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 인생의 큰 숙제 중 하나라는 것은 오래된 이야기다. 그 숙제가 너무 어려워진 것도 이제는 당연한 사실이 되어가고 있다. 국가통계 포털에 ‘결혼’을 검색하면, 관련 연구만 113건, 통계표만 해도 15,535건이 나타난다. 이를 기반 으로 펼쳐진 다양한 정부 정책의 수는 말할 것도 없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왜 아직 우리는, 또 우리의 미래세대는 결혼을 어려워할까?
같은 내용, 같은 방법의 조사를 반복해서는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한다. 이에 <여론 속의 여론>은 다른 관점에서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후배(미혼)와 결혼을 경험한 선배(기혼)에게 동일한 질문을 하고, 둘 사이의 차이를 확인하고자 했다. 나아가 인구학적 특성별로 차이 속의 또 다른 차이도 조명해보고자 했다. 그 결과는 최초 가설을 세울 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폭의 차이를 보였다. 무거운 마음이 앞서지만, 진정성을 담아 결과의 해석을 공유하고자 한다.
“결혼”하면 떠오르는 단어 1순위는 ‘자녀’, 2순위는 ‘집’, 3순위는 ‘행복’으로 나타났다. 전체 기준으로 긍정적 단어가 부정적 단어보다 4%p 높았지만, 미혼과 여성은 부정적 단어의 비율이 높았다. 특히, 단어 간 연결관계 분석에서는 남성과 여성, 미혼과 기혼의 차이가 두드러졌다.
‘배우자 선택 시 중요 요건’은 결혼 전 시점에서 ‘정신적 조건’, ‘신체적 조건’이 높지만, 결혼 후 시점에서는 ‘신체적 조건’은 하락하고, ‘경제적 능력’과 ‘배우자 가정환경’이 상승했다. 한편, ‘본인의 가정 내 역할’에서 기혼은 ‘실제 경제활동’을 59% 하고 있는 반면, 미혼의 ‘경제활동 희망’은 75%로 더 높았다.
‘가사노동 분담 희망’은 기혼(29%) 보다 미혼(57%)에서 ‘똑같이 분담하길 희망’하는 경우가 28%p 높았으나, 실제 맞벌이 부부의 가사노동 ‘똑같이 분담’ 비율은 17%에 그쳤다. 육아 분담은 13%로 가사노동 보다 더 낮았다.
기혼의 ‘경제활동의 힘듦’보다 미혼이 ‘예상하는 힘듦’이 19%p 높았고, 기혼은 ‘자녀를 통해 얻는 행복’(70%)이 큰 반면, 미혼이 ‘예상하는 행복’은 43%에 불과했다. ‘배우자 가족과의 관계’는 기혼/미혼 모두 ‘힘듦이 더 크다’고 응답했다.
‘정부의 결혼/출산 관련 물질적 지원 정책이 결혼 결정에 도움이 되는 정도’는 반반을 기록했고,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로는 ‘근로환경 개선’(31%)과 ‘사회인식 개선’(24%)이 더 시급하다고 응답했다. 이제는 다른 관점, 보다 복합적인 관점에서 결혼을 바라봐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에게 결혼이란?
“결혼”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어
우리에게 결혼이란 무엇일까? 전체 기준 가장 많이 나타난 단어는 ‘자녀/아이/아기’(15%), ‘집/내집마련’(12%), ‘행복/ 즐거움’(8%) 순이다. 특성별로 ‘자녀/아이/아기’와 ‘집/내집마련’이 1/2순위인 것은 동일했지만, 기혼과 여성은 ‘가족/ 가정’(7%), 미혼과 남성은 ‘돈/재산’(12%)이 3순위로 다르게 나타났다. 사람들이 “결혼”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어의 긍정/부정성을 살펴보면, 긍정 25%, 부정 21%로 긍정 비율이 다소 높았고, 특히 기혼은 긍정 30%로 전체 대비 5%p 높았다. 그러나 미혼은 부정이 27%로 전체 대비 6%p 높았고, 여성도 4%p 높았다.
