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민주주의에서의 정당은 가장 기초적인 정치적 집단이다. 하지만 실질적 정치에 있어서 오늘날의 정당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결집하고 국민을 대표할 후보자를 발굴하는 등의 역할보다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는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명지대학교 미래정책센터와 한국리서치가 올해 4월 진행한 조사 (https://hrcopinion. co.kr/archives/18059)에 따르면, 응답자의 88%가 한국 정당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그 이유에 대해서는 71%가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겨서” 라고 응답하였다.
정당이 사익을 추구하고 있다는 인식은 국민의 이익을 집약해야 하는 정당으로서 존재 이유 그 자체에 대해 고민해봐야 하는 중대한 문제이다. 그들이 대변해야 할 국민이 정당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고 평가함에도 정당은 왜 존재하는가? 다행히도 한국 국민은 정당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다. 위의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56%가 시대가 변화해도 정당을 대체한 다른 정치집단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한 것이다. 국민이 정당이라는 조직의 정치적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면, 이제 정당은 불만족과 불신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변화하고 개혁해야 한다.
정당의 개혁에 대한 요구는 오랜 기간 이어져 왔다. 그리고 정당 역시 4차산업혁명 시대 속에서 당원의 입당과 탈당, 정책반영, 당내 투표 등에서 디지털 기술을 도입해 국민의 참여를 용이하게 하는 소통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기성정치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부정적인 만큼 당 지도부 구성이나 당내 의사결정과정 개편 등에서 개혁의 움직임을 보인다. 하지만 국민은 정당의 이러한 노력과 개혁을 알고 있을까. 만약 국민이 이를 인지하고 있지 못하다면 정당의 변화는 진정한 변화가 아니라 표면적이고 일방적인 보여주기식에 불과할 것이다. 이를 살펴보고자 명지대학교 미래정책센터는 한국리서치와 함께 2021년 8월 13일 ~ 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국 정당 변화에 대한 인식 조사를 진행하였다.
주요 내용
- 지난 1년간 온라인 사이트 접속 경험은 청와대 국민청원(53%), 거주지역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41%) 순으로 가장 많았고 지지정당 홈페이지 접속은 18%에 그쳤다.
- 한국 정당의 발전에 대해 살펴본 결과, 당내 소통을 위한 디지털 기술 활용에 대해 45%가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그 외 ‘공직선거후보자 결정’에 있어서 당원의 의견 반영(29%), ‘당의 정강 및 정책’에 당원 의견 반영(22%)과 당내 중앙-지방조직의 수평적 구조(16%)에 긍정적인 입장은 20% 내외였다.
- 현재 정당에 가입해 있는 당원들의 평가가 비당원보다 긍정적이긴 했으나, 당내 소통을 위한 디지털 기술 활용을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당원, 비당원 국민 모두에게서 부정적인 평가가 높았다.
온라인 사이트 접속 경험
지지하는 정당 홈페이지에는 국민의 단 18%만 접속,
반면 53%가 지난 1년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접속 경험
한국 정당의 변화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기에 앞서, 국민이 실제로 정치적인 활동, 정치참여를 위해 정당이라는 집단을 찾는지 현황을 알아보고자 한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으로 할 수 있는 정치적인 참여에 제약이 생김에 따라 그보다 접근이 용이한 온라인을 통해 정당을 찾는지 살펴보았다.
조사결과 지난 1년간 가장 많이 접속했다고 응답한 온라인 사이트는 ‘청와대 국민청원’이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접속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53%였으며, 같은 행정부 소속의 거주지역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가 41%로 뒤를 이었다. 한편 대의제 기관인 국회와 정당에 대해서는 청와대의 국민청원과 유사한 역할을 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는 21%가, 지지하는 정당의 홈페이지에는 단 18%만이(현재 지지정당이 있는 응답자만으로 한정해도 24%만이) 지난 1년간 접속해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주지역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의 경우 접속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76%가 정보를 획득하고 확인하기 위해서 접속했다고 응답하였기에 정보 습득의 측면에서 국회나 정당보다 더 많이 접속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가 게시글을 공유하고 작성하기 위해 접속했다고 응답한 청와대 국민청원과 국회 국민동의청원의 접속 경험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점은 오늘날 한국 정치에서 국민의 행정부에 대한 의존과 기대가 국민의 대리자들이 모여있는 국회보다 높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더욱이 국회보다 국민과 더 가깝게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집약하고 대변해야 할 정당에 대해서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임에도 해당 정당의 홈페이지를 접속해본 경험이 있는 응답자가 18%에 불과하며, 접속의 이유도 소통과 참여를 위해 접속한 것이 아니라 정보를 획득하고 확인하기 위해 접속했다는 응답이 51%로 나타나 실제 한국 정치에서 정당이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 정당은 단지 공천을 통해 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조직인가. 개혁을 통한 변화가 정당에게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 정당의 발전 평가
한국 정당의 개혁과 변화에 대한 동상이몽의 현실,
