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대면 만남이 급속하게 줄어들면서 인간관계를 만들어가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10월 넷째 주에 진행한 한국리서치 코로나19 44차 정기조사(https://hrcopinion.co.kr/archives/19840)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95%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모임이나 회식을 취소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했고, 한국리서치가 올해 1월 실시한 다른 조사(https://hrcopinion.co.kr/archives/17482)에서도 코로나19 이후 가족과의 대면 만남이 줄었다는 응답이 78%, 친구·지인과의 대면만남이 줄었다는 응답이 93%에 달했다.

관계를 만들어가기 어려운 상황에 더해, 우리나라의 집단 간 갈등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리서치의 2021년 5월 조사(https://hrcopinion.co.kr/archives/18330)에 따르면 부유층과 서민(91%), 진보와 보수(88%),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76%), 남성과 여성(66%) 등 주요 집단별 갈등이 크다는 응답이 높은 수준이다.

서로를 만나기도 어렵고 갈등의 골도 깊은 한국사회 현 시점에서,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팀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떤 인간관계를 맺고 사는지를 살펴보았다. 인간관계가 다양한 정도가 개인의 행복도에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관계에 따라 우리 사회 현안에 대한 인식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확인해보았다. 본 조사는 2021년 10월 29일부터 31일까지 3일 동안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주요 내용

  • 정치성향이 다른 친구가 없는 경우는 전체 국민의 37%였으며, 이 경우에 향후 친구가 될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진영에 친구가 없는 진보가 보수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응답은 32%, 보수가 진보와 친구 될 수 있다는 29%에 불과했다.
  • 정치 성향이 다른 친구가 있는 경우에 없는 사람보다 정치관심도와 신뢰도가 모두 높았다. 정치성향이 다른 친구가 있는 사람은 정치 관심도 77%, 신뢰도 70%였으나, 없는 사람은 관심도 58%, 신뢰도 60%였다.
  • 성소수자 친구가 있는 사람은 11%, 페미니스트 친구 있는 사람 15%, 채식주의자 친구 있는 사람 22%, 장애인 친구 있는 사람 30%로 나타났다. 성소수자와 페미니스트의 경우, 향후에는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응답도 각각 31%, 22%로 낮게 나타났다.
  • 친구 유무에 따라 정치적 현안에 대한 태도도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소수자 친구가 있을 때 성중립 화장실 의무화 찬성 비율은 51%로, 없을 때(32%)보다 높았다. 여성 임원 할당제, 채식메뉴 의무화, 장애인 고용의무제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로, 친구가 있을 때에, 없을 때보다 해당 정책에 대한 찬성(확대의견) 비율이 높았다.

친구 다양성과 개인의 행복도

다양한 친구와 사귈 때 더 행복해져

먼저, 다양한 인간관계는 개인의 주관적인 행복도에 영향을 주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정치 성향이 진보 혹은 보수인 사람, 성소수자, 페미니스트, 장애인, 채식주의자, 그리고 종교가 다른 사람 등 가치나 정체성이 다양한 일곱 가지 사람의 유형을 제시하고, 각각에 해당하는 친구가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해당하는 친구가 있다는 응답이 6개 이상, 즉 가치와 정체성이 다양한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갖고 있는 사람 중에서는 75%가 ‘나는 행복하다’ 라고 답했다. 또한 58%가 ‘우리사회를 신뢰한다’고 답했고 73%는 ‘내 삶에 대해 만족한다’고 답했다. 반면 해당하는 친구가 있다는 응답이 2개 이하인 응답자의 행복도, 우리사회 신뢰도, 삶의 만족도는 각각 68%, 48%, 59%에 그쳤다.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사람의 행복도와 사회 신뢰도, 만족도가 더 높은 것이다.

정치성향이 다른 친구 관계

우리 국민의 37%, 나와 정치성향 다른 친구 없어
정치성향 다른 친구 없는 사람 10명 중 3명만이 ‘정치성향 다른 사람과 미래에 친구 될 수 있다’

인간관계는 개인의 주관적인 행복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 이슈에 대해서도 영향을 주는 것이 확인되었다. 앞선 질문을 각 항목별로 나눠서 살펴보면, 우리 국민 10명 중 4명(37%) 가까이는 나와 다른 정치적 성향을 가진 친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보수인데 진보성향 친구 없는 경우 + 진보인데 보수성향 친구 없는 경우 + 중도인데 보수/진보 친구 모두 없는 경우). 각 정치 성향별로 살펴보았을 때,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 진보라고 응답한 사람 중 45%는 정치적으로 보수 성향인 친구가 한 명도 없다고 응답했다(보수 친구 있음 55%). 보수 성향의 응답자 중에서는 37%가 진보 성향인 친구가 없다고 응답했다(진보 친구 있음 63%).