서로에게서 나타나지 않은 단어들
특성별로 상위 80% 안에 드는 단어를 보면 ‘시댁/시월드/시집살이’, ‘희생/인내’ ‘배려/이해/존중’ 등의 단어가 남성에서는 나타나지 않았고, 여성에서는 남성에서 나온 단어 중 ‘생활/생활비’, ‘자녀교육’, ‘인생’이란 단어가 나타나지 않았다. 한편, 기혼에서는 미혼의 ‘부담’, ‘비혼/독신주의’, ‘빛/대출’이 나타나지 않았고, 미혼에서는 기혼에서 나타난 ‘함께/공동체/영원한 친구’, ‘믿음/신뢰’, ‘생활/생활비’ 등의 단어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런 방법을 통해서도 결혼에 대한 집단 간 연상의 차이와 그 의미의 해석이 가능하다.
응답 단어들 간의 연결관계 : 남성 vs 여성
연상 단어들의 연결관계 분석 결과를 보면 좀 더 구체적인 접근이 가능해진다. 남성과 여성의 가장 큰 응답 차이는 유사한 단어를 두고도 서로 연결되는 단어의 유형이 각기 다르다는 점이다. 남성은 ‘자녀/아기/아이’가 ‘집/내집마련’, ‘돈/재산’과 같은 단어와 밀접한 연결관계를 갖는 반면, 여성은 ‘출산/임신’, ‘육아/육아부담’, ‘경력단절’ 등의 단어와 부정적 감성어, 예를 들면 ‘구속/족쇄/노예’, ‘절망/지옥/무덤’, ‘불안정/불편/불행’ 등과의 연결관계가 두드러진다. 아래의 연결관계 그래프를 보더라도, 남성은 자녀에 대해 집, 돈과 같은 경제적인 부담을, 여성은 출산, 육아에 대해 심리적인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확인된다.
응답 단어들 간의 연결관계 : 미혼 vs 기혼
기혼과 미혼의 응답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육아 및 자녀양육의 차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우선 미혼은 ‘자녀/아기/아이’ 라는 단어가 ‘집/내집마련’, ‘신혼생활’, ‘돈/재산’ 등과 같이 결혼으로 예상되는 다양한 현실 및 상황변화의 단어들과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연결관계를 종합해 보았을 때, 미혼에게 ‘자녀/아기/아이’ 라는 단어는 ‘행복’이나 ‘사랑’과는 다른 그룹에 속하는 단어이다. 또한 ‘육아/육아부담’, ‘임신/출산’은 앞서 살펴본 여성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구속/족쇠/노예’, ‘고생/ 괴로움’, ‘절망/지옥/무덤’ 등 부정적인 감성어와 연결되어 있다.
기혼 응답자에게선 다른 결과가 보인다. ‘자녀/아기/아이’라는 단어가 내집마련, 육아, 재산 등 현실적인 문제와 떨어져 ‘행복’, ‘사랑’ 등의 단어와 같이 묶인다. 반면 ‘육아/육아부담’은 ‘집/내집마련’, ‘돈/재산’ 등의 단어와 연결된다. 기혼 응답자는 자녀에게서 행복을 느끼면서 육아부담은 경제적으로 받아들이는 반면, 미혼 응답자들은 자녀와 육아를 결혼 준비의 과정, 결혼 이후 삶의 변화 중 하나로 인식하며, 결혼이 두려워지는 하나의 장애물로 받아들인다.
