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럭무럭 자라서 ‘주린이’ 탈출 해야죠.” “주린이를 위한 필독서”, “요린이를 위한 꿀팁”… 처음 저 표현을 접했을 때, ‘참 재치 있다. 귀여운 신조어네…’ 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얼마 전 5살 아들의 말을 듣고 그런 생각을 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신발을 신겠다며 낑낑대던 아이는 도와주겠다는 내 제안을 정중히 거절하며 말했다. “엄마, 잠깐이면 돼~ 조금 걸려도 내가 잘 할 수 있어”.

어린이는 어린이로서 품위를 지키고, 존중받고 싶어한다(김소영, 2020, 「어린이라는 세계」, 사계절)는 글귀처럼, 우리는 어린이를 불완전하고, 미성숙한 대상으로만 ‘대상화’하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특징을 재치 있게 빗댄 거니까’, ‘귀엽고 친근하게 표현한 것이니까’ 괜찮은 것일까? 이번 기획조사는 ‘어린이’가 우리 사회에서는 어떤 존재인지, ‘혐오‧차별’ vs ‘표현의 자유’ 그 경계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하였다. 2021년 12월 24일~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어린이를 포함한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차별 표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았다.

주요 내용

  • 여성, 장애인, 인종/타국민/난민, 특정 연령층에 속한 사람에 관한 혐오표현을 들어본 적 있다는 응답이 80%를 넘었고,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표현 민감도 및 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응답도 80%를 상회하였다.
  • ‘노중년존’은 특정 나이를 이유로 혐오·차별하는 것이라는 응답이 60% 이상이었으나, ‘노키즈존’은 혐오·차별 문제가 아니라(63%, 56%), 사업주의 영업 자유(51%)라는 응답이 높아 ‘노키즈존’과 ‘노중년존’에 대한 인식 차가 존재했다.
  • ‘흑형’은 혐오차별 표현이 아닌 친근하고 재치있는 표현이라는 응답이 4-50% 대에 그쳤으나, ‘O린이’라는 표현은 7-80%대로 매우 높았다.

혐오‧차별 표현에 대한 인식

혐오‧차별적인 표현 자체에 대해서는 민감도가 높은 시민사회
그러나 혐오‧차별이 ‘개인의 자유’과 상충할 때는 혐오‧차별의 대상에 따라 민감도 달라…

특정 집단에 대한 다양한 혐오‧차별 표현을 제시하고, 해당 표현들은 들어본 적 있는지, 예시로 제시된 표현들이 특정 집단을 ‘혐오하는 표현’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되는 표현’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 결과, 여성, 장애인, 인종, 특정 연령에 대한 혐오‧차별 표현을 들어본 적 있다는 응답이 80% 이상으로 다른 집단에 비교했을 때 노출된 정도가 높았다.

제시된 표현들이 특정 집단을 혐오‧차별하는 표현이라고 답한 응답이 모든 표현에서 80% 이상으로, 전반적으로 민감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런 표현을 써서는 안 된다’라는 응답 역시 특정 종교에 대한 표현을 제외하고는 80% 이상으로 나타나, 혐오 표현에 대해 거부하며 수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사회에서 만 18세 이상의 시민들은 일상에서 혐오‧차별 표현에 대해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데 반해, 혐오‧차별에 대해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해당 내용에 대해 수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혐오‧차별이 개인의 자유와 상충할 때는 어떻게 생각할까? 사업주가 특정 조건으로 가게에 입장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사하였다. 그 결과, 차별의 대상이 되는 집단이 누구인지에 따라 ‘차별’ 대 ‘개인의 자유’ 의견이 달라졌다. 장애인, 출신 지역, 경제적 상태, 외모‧신체적 조건에 따라 입장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서는 ‘차별이다’라는 응답이 84% 이상인데, 70세 이상 출입 불가, 7세 이하 출입 불가 등 특정 연령에 입장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서는 ‘차별이다’라는 응답이 60%로 낮았다.

‘노키즈존’과 ‘노중년존’에 대한 인식 차이

노중년존은 특정 나이를 이유로 차별하는 것! 노키즈존은 차별 아냐!

사람들은 어떤 연령에 대해 혐오‧차별의 문제보다 개인의 자유가 우선한다고 생각한 것일까?

특정 나이에 해당하는 사람의 입장을 제한하는 ‘연령’에 따른 차별이라는 점에서 노키즈존과 노중년존은 공통점이 있는데, 노키즈존과 노중년존에 대해 사람들은 각각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지 살펴보았다.

먼저 노키즈존과 노중년존은 노출도 자체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2010년 이후부터 생겨난 ‘노키즈존’의 경우 들어본 적 있다는 응답이 69%인데 반해, 2021년 처음 생겨난 ‘노중년존’은 들어본 적 있다는 응답이 24%에 그쳤다. 노키즈존 자체에 대해서는 ‘특정 나이를 이유로 혐오하는 것이다’는 응답이 37%, ‘특정 나이를 이유로 차별하는 것이다’는 응답이 44%에 그쳤으나, 노중년존에 대해서는 ‘혐오하는 것이다’는 응답이 60%, ‘차별하는 것이다’는 응답이 68%에 달했다. 노키즈존에 대해서는 ‘사실에 입각했다면 No 라는 말을 특정인에게 붙여도 문제되지 않는다’, ‘사업주의 영업의 자유이다’는 응답이 50%가 넘는데, 노중년존에 대해서는 상반된 결과가 나타났다.

