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챗봇 한 번 쓰는 것이 ‘AI 경험’이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직장에서, 일상에서, 학교에서 AI는 이미 이웃이 됐다. 하지만 이 같은 친숙함 속에는 불안이 뒤섞여 있다. 기술의 가능성에는 박수를 보내면서도, 그 기술이 내 일자리를 위협하고 사회 불평등을 키울지 모른다는 경계심이 함께 자라고 있다. 국민은 AI를 거부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 과실이 누구에게 얼마나 돌아가느냐를 묻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빠르게 맞이하고 있는 AI·로봇 시대에 대해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지난 6월 4일부터 8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AI·로봇 시대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를 진행하였다. AI·로봇 기술 도입 확대에 대한 전반적 인상과 사회·개인적 영향 전망을 살피고, 일자리 감소와 소득 불평등 등 고용·분배 측면의 위험 인식을 함께 진단했다. 나아가 기본소득·로봇세·기본서비스제 도입 등 AI 시대의 사회안전망을 둘러싼 쟁점을 중심으로, 향후 국가와 기업에 요구되는 역할과 정책 방향을 전망해 보았다.

주요 내용

  • AI·로봇 기술 도입 확대에 대해서 응답자의 84%가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향후 10년간 우리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은 80%였다.
  • AI와 로봇이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는 데 동의한 응답은 83%였다. AI가 일자리를 창출하기보다 감소시킬 것이라는 전망(70%)이 증가시킬 것이라는 전망(24%)보다 크게 높았으며, 가장 우려하는 문제는 고용 형태 불안정화(20%)였다.
  • 국민은 AI·로봇 기술 발전 자체에는 긍정적이지만, 고용 불안과 불평등 확대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갖고 있었다.
  • 이러한 우려는 AI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분배체계와 사회안전망에 대한 요구로 이어졌다. 로봇세·기본소득 등 새로운 소득 분배 방식 모색에 동의한 응답은 72%였다. AI·로봇 과세(77%), 기업 재교육 의무화(87%), 기본서비스제 도입(79%) 역시 과반의 지지를 얻었다.

인공지능 사용 경험

업무와 관련 없는 상황에서 AI 사용 경험은 82%,
업무에서도 AI를 쓴다는 비율은 73%… 사용 경험 과반 차지해

이번 조사에서 생성형 AI를 업무 외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응답자가 41%, 시험 삼아 써본 경험자까지 합하면 82%에 이른다. 업무에서도 AI를 쓰고 있다는 비율은 73%다. AI는 이미 국민 대다수의 생활 안으로 들어와 있다.

AI·로봇 기술 확대, 10명 중 8명이 긍정

AI·로봇 기술 도입을 우리 사회 전반에 확대하는 것에 대한 긍정 응답 84%

AI·로봇 기술 도입 확대에 대한 국민의 시선은 전반적으로 우호적이다. “현재 AI·로봇 기술 도입을 우리 사회 전반에 확대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84%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이 기술이 향후 10년간 우리 사회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도 80%였다. 내 삶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전망도 긍정이 77%로 부정(12%)을 크게 앞질렀다.

도입 속도에 대해서는 이미 빠르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응답자의 70%가 현재 AI 기술 도입 속도를 빠르다고 체감하고 있다. ‘느리다’는 답변은 4%에 불과했다. 국민은 AI 시대가 이미 도래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성별 차이도 눈에 띈다. 기술 도입에 긍정적이라는 응답은 남성(90%)이 여성(77%)보다 13%포인트 높았다. AI가 내 삶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 역시 남성(82%)이 여성(72%)보다 높아, AI에 대한 친숙도와 기대감에서 성별 격차가 분명히 존재함을 보여준다.