연결관계(연결망) 분석 방법 |
응답자들에게 “결혼”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어를 최대 3개까지 자유롭게 적도록 하였다. 응답 받은 각각의 단어는 연결관계가 있다고 설정하였다. 예를 들어 어떤 응답자가 ‘행복’, ‘자녀’, ‘사랑’ 이라고 답했다면, ‘행복’과 ‘자녀’, ‘자녀’와 ‘사랑’, ‘사랑’과 ‘행복’ 등 총 3개의 연결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응답자들이 제시한 단어 종류는 총 134개, 형성된 연결망은 중복을 포함해 총 2,387개였다. 각각의 단어를 노드(node)로, 단어들 간의 연결을 엣지(edge)로 지정하였으며, 연결망분석 프로그램인 Gephi 0.9.2 버전을 사용해 그래프 제작 및 동질성 분석을 진행하였다. |
결혼의 최고 장점
결혼을 통해 얻은 것 또는 바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결혼의 최대 장점을 물었다. ‘혼자가 아니라는 안정감’(48%)이 다른 장점에 비해 크게 높았다. 2순위인 ‘자녀를 얻는 것’(17%)은 연령별 차이가 크다. 40대 이상에서는 17~22%를 기록한 반면, 30대 이하에서는 10~12% 밖에 나타나지 않아 2배 가량 차이를 보였다. 이와 반대로 4순위인 ‘배우자와 함께하는 취미생활’(8%)은 40대 이상에서 3~7%를 기록한 반면, 30대 이하에서는 13~15%로 나타났다. 미혼과 기혼에서도 이와 동일한 흐름의 차이를 보여 세대별로 결혼을 통해 얻는 것 또는 바라는 것이 달라지고 있다는 해석을 더욱 견고하게 했다.
결혼의 첫 단추, 배우자
결혼하기 전, 배우자 선택의 중요 요건
기혼에게는 “결혼 결정 전”의 시점으로, 미혼에게는 “결혼 고려 시”의 시점으로 배우자 선택의 중요 요건을 물었다. 양쪽 모두에서 ‘취향, 성격, 가치관 등 정신적 조건’(기혼: 55%, 미혼: 58%)이 1순위, ‘건강, 외모, 성적 매력 등 신체적 조건’(기혼: 22%, 미혼: 20%)이 2순위로 나타났다. 1순위인 ‘정신적 조건’은 기혼/미혼 모두 ‘대학재학 이상’(기혼: 59%, 미혼: 63%)에서 높게 나타났고, 2순위인 ‘신체적 조건’은 기혼/미혼 모두 ‘남성’(기혼: 27%, 미혼: 25%), ‘블루컬러 직업’(26%, 24%)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3/4순위는 서로가 달리 나타났는데, 기혼은 ‘배우자의 가정환경(시댁/처가의 인품, 형제자매 관계 등)’이 12%로 3순위를 차지한 반면, 미혼은 ‘현금, 자동차, 부동산 등 경제적 능력(배우자 부모의 경제적 능력 포함)’이 11%로 3순위를 차지하였다.
여기서 좀 더 생각해봐야 할 지점은 ‘배우자 가정환경’의 응답값이 기혼/미혼에서 특성별로 다르다는 점인데, 기혼은 ‘60세 이상’에서 17%로 전체 대비 5%p 높게, 미혼은 ‘여성’에서 17%로 전체 대비 8%p 높게 나타났다. 기혼 고연령의 높은 응답값은 결혼 시, 상대 집안을 고려하던 관습이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면, 미혼 여성에서 ‘배우자의 가정환경’ 응답이 높았다는 건, 이전의 단어 연상에서 언급했던 ‘시댁/시월드/시집살이’와 연관이 높을 것으로 추측된다.
기혼: 결혼하여 살아보니 중요하다고 생각된 배우자 요건
결혼하고 함께 살아본 이후에도 배우자의 중요 요건은 그대로일까? 같은 질문을 시점만 변경하여 한 번 더 물어 보았더니,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결혼 이전 시점에서 2순위였던 ‘신체적 조건’이 4순위로 나타났고, 3/4순위였던 ‘경제적 능력’과 ‘배우자의 가정환경’이 2/3순위로 올라왔다. 그 중 ‘경제적 능력’은 이전 대비 7%p 차이를 보이며 약 2배 가량 상승했다. 사람은 누구나 늙고, 세월은 거스를 수 없다는 점에서 ‘신체적 조건’이 후순위로 밀려난 것은 이해가 된다. 물론, 배우자가 아팠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응답을 했을 것이다.
