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9시간. 2016년 한 해 한국 피고용자의 평균 노동시간이다. ‘OECD 2017 고용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노동시간은 2위로, 멕시코 다음으로 길다고 한다. 과거에 비해 노동시간이 감소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한국이 장시간 근로 사회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 국민들 역시 ‘일하는 시간’에 대해서는 ‘많은 편(60%)’으로, ‘나 또는 가족을 위한 시간’은 ‘적은 편(68%)’로 평가한다.
최근 우리사회의 화두 중 하나가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다. 직장에서의 성취와 보상에 우선순위를 두었던 기성세대와 달리 일과 개인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젊은 직장인을 ‘워라밸 세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경향은 이번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조사 결과 일과 삶 중 일이 더 중요하다는 비중은 9%에 불과한 반면, 내 삶이 더 중요하다는 응답은 46%이다. 특히 삶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은 젊은 연령층에서 더욱 강하게 나타나는데, 2030세대, 미혼자는 과반이 내 삶이 더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때마침 올해 7월부터 근로시간 단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된다.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2004년 주 5일제를 도입한지 14년이 지난 지금 또 한 번의 노동시간 변화가 눈앞에 다가왔다. 근로시간 단축이 일과 삶의 균형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지만 제도 시행을 앞두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국리서치는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여론을 확인하였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국민들의 57%는 찬성하는 입장으로 반대(27%) 입장을 크게 상회한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긍정적 여론이 우세한 가운데 그에 따른 변화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불필요한 야근 관행 감소(51%), 업무 생산성 향상(53%), 가족과 보내는 시간 증가(56%) 등의 긍정적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절반 이상인 가운데 ‘임금이 줄어들 것’에 대한 우려가 73%에 이른다. 실질적인 근로시간은 줄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도 53%나 된다.
그래서일까? 현재보다 덜 일하고 덜 벌겠다는 취업자는 15%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지금만큼 일하거나(52%), 일하는 시간을 늘리고 돈을 더 벌겠다(33%)고 응답했다. 이러한 경향은 젊은 세대라고 예외가 아니다. 특히 가구소득이 낮은 계층에서 더 일하고 더 벌겠다는 응답이 더 높다. 현재의 소득을 고려할 때 ‘덜 일하고 덜 버는’ 삶을 선택하는 것이 녹록하지 않다는 것이 지금의 여론이다. 근로시간 단축, 일과 삶의 균형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소득 감소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워라밸과 근로시간 단축
일보다는 내 삶이 더 중요
2030, 미혼자에서 개인의 삶 중시 경향이 뚜렷
일’과 ‘개인 또는 가정 생활’에 대해 둘 다 비슷하게 더 중요하다 49%, 개인 또는 가정 생활이 더 중요하다 46%, 일이 더 중요하다 6%로, 일과 개인의 삶을 모두 중시하는 비율이 가장 높으며, 일과 삶 중에서는 자신의 삶을 더 중시하는 비율이 높았다.
특히 연령대가 낮을 수록 일보다는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한데 20대(59%)와 30대(55%)에서 개인 또는 가정 생활이 더 중요하다는 응답은 과반을 상회했다. 또한 미혼자가 기혼자에 비해 개인의 삶을 더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 하는 시간은 과다
나/가족을 위한 시간은 부족
우리사회의 일하는 시간에 대해 많다는 인식이 60%인 반면, 나 또는 가족을 위한 시간에 대해서는 적다는 인식이 69%였다.
20∙30∙40대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다는 응답이 50대 이상 연령대보다 더 높았다. 나 또는 가족을 위한 시간이 적다는 응답도 40대 이하 연령층에서 상대적으로 더 높았으며, 특히 한창 결혼과 육아에 집중해야 하는 30대에서 나 또는 가족을 위한 시간이 적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주당 근로시간이 법정근로시간 40시간을 초과하는 취업자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더 높았고 특히 69시간 이상 일하는 취업자는 79%가 일하는 시간이 많다고 응답했다. 반면 초과 근로시간이 길수록 나 또는 가족을 위한 시간은 적다고 응답하는 비율이 높았다.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기 어려운 이유,
적정 소득을 위해서는 초과 근무를 해야 하므로
우리사회가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기 어려운 이유는 적정 소득을 위해 초과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 35%, 불필요한 야근이나 회식 관행 22%, 개인이나 가정에 더 비중을 두는 것에 대한 회사 내 편견과 차별적 관행 21% 순이었다.
단, 워라밸을 이루기 어려운 이유를 응답자 특성별로 살펴보면 차이가 있다. 20대와 미혼자는 불필요한 야근이나 회식 관행(43%)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고 주당 40시간 근로자는 개인이나 가정에 비중을 두는 것에 대한 회사의 편견과 차별적 관행(33%)을 가장 많이 꼽았다. 한편 69시간 이상 취업자는 무려 62%가 소득을 위해 초과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으로 응답하였다. 소득 수준에 따른 응답의 차이는 특별히 나타나지는 않았다.

