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충남 아산의 한 초등학교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김민식 군 사건을 계기로 발의된 이른바 ‘민식이법’은 올해 3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민식이법’에는 어린이 안전을 위한 시설과 장비를 반드시 설치하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가해자가 안전운전 의무를 위반하여 사고를 낼 경우 가중 처벌할 수 있도록 한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이 포함돼 있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팀은 지난 5월 22일부터 5월 25일까지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통해 ‘민식이법’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고 운전자와 어린이 모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살펴보았다.
주요 조사 결과
– ‘민식이법’ 시행으로 시행 전보다 어린이 보호구역 내 사고가 줄어들 것이다 74%
– ‘민식이법’ 시행 이후 어린이 보호구역 내 운전 행동이나 습관에 변화 있다 70%
– ‘민식이법’에 의한 처벌 수준이 너무 과하다 68%(운전자 73%, 비운전자 58%)
–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사고 시 가중처벌하는 규정은 없애야 한다 51%
– ‘민식이법’ 시행 이후 어린이 보호구역을 일부러 피해 간 경험이 있다 41%
– 어린이 보호구역 운영 시간, 현재와 동일하게 유지 37%, 변경 필요 63%
– 교통안전시설 및 장비 설치가 잘 진행되고 있지 않다 53%
– 어린이 보호구역 내 사고를 줄이는 방법, 처벌 강화 23%, 사고 방지 장치 마련 77%
‘민식이법’과 교통안전에 대한 인식
‘민식이법’ 시행 2달, 기대 대비 저조한 안전 시설 설치 이행 실태
‘민식이법’ 시행 두 달째를 맞이한 시점에서 진행한 본 조사 결과, 응답자의 80%는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특정범죄 가중 처벌법’ 개정 내용을 담고 있는 ‘민식이법’에 대해 알고 있었다(어느 정도 알고 있다 66%, 정확히 알고 있다 14%). 또 ‘민식이법’ 시행으로 ‘시행 전보다 어린이 보호구역 내 사고가 줄어들 것(74%)’, ‘운전자의 운전 습관이 개선될 것(70%)’, ‘교통안전에 대한 부모의 의식 수준이 개선될 것(63%)’이라는 기대감도 갖고 있었다. 반면 교통안전시설 및 장비 설치가 잘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선 응답자의 53%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해, 기대보다 이행 수준은 저조한 편으로 나타났다.
운전자, 비운전자 간 ‘민식이법’에 대한 인식차이 존재
‘민식이법’ 적용 과정에서 운전자의 고의성과 사고의 경중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고, 처벌 수준 적정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본 조사에서는 ‘민식이법’에 대한 운전자와 비운전자의 인식차를 확인할 수 있었다. 비운전자는 어린이 보호구역의 차랑 제한 속도를 현재 30km/h보다 더 낮춰야 한다는 응답이 운전자 대비 14%p, 어린이 보호구역 내 제한 속도위반 발생 시 가중 처벌 찬성 응답이 운전자 대비 15%p 높았다. 반면 운전자 중에선 ‘민식이법’은 운전자에게만 불리한 법이라는 응답(비운전자 대비 12%p)과, ‘민식이법’에 의한 처벌 수준이 너무 과하다는 응답(비운전자 대비 15%p)이 높게 집계됐다. 또 막을 수 없는 사고에 대한 책임도 운전자에게 떠넘긴다는 의견(비운전자 대비 12%p)과 법 개정 시 의견수렴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응답(비운전자 대비 13%p)도 비운전자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안전운전 의무 이해하지만 무조건적인 처벌은 지양해야
‘민식이법’ 개정안의 내용 중 ‘안전에 유의하며 운전하여야 할 의무’에 대해 응답자의 79%가 안전운전 의무가 어떤 행동을 포함하는지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 다수가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는 단속카메라가 없더라도 30km/h로 서행해야 하며 (94%), 신호등이 없더라도 무조건 일단정지해야 하고(81%), 어디서든 어린이가 뛰어나올 수 있으므로 주의하며 운전해야 한다(96%)고 응답해 안전운전 의무에 대해 높은 이해와 공감을 보였다.
그러나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사고가 났다면 안전운전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보아야 한다는 응답은 35%에 그쳐, 그렇지 않다는 응답(65%)의 절반 수준이었다. 어린이 보호구역 내 가중처벌 규정을 없애야 한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찬성 51%, 반대 49%로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히 대립하였다. 어린이 보호구역 내 사고 발생 시 운전자에게 무조건적인 책임을 묻는 현행 법 개정안에 대해 검토가 필요한 셈이다.