여기서는 순위보다는 이전과 이후의 차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혼에서 ‘정신적 조건’이 결혼 이전 시점 대비 3%p 상승했는데, 전체 기준으로는 그리 높지 않지만 ‘남성’에서는 9%p로 전체 상승폭의 약 3배가 상승했다. ‘경제적 능력’은 전체 기준 7%p 상승이지만, ‘여성’에서는 11%p 상승했다. ‘배우자의 가정환경’은 전체 기준 1%p 상승으로 결혼 이전 시점 대비 거의 유사하나, ‘여성’과 ‘수도권’에서는 4%p 상승했다. 즉, ‘남성’은 살아보니 정신적 조건을 더 중요하게, ‘여성’은 ‘경제적 능력’과 ‘배우자의 가정환경’을 더 중요하게 보는 측면이 있다. 다만, ‘배우자의 가정환경’이 ‘수도권’에서 결혼 이전/이후의 차이가 4%p 발생한 것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는 배우자 가정과의 동향여부, 거리인접성, 접촉빈도, 주된 갈등유형 및 대상 등의 질문을 추가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미혼: 부모 또는 기혼 지인의 사례로 바라본 배우자 요건
미혼의 경우는 기혼과 같으면서 다른 양상을 보인다. ‘정신적 조건’이 여전히 1순위이지만 이전 대비 전체 기준 13%p가 하락한 반면, ‘배우자의 가정환경’과 ‘경제적 능력’은 각각 10%p, 8%p 상승했다. 특성별로 ‘여성’(9%p), ‘고졸 이하’(13%p), ‘월소득 300만원 미만’(13%p)에서 ‘경제적 능력’이 상승한 것을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으나, 문제는 ‘남성’에서 ‘배우자의 가정환경’이 중요하다는 응답이 14%p나 상승했다는 결과이다(이전: 4%, 이후: 18%). 추론컨대 남성이 어머니와 시댁과의 사례’를 상기하여 응답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여성’에서도 똑같이 차이가 커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여성’은 결혼 고려 시점에서도 ‘배우자 가정환경’에 대한 응답이 높았고, 이성의 경험을 상기했을 때, 아버지와 처가 간의 사례가 어머니와 시댁과의 사례 보다 적기 때문에 차이가 크게 나타나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함께하는 결혼생활
기혼: 본인의 실제 가정 내 역할 vs 미혼: 희망하는 역할
기혼은 결혼 이후 주로 ‘경제활동을 했다’는 응답이 59%이지만 미혼의 ‘경제활동을 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은 75%로 기혼 대비 16%p 높았다. 남성은 기혼의 실제보다 미혼의 희망이 ‘집안일’을 8%p 만큼 더 선호한 반면, 여성의 ‘경제활동’은 기혼 실제 37%보다 미혼의 희망이 72%로 35%p 만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맞벌이 가능 여부를 떠나 선호도 자체는 성별을 막론하고 매우 높은 상황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 임신, 출산, 육아, 남성 대비 낮은 임금, 경력단절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한다면, 현재 희망하는 비율 만큼 실제 결혼 후 경제활동을 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을 듯 하다.
자녀 계획
기혼의 결혼 당시 자녀 계획은 ‘낳겠다’가 89%, ‘낳지 않겠다’가 11%로 대부분 자녀 출산을 계획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40대 이상’(87~94%), 월소득 500만원 이상(94%)에서 긍정 응답이 높았다. 반면, 미혼의 자녀 계획은 ‘낳겠다’가 57%, ‘낳지 않겠다’가 43%로 약 6:4의 비율을 기록했다. 기혼 대비 ‘낳겠다’는 응답자 9명 중 3명이 ‘낳지 않겠다’는 쪽으로 넘어간 것이다. 특히 미혼의 ‘낳지 않겠다’는 응답은 ‘여성’(55%), ‘화이트컬러 직업’(51%)에서 높았는데, 출산의 부담과 비출산의 니즈가 어디를 향해 있는지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현시점에도 여성의 커리어하이를 위해서 출산/육아가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이미 밝혀진 바이다.