일자리 걱정, 기술 낙관과 나란히 공존

AI·로봇 기술이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는 것에 83% 동의

기술에 대한 기대와 고용에 대한 불안은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존재한다. AI와 로봇이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는 데 동의한 응답자는 83%였다. 긍정 인식(84%)과 불안 인식(83%)이 거의 같은 수준이다. 10명 중 8명은 AI를 환영하면서도, 10명 중 8명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향후 10년 내 직업이 AI·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도 66%에 달했다. 60대(74%)와 50대(72%)에서 특히 높았으며, 정작 미래 세대인 18-29세(47%)는 상대적으로 낮은 불안감을 보였다. 아직 직업을 형성하는 단계인 청년층과, 직업 전환이 어려운 중·장년층 사이에서 체감 위협의 온도차가 갈린다.

AI·로봇이 일자리를 창출하기보다 감소시킬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은 70%, 낙관적 전망(24%)의 세 배에 가깝다. 가장 우려하는 고용 문제로는 ‘고용 형태 불안정화’(20%)가 1위를 차지했고, ‘단순·반복 일자리 대체’(18%), ‘청년 취업 악화’(17%), ‘직종·계층 간 소득 격차 확대’(17%)가 뒤따랐다. 단순 일자리 대체보다 불평등 심화와 고용 구조 왜곡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소득 불평등 심화에 대한 우려도 깊다. AI·로봇 도입 확대가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데 77%가 동의했다. 대기업이 AI·로봇 기술로 창출된 이익을 과도하게 독점하고 있다는 인식도 64%였다. 기술 발전의 수혜가 사회 전반에 고루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국가와 기업에 강한 역할 기대

‘로봇세·기본소득 등 새로운 분배 방식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는 데에 72%동의

기술에 대한 환영, 고용과 불평등에 대한 불안. 이 두 감정이 만나는 지점에서 국민이 내리는 결론은 분명하다. 정부와 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배 체계에 대한 근본적 변화 요구도 높다. “AI·로봇 기술이 확대되더라도 노동소득 중심 분배 체계는 유지될 것”이라는 의견은 22%에 그쳤고, “로봇세·기본소득 등 새로운 분배 방식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는 데는 72%가 동의했다. 현행 복지제도가 AI 도입에 따른 사회 변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없다는 비판도 50%로 절반을 차지했다.

AI·로봇에 세금을 부과해 국민을 지원하자는 제안에는 77%가 찬성했다. 연령별로는 50대(86%)와 60대(85%)에서 찬성률이 특히 높았고, 18-29세(67%)와 30대(65%)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20-30대가 AI 세금 신설에 더 조심스러운 이유는, AI를 통한 경제적 기회를 상대적으로 많이 기대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과세 수입의 사용 우선순위로는 ‘기본소득 등 국민 일반에 대한 지원’(21%)이 1위였고, ‘직업 재교육 및 고용 전환 지원’(18%), ‘AI·로봇 기술 공공 R&D 투자’(15%) 순이었다. 기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 강화 요구도 높아, AI 도입으로 인한 고용 변화에 대응해 기업이 재교육 투자와 고용 전환을 지원해야 한다는 데 87%가 동의했다.

바람직한 소득 분배 방식으로는 ‘자본·기술 수익 공유 확대, 즉 로봇세 등 AI 관련 과세를 통한 재분배’가 29%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기본소득 도입(21%), 공공서비스 확대(18%)가 뒤를 이었다. ‘현재 방식인 노동소득 중심 체계 유지’를 선택한 비율은 14%에 불과했다. 이미 국민의 인식 속에서 노동소득 중심 분배 체계의 정당성이 흔들리고 있다.

기본서비스제(의료·교육·주거·돌봄 국가 보장) 도입 필요성에는 79%가, 기본소득 도입에는 59%, 국민성장펀드 도입에는 65%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사회안전망에 대한 국가 책임 확대를 폭넓게 지지하는 민심이 반영됐다.