법 시행 이후 운전자의 어린이보호구역 내 운전 행동, 습관에 변화 있다
응답자의 70%는 ‘민식이법’ 시행 이후 운전자들의 어린이 보호구역 내 행동이나 습관에 변화가 있다고 답했다. 자녀가 있는 응답자, 운전자 역시 70% 이상이 동의하였다. 한편 운전자들 중 ‘민식이법’ 시행 이후 어린이 보호구역을 일부러 피해 간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41%였다. 특히 20대, 무자녀, 운전 빈도가 높고 운전 경력이 짧을수록 어린이 보호구역을 피해 간 경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안전제도 변화
어린이 보호구역 운영 시간, 현재와 동일하게 유지 37%, 조정 필요 63%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의 2018년 분석 결과에 따르면, 12세 이하 어린이 교통사고 발생률은 토요일이 18.0%로 가장 높았고, △금요일(14.9%), △일요일(14.6%) 순이었다. 시간대별로는 △16시~18시(23.0%), △14시~ 16시(17.8%), △18시~20시(17.4%) 순으로 높게 나타나 하교 시간 전후 어린이 교통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발생건수 기준).
시간대별 사고율을 감안하면 도보 이용객이 적은 새벽 시간, 어린이의 학교 내 활동 시간 등에도 동일한 운영 시간 적용이 필요한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설문 결과 응답자의 37%가 현재와 동일하게 매일, 24시간 어린이 보호구역을 운영했으면 좋겠다고 응답했다. ‘평일, 등하교 시간(31%)’, ‘매일, 등하교 시간(20%)’, ‘평일, 24시간(12%)’ 등 현재의 적용시간 외 다양한 의견도 개진됐다.
사고 방지 장치 마련이 운전자의 처벌보다 우선, 지속적인 관심 필요
어린이 보호구역 내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처벌 강화(23%) 보다는 사전에 사고를 줄일 수 있도록 방지 장치를 마련(77%) 해야 한다는 응답이 높았다. 사고 예방에 효과가 좋다고 생각하는 방지 장치 선택 결과는 흥미로웠는데, △차도와 인도를 분리하는 펜스(가드레일) 설치(53%), △불법 주정차 차량 단속(48%), △어린이 교통 교육 의무화(45%) 등이 높은 응답을 받은 반면 △횡단보도 근처 입간판(8%), △속도를 저하시키는 좁은 도로(11%), △운전자에게 착시를 주는 횡단보도 디자인(13%) 등은 낮은 응답을 기록했다.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장치보다는 보행자의 행동을 제한하고 돌발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는 장치가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민식이법’이 시행되기 전, 어린이 교통사고를 계기로 시행되었던 ‘한음이법’, ‘하준이법’, ‘태호유찬이법’ 등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 그 법안에 대해 알고 있는 응답자는 20%에 불과하였으며, 법안의 시행이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 역시 51%에 그쳤다. 연일 뉴스 보도를 통해 언급되는 ‘민식이법’이 한 때의 소모적인 이슈로만 지나가지 않길 바란다. 법의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 나가고 법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관찰해, 어린이 교통사고가 크게 줄어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일러두기
- 본 리포트의 데이터는 소수점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하여 정수로 표기하였으므로, 보고서 상에 표기된 값의 합이 100%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복수응답 문항의 빈도는 그 합이 100%를 초과할 수 있습니다.
- 응답 사례 수가 적은 경우 해석에 유의하여 주십시오.
조사개요
- 모집단: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 표집틀: 한국리서치 마스터샘플(20년 5월 기준 약 49만명)
- 표집방법: 지역별, 성별, 연령별 비례할당추출
- 표본크기: 각 조사별 1,000명
- 표본오차: 무작위추출을 전제할 경우, 95%신뢰수준에서 각 조사별 최대허용 표집오차는 ±3.1%p
- 조사방법: 웹조사(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url 발송)
- 가중치 부여방식: 2019년 12월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인구 기준 지역별, 성별, 연령별 가중치 부여(림가중)
- 응답률: 조사요청 6,079명, 조사참여 1,199명, 조사완료 1,000명(요청대비 16.5%, 참여대비 83.4%)
- 조사일시: 2020년 5월 22일 ~ 5월 25일
- 조사기관: ㈜한국리서치(대표이사 노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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