배우자의 가사노동 분담 희망
기혼의 결혼 당시 배우자의 가사노동 분담 희망은 ‘내가 많이 분담해도 괜찮다’가 54%, ‘배우자가 나와 똑같이 분담했으면 좋겠다’가 29%, ‘배우자가 많이 분담했으면 좋겠다’가 17%로 나타났다. 반면, 미혼에서는 ‘똑같이 분담 희망’이 57%로 기혼 대비 28%p 높게 나타나 가사노동의 성별 분담 정도가 대등해지기를 희망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기혼의 결혼 당시에는 ‘여성’도 ‘내가 많이 분담해도 괜찮다’가 67%로 전체 54% 대비 13%p 높았지만, 미혼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역전되어 ‘내가 많이 분담 희망’이 전체 33% 대비 ‘여성’은 21%로 12%p 낮았고, ‘남성’은 42%로 전체 대비 9%p 높게 나타났다. 오히려 ‘여성’보다 ‘남성’에서 본인이 많이 부담하겠다는 응답이 높게 나온 것은 가사노동 분담에 대한 여성의 니즈 또는 사회적 트렌드에 남성이 반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럼 맞벌이는? 맞벌이 가사노동 분담 희망과 실제
결혼 이후, 남성과 여성이 최대한 동등한 위치에 있을 수 있는 맞벌이 상태를 가정했을 때도, 미혼의 희망은 ‘내가 많이 분담’ 27%, ‘똑같이 분담’ 65%, ‘배우자가 많이 분담’ 8%로 이전 질문보다 ‘똑같이 분담’의 희망 비율이 좀 더 높게 형성되었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유사하다. 그러나 현재 맞벌이 기혼의 가사노동 분담 실태를 보면 ‘똑같이 분담’은 17%로 미혼의 ‘똑같이 분담’ 기댓값 65% 보다 48%p 낮게 나타났으며, 이전 파트에서 다룬 기혼의 맞벌이를 가정하지 않은 가사노동 ‘똑같이 분담’ 기댓값 29% 보다도 12%p 낮게 나타났다. 현실이 기혼, 미혼 모두에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맞벌이 육아 분담 희망과 실제
육아 분담 역시, 가사노동과 마찬가지로 맞벌이를 전제로 물어보았다. 유자녀 맞벌이 환경에서 배우자가 양육을 분담한 정도는 ‘내가 많이 분담한 편이었다’ 54%, ‘나와 똑같이 분담한 편이었다’ 13%, ‘배우자가 많이 분담한 편이었다’ 33%로 나타났다. 특히, ‘나와 똑같이 분담한 편이었다’는 남성에서 18%, 여성에서 9%로 나타나 남녀 간 차이가 2배를 기록했다. 전반적으로 여성이 많이 분담했다는 결과로 나왔지만, 동등한 분담에서의 남녀 간의 인식 차이도 엿볼 수 있다.
무자녀의 경우, 배우자 양육 분담 기대는 ‘내가 많이 분담해도 괜찮다’ 23%, ‘나와 똑같이 분담했으면 좋겠다’ 67%, ‘배우자가 많이 분담했으면 좋겠다’ 10%로 나타났다. ‘똑같이 분담’ 희망이 유자녀 맞벌이 실제 13% 대비 54%p 높게 나타났다. 기대에 비해 현실의 양육 분담은 초라한 성적이다.
결혼하면 행복하다? 힘들다?
