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자는 자신의 기부금이 목적사업에 맞게 사용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한국모금가협회가 2017년에 작성한 ‘기부자의 알 권리'(Donor’s Rights) 선언문에 포함된 내용이다. 투명한 운영을 목표로 하자며 선언문 참가 캠페인도 진행 중이지만 정작 이를 채택한 비영리 조직은 4곳 중 한 곳도 안된다(한국모금가협회, 2019). 기부금은 신뢰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돈이다. 기부는 기부자와 기부 조직 간의 긴밀한 상호작용이며, 기부금을 원래의 목적대로 잘 사용할 것이라는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양자 간의 신뢰와 소통에 금이 가면 기부는 지속 가능할 수 없다. 주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서로 무엇을 위해, 어떻게 쓰는지 잘 알고 잘 다루어야 하며, 기부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투명성’에 기반한 신뢰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 기부문화는 199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활성화되었으며, 기부자의 수가 증가하면서 비영리 조직들도 함께 성장해왔다. 그러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7년 ‘어금니 아빠’, 2018년 ‘새희망씨앗 사건’, 2020년 ‘정의연 후원금 논란’ 등의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여 기부 포비아(phobia 공포·혐오증)로 확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비록 이런 부정적 사건들이 일부 개인이나 특정 조직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신뢰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비영리 조직 전반에 대한 불신을 확산시키는데 영향을 미치고 있어 기부자의 우려가 무관심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로 잊을 만하면 터지는 기부금 부정사용 논란에 기부 문화가 위축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후원금 투명성 논란에 기부자들은 ‘기부금이 제대로 쓰일까’라는 근본적인 의구심을 품게 됐고, 급기야 성난 일부 후원자들은 “내가 낸 기부금을 돌려 달라”며 반환 소송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기부자들을 허탈하게 하는 현실에서도 꿋꿋하게 기부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기부 문화의 지속과 확산을 위해 투명성과 신뢰성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비영리 조직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노력을 해야 하는 몫은 비단 비영리 조직이나 정부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비영리 조직의 투명성이 기부자들의 인식과 지속적인 기부활동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에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연구팀과 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노연희 교수는 7월 3일부터 6일까지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기부에 대한 태도와 함께 비영리 조직의 투명성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기초적 인식을 살펴봤다.

주요 내용

  • 지난 6개월 동안 현금을 기부한 적이 있는 기부자는 23%였다. 다만 지난 6개월 동안 현금기부액이 작년보다 줄었다는 응답이 늘었다는 응답에 비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 지난 6개월 동안 기존에 하던 기부를 중단했다는 사람은 21%였는데, 중단자 중 29%가 ‘기부하던 단체를 신뢰하기 어려워져서’ 라고 답해 두 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 기부가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한다’에 대해서는 80%가 동의를 했지만 기부가 ‘시민으로 당연한 의무’이거나 ‘모든 사람이 참여 해야할 중요한 일이다’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또한 ‘기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사회적 관계에 도움이 된다’나 개인의 인생목표를 성취하는데 도움이 된다 등의 개인적 가치 실현으로의 기부에 대해서도 반신반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우리나라 국민들은 기부금 사용이나 모금활동 비용, 비영리 조직 활동이 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에 반해 비영리조직이 기부금 사용과 모금활동 비용에 관한 정보 제공을 잘하지 못한다고 여기고 있었다.
  • 비영리 조직이 제공하는 기부금 사용내역이나 조직의 활동에 대한 정보의 양과 질, 접근성, 이해성 등은 모두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반면 ‘기부금 사용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비영리 조직에 요구해야 한다’ 는 응답은 73%로 정보 공개에 대한 니즈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 비영리 조직에 기부금 사용내역이나 활동에 대해 자료를 요청해 보거나 스스로 찾아본 비율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용내역이나 활동과 관련한 문제점에 대해 조직에 직접 해명을 요청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알려준 적이 있다는 응답도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개월 간 기부 경험

기부 포비아 현실화?

먼저 지난 6개월 동안에 현금 기부 경험을 물은 결과, 지난 6개월 동안 현금을 기부한 적이 있는 기부자는 23%였다. 통계청 에서 발표한 2019년 현금기부 경험(지난 1년)은 24%로 연말에 기부가 늘어나는 경향을 고려하면 2019년 대비 기부율은 줄어들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다만 지난 6개월 동안 현금 기부액이 작년보다 늘었다는(18%) 응답이 줄었다는(26%) 응답에 비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 6개월 동안 기존에 하던 기부를 중단했다는 사람은 21%였다. 이들이 기부를 중단한 사유는 △기부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힘들어져서(50%), △기부하던 단체를 신뢰하기 어려워져서(29%),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없어서 (20%), △자원봉사 등 다른 활동을 하기 위해서(2%) 등으로 나타나 기부 중단 사유 중 기부 단체의 투명성과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이 기부를 중단하게 되는 두 번째로 큰 이유로 확인이 되어 기부 조직에 대한 실망이 기부 중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기부에 대한 인식

단순 자선적 기부에서 자기만의  의미를 찾는 사회적 기여 기부 필요

그렇다면 기부에 대해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기부에 대한 생각을 9가지로 물어본 결과, 기부가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한다’에 대해 80%가 동의했지만 기부가 ‘시민으로 당연한 의무’(31%)이거나 ‘모든 사람이 참여 해야할 중요한 일이다’(54%)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기부의 사회적 가치는 인정하나 기부가 시민으로 당연히 그리고 보다 적극적으로 이행해야 할 가치인가에 대해서는 사람들의 생각이 상이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사회적 관계에 도움이 된다’(51%)나 개인의 인생목표를 성취하는데 도움이 된다 (46%) 등의 개인적 가치 실현으로의 기부에 대해서도 반신반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기부를 ‘경제적으로 여유 있을 때 하는 것‘(58%)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일반 시민들은 기부를 자신의 삶 속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동으로 여기고 기부에 대한 개인적 의미나 가치를 적극적으로 찾기보다 아직까지는 소극적 주체로의 인식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의 기부금 제대로 쓰이고 있을까?

