람들과의 깊은 관계 형성을 선호해 ‘다다익선’의 목표의식은 희미해지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다만, 연령에 따른 온·오프라인 관계 선호도에 차이가 있어 향후 관계 형성 방식과 공간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일러두기

  • 본 리포트의 데이터는 소수점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하여 정수로 표기하였으므로, 보고서 상에 표기된 값의 합이 100%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복수응답 문항의 빈도는 그 합이 100%를 초과할 수 있습니다.
  • 응답 사례 수가 적은 경우 해석에 유의하여 주십시오.

조사개요

  • 모집단: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 표집틀: 한국리서치 마스터샘플(22년 11월 기준 약 83만명)
  • 표집방법: 지역별, 성별, 연령별 비례할당추출
  • 표본크기: 각 조사별 1,000명
  • 표본오차: 무작위추출을 전제할 경우, 95%신뢰수준에서 각 조사별 최대허용 표집오차는 ±3.1%p
  • 조사방법: 웹조사(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url 발송)
  • 가중치 부여방식: 2022년 9월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인구 기준 지역별, 성별, 연령별 가중치 부여(셀가중)
  • 응답률: 조사요청 8,127명, 조사참여 1,440명, 조사완료 1,000명(요청대비 12.3%, 참여대비 69.4%)
  • 조사일시: 2022년 12월 9일 ~ 12월 12일
  • 조사기관: ㈜한국리서치(대표이사 노익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