경제활동을 통한 행복 vs 힘듦의 정도/예상
결혼 이후, 본인의 경제활동을 통해 얻는 행복과 힘듦 중에 무엇이 더 크냐는 질문에 기혼은 50 대 50으로 답했다. ‘월소득 500만원 이상’(57%)과 ‘무자녀’(60%)에서 행복이 더 크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미혼에서는 본인의 경제활동을 통해 얻는 행복에 대한 기대와 힘듦에 대한 두려움 중에 무엇이 더 크냐는 질문에 31 대 69로 답했다. 기혼 대비 힘듦이 더 크다는 쪽이 19%p 높았고, 특히 ‘월소득 300만원 미만’에서 77%를 나타냈다. 여기엔 남녀의 차이가 없었다.
자녀 출산 및 육아를 통한 행복 vs 힘듦의 정도/예상
유자녀 기혼은 자녀를 통한 행복과 힘듦 중 ‘행복이 더 크다’(70%)는 쪽의 응답이 많았다. 자녀를 통한 행복은 남녀 간의 차이는 없었지만, 고소득일수록, 연령이 높을수록 행복하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젊은 세대일수록 자녀를 통한 행복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뜻이 된다. 이를 이어서 설명하듯 미혼 및 무자녀 기혼은 ‘행복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는 응답이 43%로 유자녀 기혼 대비 27%p 낮았다. 유자녀 기혼은 ‘행복이 더 크다’는 것에 남녀의 차이가 없었던 반면, 미혼 및 무자녀 기혼에서는 ‘남성’이 51%, ‘여성’이 33%로, 여성의 자녀를 통한 행복에 대한 기대가 더 작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배우자 가족과 관계맺음으로 인한 행복 vs 힘듦의 정도/예상
흔히 시댁, 처가라고 일컫는 배우자 가족과의 관계맺음으로 인한 행복과 힘듦은 기혼에서 ‘힘듦이 더 크다’는 응답이 62%로 과반 이상을 차지했다. 관계맺음에서 오는 긍정적인 영향보다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는 것인데, ‘남성’은 ‘행복이 더 크다’(54%)는 응답이 높은 반면, ‘여성’에서 ‘힘듦이 더 크다’(76%)는 응답이 높아 여기서도 남녀 간의 차이가 나타났다.
미혼의 경우도 기혼의 경우와 유사하지만 부정적 응답이 기혼 대비 다소 높았다. ‘힘듦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다’가 69%로 나타났고, 특히 여성에서 82%로 전체 대비 13%p 차이가 났다. 기혼 ‘남성’은 행복이 더 크다는 응답이 높았지만, 미혼 ‘남성’은 ‘힘듦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다’(60%)는 쪽이 더 높게 나타나 전세 역전이 있었다. 결혼 전에 배우자 가족과 관계 맺는 것에 대한 기대가 부정적인 것은 실제 결혼 이후 어떻게 작용하게 될까? 그저 기우에 그칠지, 부정적인 시너지를 창출할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기혼의 결혼을 추천한 경험 vs 미혼의 추천 받은 경험
기혼이 미혼에게 결혼을 추천하는 정도는 ‘추천하는 편이다’가 72%, ‘추천하지 않는 편이다’가 28%로 나타났다. 반면, 미혼이 기혼에게 결혼을 추천 받은 정도는 ‘추천하는 편이다’가 50%, ‘추천하지 않는 편이다’가 50%으로 나타났다. 추천한 기혼, 추천 받은 미혼 모두 ‘여성’에서 ‘추천하지/받지 않는 편이다’의 비율이 높았다(기혼: 38%, 미혼: 59%).
이상한 일이다. 상식적으로 본다면 추천한 사람이 7명이니, 추천 받은 경험도 7명이 나오는 게 맞는데, 7명이 결혼을 추천했지만, 5명만 추천을 받았다는 대답을 받은 꼴이다. 추천을 받은 사람이 그 추천을 해석하는 정도에 차이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해본다. 추천을 받은 대상이 결혼에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를 알 수 있다면, 기존 인식이 결혼 추천을 해석하는데 미치는 영향도 분석해 볼 수 있다.
