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고양이와 함께 사는 국내 2,002명의 보호자들에게 물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삶은 어떤가요?” 본 칼럼은 한국 반려동물 가구의 돌봄 경험에 대한 2회에 걸친 연재물 중 두 번째로, 한국리서치와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수의인문사회학 연구실이 지난해 3월 12일 ~ 17일 공동으로 수행한 [2025 반려동물 양육 가구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기획되었다.

주요 내용

 

  • 10년령 이상의 반려동물과 사는 가구는 38.3%로, 반려동물 노령화 사회가 본격화되고 있다. 13세 이상 반려동물 가구의 지난 1년간 동물병원 방문 횟수는 평균 5.4회로 가장 높고, 월평균 양육비 중 건강관리(병원비) 지출 비율 역시 월평균 양육비 중 30.1%로 가장 높다.
  • 다가올 노령성 질병·임종·장례에 대한 준비 정도를 보면, 간병(56.3%)과 금전적 부담(53.1%) 등 실질적 대비에 비해 질병과 죽음에 대한 정서적 준비(46.9%)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 반려동물 죽음을 경험한 응답자 5명 중 1명(21.3%)은 상실의 슬픔이나 애도 과정에서 주위로부터 공감을 받지 못했다고 답해, 반려동물의 죽음이 여전히 “소외된 슬픔(disenfranchised grief)”의 형태로 남아있음을 보여준다. 반려동물 죽음을 경험한 응답자의 85.0%는 죽음 이후 감정이나 정신적 변화를 겪었다고 답했으며, 건강이나 질병·죽음에 대한 인식 변화(79.1%), 남겨진 동물과의 관계에 대한 인식 변화(68.7%) 등 광범위한 인식 변화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 반려동물 죽음을 경험한 응답자 중 47.4%가 비용을 지불하고 장례 서비스(화장, 봉안당 등)를 이용한 경험이 있었으며, 전체 응답자 기준 70.2%가 현재 키우고 있는 반려동물 사후 장례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늙고 아픈 동물과 살아가기

모든 관계에는 시작과 끝이 존재한다. 동물과 인간 사이에 맺어지는 반려 관계도 마찬가지다. 상대적으로 짧은 동물의 생애주기를 겪으며 보호자는 동물이 늙고 병들고 쇠약해지는 과정이 인간에 비해 무척 빠르다는 것을 몸소 느낀다. 보호자는 이 과정에서 그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반려동물 돌봄은 그 자체로 도전적이지만, 질병을 관리하고 죽음을 준비하는 일은 더욱 어렵다. 동물이 죽은 후 겪게 되는 상실의 슬픔은 보호자를 무기력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처럼, 동물의 노화와 죽음은 반려동물과 보호자에게 그저 고통과 슬픔이자 동물과의 관계를 두렵게 만드는 경험이기만 한걸까?

10년령 이상 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반려동물 가구 38.3%

일반적으로 개와 고양이의 수명을 15년 정도로 본다. 그렇다면 반려동물에서 노령은 언제부터일까? 미국동물병원협회는 반려견의 경우 기대 수명의 75%가 지난 이후를 노령견으로 본다. 개의 품종이나 크기에 따라 차이는 있다. 미국고양이수의사협회는 10살 이후 고양이를 노령으로 간주한다. 최근 충북대 수의대 민경덕 교수팀은 국내 동물병원 진료기록 50만여건을 분석하여 우리나라에서 반려견은 11살, 반려묘는 13살부터 노령으로 볼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노령 동물에 대한 절대적인 기준은 없지만 통상 10살 이후를 노령으로 볼 수 있겠다.

국내 반려동물등록 시스템 에 등록된 반려견 중 9년령 이상은 2021년 40%를 넘었다. 반려동물 노령화 사회가 도래하고 있다. 본 설문에서도 응답자 중 절반 이상(52.4%)은 8년령 이상의 동물과 함께 살고 있으며, 이 중 10년령 이상의 동물과 사는 가구는 38.3%에 달한다.