기부금 사용과 모금활동 비용 정보 중요하지만, 비영리단체가 정보를 잘 제공하지는 않는다고 인식

우리나라 국민들은 비영리 조직이 이행하는 프로그램과 서비스에 대한 정보(66%)보다 기부금 사용이나(75%) 모금활동 비용(75%), 비영리 조직 활동이 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72%)에 대한 정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비영리조직이 수행하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이나 정보에 대한 중요성을 다소 낮게 평가하는 것은 기부금의 사용절차 등 형식적인 부분에는 관심이 있지만, 실제로 그 기부금을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에 사용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다소 떨어지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 준다. 그에 반해 비영리조직이 기부금 사용과 모금활동 비용에 관한 정보 제공을 잘하지 못한다(각각 76%)고 여기고 있었다.

비영리 조직이 제공하는 기부금 사용내역이나 조직의 활동에 대한 정보의 양(22%)과 질(24%), 접근성(22%), 이해성 (28%) 등은 모두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반면 ‘기부금 사용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비영리 조직에 요구해야 한다’는 응답은 73%로 정보 공개에 대한 니즈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비영리 조직이 일반적으로 기부금을 정직하게 사용한다’에 대해 32%만이 동의를 하고 있으며, ‘실제로 필요한 경우에만 기부를 요청한다’에 대해서는 73%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하여 기부금 사용과 모금활동에 대해 모두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시민들은 비영리조직의 기부금 사용이나 모금활동 자체에 대해 전반적으로 부정적으로 인식하지만, 비영리조직이 제공하는 정보는 양이나 질적 측면에서도 충분하지 않으며 실제로 제공된 정보를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은 현실을 보여준다.

기부금 사용에 대한 관심도

기부 후에도 지속적인 관심 갖기:  투명성 요구는 기부자의 ‘권리’이자 ‘책임’

비영리 조직에 기부금 사용내역이나 활동에 대해 자료를 요청해보거나(9%) 스스로 찾아본(20%) 비율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용내역이나 활동과 관련한 문제점에 대해 조직에 직접 해명을 요청하거나(8%) 다른 사람에게 알려준 적이 있다(19%)는 응답도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 내역의 투명성과 신뢰성에 대한 요구와 감시의 몫은 기부자에게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아쉬운 대목이다. 기부는 하되 감시의 책무는 소홀히 하는 기부 문화가 기부 포비아를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려스럽다.

본 조사에서 시민들은 기부금 사용과 모금활동에 대한 정보 제공이 매우 중요하나 정보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부 조직과 기부자 간의 정보 교류 과정에서 비영리 조직의 투명성에 대한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현실화될 것이다. 이제 자율성과 투명성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 비영리 조직은 윤리적인 기금 운영과 투명한 사용에 가장 큰 신경을 써야 하며, 정보공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더 노력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동시에 비영리 조직은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원래 조직이 달성하고자 했던 본질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을 하면서, 이에 대해 시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알릴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장기적인 기부 활성화를 위해서는 막연한 기대가 아닌 신뢰가 필요하며 기부자에게 기부금 사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쉽게 설명하려는 노력이 가장 큰 신뢰를 얻는 방법이다.

비영리 조직이 투명성에 대한 자체 노력을 기울인다면 기부자도 자신의 기부 목적이 이루어졌는지 적극적인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기부는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시민들의 자율적 행동이면서 동시에 개별 시민의 삶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동이라는 점을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기부자 스스로의 만족감을 키우기 위해서는 기부한 단체가 투명하게 운영되는지 확인하고, 어떤 사업 결과를 내었는지를 총체적으로 확인하고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부금에 대한 책임은 기부 단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나눔은 기부자가 기부를 실천하는 순간에서 끝나지 않는다. 기부금이 잘 사용되었는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확인하고 궁금해하는 기부자의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부자가 기부금 사용 계획을 확인하고 기부금 사용을 꼼꼼히 확인할 때 기부 단체에 대한 신뢰감을 가질 수 있다. 이는 기부 단체가 더욱 책임을 가지고 사업을 진행하는 동기부여로 이어질 것이다.

일러두기

  • 본 리포트의 데이터는 소수점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하여 정수로 표기하였으므로, 보고서 상에 표기된 값의 합이 100%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복수응답 문항의 빈도는 그 합이 100%를 초과할 수 있습니다.
  • 응답 사례 수가 적은 경우 해석에 유의하여 주십시오.

조사개요

  • 모집단: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 표집틀: 한국리서치 마스터샘플(20년 5월 기준 약 49만명)
  • 표집방법: 지역별, 성별, 연령별 비례할당추출
  • 표본크기: 각 조사별 1,000명
  • 표본오차: 무작위추출을 전제할 경우, 95%신뢰수준에서 각 조사별 최대허용 표집오차는 ±3.1%p
  • 조사방법: 웹조사(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url 발송)
  • 가중치 부여방식: 2019년 12월 행정자치부 발표 주민등록인구 기준 지역별, 성별, 연령별 가중치 부여(림가중)
  • 응답률: 조사요청 6,668명, 조사참여 1,336명, 조사완료 1,000명(요청대비 15.0%, 참여대비 74.9%)
  • 조사일시: 2020년 7월 3일 ~ 7월 6일
  • 조사기관: ㈜한국리서치(대표이사 노익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