정치성향이 다른 친구가 없는 사람들에게 미래에는 서로와 친구가 될 수 있는지도 물어보았다. 진보 성향에서는 32%만이 보수 성향 사람과, 보수 성향에서는 29%만이 진보 성향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응답했다. 나와 다른 정치성향의 친구가 ‘없다’는 응답이 37%에 달했고, 이들은 향후에도 서로와 친구가 될 ‘의향’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성향이 다른 친구관계가 정치 인식에 미치는 영향

정치 성향 다른 친구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보다 정치 관심도와 신뢰도 모두 높아

자신과 정치적 성향이 다른 사람과 친구로 지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정치 관심도와 신뢰도를 비교해 보았다. 정치 성향 다른 친구가 있는 사람 중에는 77%가 ‘정치에 관심이 있다’고 답한 반면, 정치 성향 다른 친구가 없는 사람은 58%만이 그렇게 답했다, ‘정치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응답은 ‘정치성향 다른 친구가 있는 사람’에서 70%, ‘정치 성향 다른 친구가 없는 사람’은 60%였다. 자신과 정치 성향이 다른 친구가 있는 사람일수록 정치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 더 긍정적이었다.

정체성∙가치관 다른 친구 관계

지금은 없지만, 앞으로 장애인과 친구 될 수 있다 63%, 채식주의자와 친구 될 수 있다 58%
성소수자와는 31%, 페미니스트와는 22%만이 앞으로 친구 될 수 있다고 답해

이번 조사에서, 성소수자 친구가 있는 사람은 전체 국민 중 11%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사회의 화두인 페미니스트의 경우, 전 국민의 15%가 페미니스트 친구가 있다고 응답했다. 최근 2030여성을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채식주의에 대해서는, 전 국민의 22%가 채식주의자 친구를 두고 있다고 답했다. 장애인 친구가 있다는 응답은 30%였다. 채식주의자와 장애인을 친구로 두고 있는 사람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성적소수자와 페미니스트를 친구로 두고 있다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아직 친구가 없는 것이 상황 때문이라고 한다면, 앞으로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채식주의자 친구가 없는 사람 중 향후엔 채식주의자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58%였다. 지금은 없지만, 앞으로 장애인과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63%로 나타났다. 반면 지금은 없지만, 앞으로 성소수자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이보다 훨씬 적은 31%였다. 페미니스트는 어떨까? 오직 22%만이 앞으로 페미니스트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친구관계가 현안 정책 의견에 미치는 영향

현안 정책과 관련된 친구 있을 때, 정책에 대해 상대적으로 긍정적 태도 보여

친구가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각각의 인간관계가 정치사회적 현안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았다. 먼저 성소수자 관련 현안인 성중립 화장실 설치 의무화에 대해 성소수자 친구가 있는 응답자는 51%가 찬성한 반면, 없는 응답자는 32%만이 찬성했다. 양성평등 관련 현안인 여성할당제도 시행 확대에 대해서는 페미니스트 친구가 있는 응답자는 45%가 찬성한 반면, 없는 응답자는 28%만이 찬성했다. 채식주의와 관련해, 공공기관에 채식메뉴 제공을 의무화에 대해 채식주의자 친구가 있는 응답자는 70%가 찬성한 반면, 없는 응답자는 59%가 찬성했다. 마지막으로 장애인 고용의무제 확대에 대해서도 장애인 친구가 있는 응답자는 41%가 찬성한 반면, 없는 응답자는 33%가 찬성했다. 모든 이슈에서, 관련 당사자 친구가 있는 사람들의 의견이 좀 더 우호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지금까지 조사결과를 종합해 보면, 본 조사는 “우리는 왜 친구를 사귀어야 할까?”는 질문에 작은 대답을 준다. 우리는 친구를 사귈 때 그 친구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어쩌면 이미 이해하고 있다. 그 결과가 다양한 사회 이슈에 대한 인식의 차이로 이어진다. 그리고 인간관계가 다양할수록 삶의 행복도와 만족도도 높다. 우리는 ‘나와 다른 사람과 더욱 열심히 친구가 되어야 한다.’ 이 사실이 어쩌면 본 조사의 궁극적인 시사점이 아닐까 한다.

일러두기

  • 본 리포트의 데이터는 소수점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하여 정수로 표기하였으므로, 보고서 상에 표기된 값의 합이 100%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복수응답 문항의 빈도는 그 합이 100%를 초과할 수 있습니다.
  • 응답 사례 수가 적은 경우 해석에 유의하여 주십시오.

조사개요

  • 모집단: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 표집틀: 한국리서치 마스터샘플(21년 9월 기준 약 64만명)
  • 표집방법: 지역별, 성별, 연령별 비례할당추출
  • 표본크기: 각 조사별 1,000명
  • 표본오차: 무작위추출을 전제할 경우, 95%신뢰수준에서 각 조사별 최대허용 표집오차는 ±3.1%p
  • 조사방법: 웹조사(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url 발송)
  • 가중치 부여방식: 2021년 9월 행정자치부 발표 주민등록인구 기준 지역별, 성별, 연령별 가중치 부여(셀가중)
  • 응답률: 조사요청 7,906명, 조사참여 1,339명, 조사완료 1,000명(요청대비 12.6%, 참여대비 74.7%)
  • 조사일시: 2021년 10월 29일 ~ 11월 1일
  • 조사기관: ㈜한국리서치(대표이사 노익상)
전재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