국민 대다수가 정당이 발전하고 있지 않다고 평가
그렇다면 한국의 정당은 변화하고 있는가. 한국의 정당은 외부적으로 당의 이름, 로고, 색 등을 바꾸며 개혁과 변화의 의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외형적인 변화는 실제적인 변화라 볼 수 없으며, 정당의 변화는 내부적인 부분을 살펴봐야 한다. 정당의 내부적 변화는 단연 당내민주주의가 이루어지는지, 발전하고 있는지다. 정당에는 조직과 지도부, 그리고 당원이 존재한다. 특히 당원은 정당을 지지하고 구성해가는 일반 국민이기 때문에 이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민주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정당 변화의 시발점이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정당은 내부적으로 당원의 의사를 반영하고 이를 위한 디지털 기술을 도입·활용하며, 조직적으로는 중앙조직과 지방조직 간의 수평적인 구조를 마련하여 상향식(Bottom-up)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한국 정당이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발전하고 있는지 질문하였다. 그 결과 당내 소통을 위한 디지털 기술의 활용에 대해서만 45%가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그 외에 ‘공직선거후보자 결정’, ‘당의 정강 및 정책’ 에 있어서 당원의 의견 반영과 당내 중앙-지방조직의 수평적 구조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의견이 각각 29%, 22%, 16%에 불과했다. 특히, 최근 한국의 정당들이 공천과정에 있어서 국민참여경선, 당원 투표 및 여론조사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직선거후보자 결정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응답이 52%로 나타남에 따라, 한국 정당이 개혁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국민에게는 그러한 변화가 개혁으로 인식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식에 있어 지지하는 정당이 존재하는 당원과 비당원 국민 간의 차이가 존재할까. 각 항목을 정당에 가입한 당원과 비당원으로 구분하여 살펴본 결과, 전체적으로 비당원 국민보다 당원인 국민이 정당의 발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당의 정강 및 정책에 있어서 당원의 의견을 반영하는지에 대한 문항에서 당원의 긍정적인 응답이 비당원 국민보다 18%포인트 높았다. 하지만 항목별로 보았을 때 당내 소통을 위한 디지털 기술의 활용을 제외한 모든 응답에서 당원, 비당원 국민 모두에게 부정적인 평가가 높게 나타났다. 더욱이 당내의 정강 및 정책, 공직선거후보자 결정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는 당원들에게서 대다수의 항목이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는 점은 정당이 실제로 개혁하고 발전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한국 정당, 진정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
지금 대한민국 정치계는 2022년 3월 9일 다가올 제20대 대통령선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의 활동 모든 것에 있어 언론은 차기 대통령선거와 결부시킨다. 삼권분립을 기초원리로 하는 대통령제하에서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대의민주주의하에서 국민이 자신의 대표자들이 모인 국회가 아니라 행정부의 수반이 보는 국민청원에 더욱 관심 갖는 것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해보아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입법부의 역할이 약화되는 상황 속에서, 국민과 가장 가까이에서 국민의 의견을 집약하여 정치적으로 반영할 대리자를 내세우는 가장 기초적인 대의제 조직인 정당이 국민이 아니라 선거만을 위해 존재한다면, 과연 앞으로 ‘정당’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할 필요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국민이 직접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방법이 많아지고, 정치적 권력도 행정부 중심화되어가고 있다. 이렇듯 시대도, 정치도 변화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정당은 이제 진정으로 생존을 위해 변화해야 한다. 선거는 정당이 주목받을 수 있는 유일한 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대통령선거는 각 정당을 중심으로 한 명의 주요 후보가 나오는 만큼 정당이 국민에게 주목받을 수 있는 시기이다. 정당은 대통령 후보자를 내세우는 데에서 더 나아가 이 시기를 적극 활용하여 불신과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개혁·변화하고,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고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치적 집단은 정당뿐임을 국민에게 인식시켜야 할 것이다.
일러두기
- 본 리포트의 데이터는 소수점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하여 정수로 표기하였으므로, 보고서 상에 표기된 값의 합이 100%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복수응답 문항의 빈도는 그 합이 100%를 초과할 수 있습니다.
- 응답 사례 수가 적은 경우 해석에 유의하여 주십시오.
조사개요
- 모집단: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 표집틀: 한국리서치 마스터샘플(21년 7월 기준 약 63만명)
- 표집방법: 지역별, 성별, 연령별 비례할당추출
- 표본크기: 각 조사별 1,000명
- 표본오차: 무작위추출을 전제할 경우, 95%신뢰수준에서 각 조사별 최대허용 표집오차는 ±3.1%p
- 조사방법: 웹조사(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url 발송)
- 가중치 부여방식: 2021년 6월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인구 기준 지역별, 성별, 연령별 가중치 부여(셀가중)
- 응답률: 조사요청 7,998명, 조사참여 1,284명, 조사완료 1,000명(요청대비 12.5%, 참여대비 77.9%)
- 조사일시: 2021년 8월 13일 ~ 8월 17일
- 조사기관: ㈜한국리서치(대표이사 노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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