AI 윤리·안전에 대한 높은 경계심

AI 기술로 인한 안전과 프라이버시 관련 위험이 고용 문제보다 더 높은 우려 자아내

고용과 분배 이슈 외에도, AI 기술이 가져올 위험에 대한 경계심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딥페이크·가짜뉴스 등 허위정보 확산을 우려한다는 비율이 87%, 개인정보 침해·데이터 유출(86%), 보이스피싱·해킹 등 사이버범죄 고도화(85%), 일자리 감소·고용 불안(83%), 자율주행·의료 분야 AI 오작동(79%) 순이었다. 안전과 프라이버시 관련 위험이 고용 문제보다 더 높은 우려를 자아낸다는 점이 흥미롭다.

AI가 판단이나 결정을 내릴 때 인간이 반드시 최종 검증해야 한다는 데에는 89%가 동의했고, AI 판단 근거의 이용자 설명 의무화 필요성도 90%가 지지했다. 기술의 확산은 받아들이되, 인간의 통제와 투명성은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다.

현 정부의 AI 대응, ‘잘한다’가 ‘못한다’의 두 배

이재명 정부의 AI·로봇 기술 도입 및 확산 대응, 54%가 ‘잘하고 있다’고 평가,
‘잘모르겠다(22%)’는 응답도 5명 중1명, AI 정책 정보 접근과 체감이 아직 충분하지 않음을 시사

이재명 정부의 AI·로봇 기술 도입 및 확산 대응에 대한 평가는 ‘잘하고 있다’ 54%, ‘잘못하고 있다’ 25%, ‘잘 모르겠다’ 22%였다. 긍정 평가가 부정의 두 배를 넘는다. 다만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5명 중 1명에 달해, AI 정책에 대한 정보 접근과 체감도가 아직 충분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연령별로 보면 40대(63%)와 50대(69%)에서 긍정 평가가 높은 반면, 18- 29세(33%)와 30대(43%)에서 낮아 세대 간 평가 격차가 두드러졌다.

정책적 함의

AI세 신설(77%), 기업 재교육 의무화(87%), 기본서비스제 도입(79%), 분배체계 개편(72%)
필요성 높아… 정부와 기업에게 안전망 요구

이번 조사 결과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는 하나다. 국민은 AI를 거부하지 않는다. 기술 도입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충분히 인정한다. 그러나 기술이 일자리를 줄이고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현실적 우려도 함께 갖고 있다.

그 불안에 대한 응답을 국민은 정부와 기업에게 요구하고 있다. AI세 신설(77%), 기업 재교육 의무화(87%), 기본서비스제 도입(79%), 분배체계 개편(72%) – 어느 하나도 과반을 밑돌지 않는다. ‘기술 발전과 사회 보호를 동시에’라는 요구는 이제 소수 의견이 아니라 국민 다수의 목소리다.

현행 교육체계가 AI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도 53%로 과반이었고, 디지털 격차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비율도 78%에 달했다. AI 시대의 정책 과제는 기술 인프라 구축에 그치지 않는다. 누가 기술의 혜택을 누리고 누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될지, 그 분배의 설계가 바로 지금 이 순간의 정책 과제임을 민심이 말하고 있다.

조사개요

  • 모집단: 전국의 만18세 이상 남녀
  • 표집틀: 한국리서치 마스터샘플(2026년 5월 기준 전국 97만여 명)
  • 표집방법: 지역별, 성별, 연령별 비례할당추출
  • 표본크기: 1,000명
  • 표본오차: 무작위추출을 전제할 경우,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집오차는±3.1%p
  • 조사방법: 웹조사(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url 발송)
  • 가중치 부여방식: 지역별,성별,연령별 가중치 부여(셀가중) (2026년 5월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 기준)
  • 응답(협조)율: 조사요청 6,096명, 조사참여 1,630명, 조사완료 1,000명 (요청대비 16.4%, 참여대비 61.3%)
  • 조사일시: 2026년 6월 4일 ∼ 6월 8일
  • 조사기관: (주)한국리서치(대표이사 노익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