근로시간 단축 시행
들어봤다 97%, 찬성한다 57%
올해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적용되는 근로시간 52시간 단축 시행에 대해 국민 10명 중 9명은 들어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시간 단축 시행에 대해 찬성 57%, 반대 27%, 모름 16%로 찬성 의견이 과반을 상회했다.
근로시간 단축에 반대하는 응답자는 그 이유로 임금 감소(55%)를 가장 많이 꼽았다.

근로시간 단축
2030, 미혼자에서 지지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의견은 연령대가 낮을수록, 미혼자에서 찬성 의견이 높았다. 이러한 경향성은 앞서 젊은층, 미혼자에서 일보다는 개인 삶을 우선했던 결과와 비슷하다. 2030의 미혼에서 워라밸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정규직은 높은 지지, 비임금은 절반의 찬성
고용형태별로는 정규직근로자(62%)가 비정규직(57%) 보다 찬성 의견이 높았고 비임금근로자 (50%)에서 찬성 의견이 가장 낮았다. 비임금근로자는 제도 시행 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날 수 있는 집단이다.

주당 53-68시간 근로자 근로시간 단축 찬성 절반 못 미쳐
임금 하락 우려 때문
주당 평균 근로시간에 따른 의견 차이를 보면 53-68시간 근로자에서 찬성 의견이 47%로 가장 낮았다. 53-68시간은 근로시간 한도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구간이다. 즉 법 시행 시 주당 53-68시간 근로자는 근로시간을 지금보다 줄여야 한다.
이 집단은 근로시간 단축 시 임금 하락의 우려가 가장 큰 집단이기도 하다. 제도 시행에 반대하는 임금근로자 중, 주53-68시간 근로자 76%가 임금 하락을 그 이유로 꼽았다.
똑같이 근로시간 제한 52시간 범위를 초과하고 있음에도 주 69시간 이상 근로자의 경우 찬성 의견이 62%로 높다. 임금 하락에 대한 우려는 가장 낮은 수준이다. 현행 근로기준법 하에서도 근로시간 68시간 제한을 적용받지 못하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한편 주당 41-52시간 근로자에서 찬성 의견이 68%로 가장 높았다. 이 집단의 근로자에게 개정 법은 근로시간이 더 늘어나는 것을 막아주는 근거가 될 수 있다.

급여 감소에 대한 우려가 큰 가운데 개인 및 가족과의 시간 증가에 대한 기대감도 공존
근로시간 단축 시행이 가져올 변화 중 급여가 줄어들 것에 대한 우려가 73%로 가장 높았다. 특히 블루칼라 직종(생산/기능/노무직 80%, 판매/영업/서비스 78%)에서 급여가 감소할 것이라는 응답이 높았다.
근로시간 단축이 가져올 긍정적 변화로는 취미생활, 자기개발을 위한 시간 증가(57%), 가족과 보내는 시간 증가(56%)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어서 업무 집중력 향상 53%, 불필요한 야근 관행 감소 51% 순이었다.
한편 실질적 근로시간은 줄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도 53%나 되었다.

지금보다 덜 일하고 덜 벌겠다 15%에 불과
현재의 근로시간과 수입을 고려할 때, 취업자의 52%는 지금 시간만큼 일하고 지금만큼 돈을 벌겠다고 응답했고, 33%는 일하는 시간을 늘리고 돈을 더 벌겠다고 응답했다.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돈을 덜 벌겠다는 취업자는 15%에 불과했다.
대부분 현재의 근로시간과 급여를 유지하겠다는 응답이 더 높았지만 가구소득 200만원 미만 취업자는 일하는 시간을 늘리고 돈을 더 벌겠다는 응답(47%)이 현재 유지보다 더 높았다.
한편 주당 근로시간이 40시간 미만인 취업자는 일하는 시간을 늘리고 돈을 더 벌겠다는 응답(38%)이 다른 응답자보다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근로시간 69시간 이상 취업자에서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돈을 덜 벌겠다(29%)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담당자: 김보미 과장
전화: 02-3014-1056
e-mail: kimbm@hrc.co.kr
조사개요
- 모집단: 전국의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 표집틀: 한국리서치 마스터샘플(2017년 12월 기준 약 40만명)
- 표집방법: 지역별, 성별, 연령별, 학력별, 직업별 비례할당추출
- 표본크기: 1,000명
- 표본오차: 무작위추출을 전제할 경우, 95%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집오차는 ±3.1%p
- 조사방법: 웹조사(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url 발송)
- 가중치 부여방식: 2018년 1월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인구 기준 지역별, 성별, 연령별 가중치 부여(림가중)
- 응답률: 메일발송 8,113명, 메일오픈 1,400명, 조사완료 1,000명 (발송대비 12.3%, 오픈대비 71.4%, 참여대비 84.4%)
- 조사일시: 2018년 4월 18일 ~ 4월 20일
- 조사기관: ㈜한국리서치(대표이사 노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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