결혼/출산 관련 정부지원정책,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부의 결혼/출산 관련 물질적 지원이 결혼 결정에 도움 되는 정도
정부의 결혼/출산 관련 물질적 지원의 도움 정도는 50 대 50의 비율을 기록했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응답한 경우는 ‘40대 이하’(56~64%), ‘무자녀’(60%)에서 높았고,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경우는 ‘50대 이상’(54~65%), ‘유자녀’(55%)에서 높았다. 다만 여기서도 기혼과 미혼의 온도차는 있었다. 기혼은 54%가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반면, 미혼은 60%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정부지원정책이 결혼 결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
정부의 물질적 지원이 도움 되지 않는 이유로는 ‘물질적 지원보다 근로환경 개선이 더 시급한 문제이기 때문에’가 31%로 가장 높았고, ‘물질적 지원보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사회인식 개선이 더 시급한 문제이기 때문에’가 24%로 그 뒤를 이었다. 그 외에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17%, ‘지원하는 기간이나 금액이 적기 때문에’ 13%, ‘찾아보지 않으면 지원 받기 어렵기 때문에’ 13%는 13~17%의 비슷한 결과로 자리매김하였다.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에서는 기혼과 미혼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며, 본 조사에서 기혼과 미혼이 차이를 보이지 않은 유일한 항목이기도 하다.
본 항목의 보기 구성을 살펴보면, 물질적 지원이 아닌 다른 유형의 지원(근로환경, 인식개선 등)의 요구가 55%의 응답을 기록했고, 물질적 지원 자체의 문제(대상, 금액, 홍보 등)가 44%의 응답을 기록했음을 알 수 있다. 즉, ‘물질적 지원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물질적 지원과는 다른 유형의 지원 필요성’이 있다는 응답이 다소 높았고 볼 수 있다.
결혼행복지표 vs 결혼기대지표
결혼에 대한 ‘기혼의 행복’과 ‘미혼의 기대’ 간 비교
본 조사에서 지표를 형성할 수 있을 만한 소항목을 통합하고, 100점으로 환산하여 지표를 형성해 보았다. 기혼은 ‘결혼행복지표’, 미혼은 ‘결혼기대지표’라고 명명하였다. 여기에 해당하는 소항목은 (1)경제활동의 행복/힘듦, (2)자녀를 통한 행복/힘듦, (3)배우자 가족과의 관계맺음을 통한 행복/힘듦, (4)정부의 결혼/출산 관련 물질적 지원 도움 여부이다.
기혼의 ‘결혼행복지표’는 100점 만점에 64점을, 미혼의 ‘결혼기대지표’는 55점을 기록하였다. ‘결혼행복지표’의 소항목 중에서는 (2)자녀 행복지표가 73점으로 가장 높았고, (3)시댁/처가 관계 행복지표가 56점으로 가장 낮았다. 미혼의 ‘결혼기대지표’는 (2)자녀 기대지표가 58점으로 가장 높았고, (1)경제활동 기대지표가 53점으로 가장 낮았다. ‘결혼행복지표’와 ‘결혼기대지표’는 서로 총점에서 ±9점의 차이를 보였고, 소항목 중 (2)자녀 지표가 ±15점으로 가장 큰 차이를 보였고, (3)시댁/처가 관계 지표가 ±2점으로 가장 낮은 차이를 보였다. 즉, 자녀는 미혼이 기대하는 것보다 기혼이 느끼는 행복이 높았고, 시댁/처가의 관계는 서로의 행복과 기대가 비슷하지만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고 볼 수 있다.