노중년존은 아직 익숙하지 않은 신조어이기 때문에 이런 상이한 결과가 나타난 것일까? 아니면 정말 어린이는 시끄럽고, 성숙하지 않은 존재라는 사실에 입각했고, 노중년존은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결과가 다른 것일까? 어쩌면 ‘어린이’라는 존재가 좀 더 쉬운 것일까?

‘O린이흑형 표현에 대한 인식 차이

흑형이란 말은 인종차별일 수 있어… O린이는 어린이 차별하는 것은 아냐!

이번에는 신조어 ‘흑형’과 ‘O린이’를 비교해 보았다. 두 신조어는 대상의 특징을 친근하고 재미있게 표현하는 표현하여 유행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데, 두 신조어에 대해 각각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지 살펴보았다.

두 신조어 모두 들어본 적 있다는 응답이 60% 이상으로 노출도 측면에서는 유사하였다. 그렇다면, 각각의 표현에 대한 생각도 비슷할까? ‘O린이’는 차별적인 표현이라는 응답은 22%에 그친 반면, 흑형은 차별적인 표현이라는 응답은 55%에 달해 인식의 차이가 있었다. 해당 표현이 혐오인지에 대해서는 ‘O린이’에 대해서는 18%, ‘흑형’에 대해서는 44%가 혐오 표현이라고 응답했으며, 특징을 재미있게 표현한 것일 뿐이라는 응답은 ‘O린이’에서는 79%로 ‘흑형(55%)’ 보다 24%나 높았다.

노키즈존, 노중년존의 결과와 달리 노출된 정도에 차이가 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O린이와 흑형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분명히 있었다.

마무리

‘어린이’에 가해지는 혐오‧차별 … 혐오‧차별의 문제 깊이 성찰해 보아야

두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우리 사회는 ‘어린이’에 가해지는 혐오‧차별이 될 수 있는 표현이나 행위에 대해 덜 민감하게 인식하고, ‘그럴 수도 있는 것’ 혹은 ‘할 수 있는 말’로 수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요약에 대해 누군가는 응답자의 다수가 혐오‧차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굳이 왜 문제가 되는지 반문할지도 모른다. 노키즈존은 ‘시끄럽고, 피해가 있는 게 사실이니 사업주의 영업 자유일 뿐’, ‘O린이’는 ‘그저 재밌는 유머’일 뿐인데 어째서 차별이냐고 말이다.

하지만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는 노키즈존에 대해 ‘특정 연령으로 입장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행위’라고 판단한 바 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2013년 ‘식당, 공원, 쇼핑몰 등 아동의 출입 제한 조치는 아동을 ‘문젯거리’, ‘문제아’라는 인식이 형성되게 할 수 있다. 이러한 아동에 대한 배제는 아동이 시민으로서 성장하는데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를 표했다.

‘O린이’ 라는 표현도 마찬가지이다. 이완정 인하대 아동심리학과 교수는 ‘O린이’라는 단어를 어른들 뿐만 아니라 어린이들도 듣게 되며, 이는 아동에게 자신이 나약한 존재라는 부정적인 자아상을 갖게 하여 아동의 권리를 침해하고, 아동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강화시키는 문제가 있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역시 지난해 5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O린이’를 비하하는 의도를 갖고 쓰는 경우는 없겠지만, 어린이가 마치 모든 문제에 있어서 미숙하고 초보자라는 인식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어린이도 엄연한 인격적 주체로서 그 인권을 존중받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숙하고 불완전하다는 편견을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렇게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식당이나 카페에서 특정 연령을 조건으로 ‘NO’를 붙이는 것, 노중년‧노키즈 모두 업소들의 분명한 피해 사실로부터 시작된 것은 같다. 그런데 왜 ‘중년’에 대해서는 일반화하여 차별하면 안 되지만 ‘어린이’에 대해 일반화하여 차별하는 것은 괜찮은 것일까? ‘흑형도 O린이도 특징을 재미있게’ 라는 시작은 같다. 그런데 흑인에 대한 편견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에 ‘흑형’은 차별적 표현이지만, 왜 O린이는 편견 조장이 아닌 단순한 유머일까? 노키즈존, O린이에 대한 논의는 ‘어린이’라는 엄연한 우리 사회의 구성원에 대한 ‘편견’과 ‘배제’라는 차원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어린이를 ‘불완전하고 미숙한 존재’로 대상화 하여 편견을 조장하는 것, 쉽사리 특정 구성원을 ‘배제’하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어쩌면 괜찮다고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는 이 표현에 대해 더 경계하고 살펴야 하지 않을까?

일러두기

  • 본 리포트의 데이터는 소수점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하여 정수로 표기하였으므로, 보고서 상에 표기된 값의 합이 100%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복수응답 문항의 빈도는 그 합이 100%를 초과할 수 있습니다.
  • 응답 사례 수가 적은 경우 해석에 유의하여 주십시오.

조사개요

  • 모집단: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 표집틀: 한국리서치 마스터샘플(21년 11월 기준 약 72만명)
  • 표집방법: 지역별, 성별, 연령별 비례할당추출
  • 표본크기: 각 조사별 1,000명
  • 표본오차: 무작위추출을 전제할 경우, 95%신뢰수준에서 각 조사별 최대허용 표집오차는 ±3.1%p
  • 조사방법: 웹조사(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url 발송)
  • 가중치 부여방식: 2021년 9월 행정자치부 발표 주민등록인구 기준 지역별, 성별, 연령별 가중치 부여(셀가중)
  • 응답률: 조사요청 6,762명, 조사참여 1,263명, 조사완료 1,000명(요청대비 14.8%, 참여대비 79.2%)
  • 조사일시: 2021년 12월 24일 ~ 12월 27일
  • 조사기관: ㈜한국리서치(대표이사 노익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