마치면서
19세 이상 성인 중 ‘결혼 경험 없음(이하 미혼)’이 29%, ‘결혼 경험 있음(이하 기혼)’이 71%이다. 국가통계인 2018 사회조사 결과가 미혼 24%, 기혼 76%이니 본 조사의 결과도 참조할만할 것이다. 미혼은 ‘남성’(35%), ‘수도권’(32%), ‘대학재학 이상’(35%), ‘화이트컬러 직업’(34%), ‘월소득 300만원 미만’(41%)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무직으로 취업했지만 월급은 300이 되지 않는 수도권 어딘가에 살고 있는 남자가 본인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어떻게 판단할지 상상해 본다면, 그는 본인의 결혼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평가할까? 결혼을 한다고 해도 행복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정도와 결혼 이후의 현실은 또 어떨 것인가?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부부 모두가 경제활동을 하고자 하는 의지, 또는 해야만 하는 상황은 강화되지만, 가사와 양육 분담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자녀를 갖고 싶어도 승진누락, 경력단절 등 커리어에 제동이 걸릴까 걱정되고, 용기를 내어 자녀에게 시간을 들이면 소득 하락이 필연적으로 찾아오게 된다. 소득이나 커리어를 위해 위해 육아휴직을 포기한다고 해도 결국 조부모나 육아도우미의 도움을 받는 대가로 비용은 지불된다. 이런 치열한 와중에 양가의 집안대소사를 모두 챙겨야 한다. 만약 양가의 형편이 좋지 않다면, 자녀와 더불어 나의 부모에게도 비용과 시간을 할애해야만 한다. 대기업처럼 근로환경과 복지가 갖춰지지 않은, 야근수당도 받을 수 없는 포괄임금제와 같은 경우는 굳이 얘기하지 않겠다. 돈이 곧 시간이고, 시간이 곧 돈이다. 하지만 결혼은 돈과 시간을 모두 요구 받는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전체주의적 관점에서 인생은 보통 인생을 먼저 살아간 선배를 통해 배우게 되어 있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미혼인 사람은 부모나 기혼 지인의 사례를 바탕으로 기혼이 된 자신을 상상하고, 기혼인 사람은 더 앞서 결혼을 경험한 기혼자의 사례를 본보기로 삼을 것이다. 본 조사에서 나타난 기혼의 ‘결혼행복지표’ 점수는 높지 않고, 미혼의 ‘결혼기대지표’는 그보다도 더 낮다. 행복지표가 높지 않으니, 당연히 기대지표가 오를 수 있는 이유가 없다. “우리 때는 힘들어도 다 참고 했어!” 존경한다. 하지만 급속하게 발전한 정보화 사회에서 미래세대는 이전세대에 비해 자신의 사회/경제적 위치를 쉽게 알 수 있고, 매 순간 비교하거나 비교당하며 살아간다. 그런 세대에게 예상되는 힘겨움을 감당할 수 있는 이전세대만큼의 생활력을 기대하는 건, 어찌 보면 너무한 처사일 수 있다. 10년이면 강산보다 더한 것도 변하는 요즘인데. 같은 잣대를 들이밀 수는 없지 않은가.
결혼이 개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라면, 개인의 집합인 사회에게도 결혼은 마찬가지의 의미를 가질 것이다. 장기간 지속된 정부의 물질적인 지원에도 반전되지 않는 차이라면, 이제는 다른 관점, 보다 복합적인 관점에서 결혼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조사개요
- 모집단: 전국의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 표집틀: 한국리서치 마스터샘플(2019년 9월 기준 약 45만명)
- 표집방법: 지역별, 성별, 연령별, 학력별, 직업별 비례할당추출
- 표본크기: 1,000명
- 표본오차: 무작위추출을 전제할 경우, 95%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집오차는 ±3.1%p
- 조사방법: 웹조사(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url 발송)
- 가중치 부여방식: 2019년 2월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인구 기준 지역별, 성별, 연령별 가중치 부여(림가중)
- 응답률: 조사요청 6,995명, 조사참여 1,459명, 조사완료 1,000명 (요청대비 14.3%, 참여대비 68.5%)
- 조사일시: 2019년 10월 18일 ~ 10월 21일
- 조사기관: ㈜한국리서치(대표이사 노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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