늙고 아프기 시작하는 동물을 위한 일상의 변화, 그리고 어려운 결정들

나이든 동물과 살면서 동물의 달라지는 신체와 활동 범위에 맞게 일상을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노령 동물을 위한 맞춤 사료나 씹기 편한 습식 사료로 식단을 바꾼다. 관절 건강을 위해 바닥에는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깔고, 침대맡에는 쉽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스텝퍼를 놓는다. 잦아지는 기침을 완화하고 호흡을 돕기 위해 방 한켠에 가습기와 온습도계, 응급용 산소공급기를 마련하기도 한다. 산책을 힘들어 하는 동물을 위해 산책량을 조금씩 줄이고, 관절과 근육 건강을 위한 마사지와 보조제로 일상을 채운다. 이러한 변화는 동물을 위한 소비 패턴이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이 들고 아픈 동물이 있는 가정에서는 약 먹이기나 소독, 인슐린 주사 같은 조금 더 어려운 돌봄이 추가된다. 잔뜩 예민해져 물고 할퀴고 도망다니는 동물을 어르고 달래며 수행해야 하는 의료적인 처지 과정은 보호자의 돌봄 부담을 높일 수 있다. 반려동물 의료 분야에서는 노령 동물의 신부전, 당뇨, 암과 같은 만성퇴행성질환에 대한 관리와 치료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본 설문 결과에서도 동물의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병원에 방문하는 빈도가 잦아지고, 건강관리를 위해 지출되는 비용이 높아짐을 확인할 수 있다.

반려동물의 노화나 질환이 진행되면서 보호자들은 치료나 죽음의 방식과 관련된 중대한 의사결정의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한국의 전통적인 죽음관은 자연스러운 죽음(natural death)을 “좋은 죽음”으로 인식한다. 이는 인위적으로 생명을 연장하거나 혹은 중단하는 것에 대한 거부로 이어진다. 하지만 반려동물 수명 연장을 위한 첨단 의료 기술이나 호스피스 및 완화 의료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다. 반면, ‘안락사(euthanasia)’는 상태의 호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경감되지 않는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고통 유무보다는 삶의 종결에 더 큰 의미를 두는 한국의 문화적 특성상, 국내 반려동물 안락사 시행률은 영국이나 덴마크 등 다른 서구 국가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다. 죽음과 관련된 의사결정 과정은 반려동물과 살며 겪게 되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이다. 이 과정에서 겪게 되는 갈등과 혼란의 경험은 동물 죽음 이후에도 자신의 선택에 대한 죄책감, 후회, 미안함 등으로 잔류하기도 한다.

다가올 반려동물 질병과 죽음에 대해 준비하기

현재 키우고 있는 반려동물의 노화와 함께 다가올 노령성 질병, 임종, 장례 등과 관련하여 얼마나 준비가 되어있는지 물었다. 응답자의 56.3%는 병원 데리고 가기, 대소변 처리, 약먹이기와 같은 간병을 위한 활동과 시간 마련에 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병원비, 수술비, 약값 등 금전적 부담에 대해 대비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53.1%이다. 반면, 이러한 실질적인 생애말기 돌봄 준비에 비해 질병이나 죽음과 관련한 정서적 대비(46.9%)는 상대적으로 더 낮다.

동물의 생애말기 과정에서 경험할 수 있는 정서적 어려움, 이른바 ‘예상되는 슬픔(anticipatory grief)’ 은 소중한 존재와의 이별을 앞두고 미리 겪는 슬픔과 심리적 고통을 뜻한다. 말기 질환이나 임종 상황에서 경험하는 상실 전 슬픔이나 동물에 대한 안쓰러움,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 그리고 우울, 분노, 죄책감과 같은 부정적 감정이 포함된다.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로 인간-동물 상호작용과 수의학의 접점을 탐구하는 로리 코간 박사의 연구팀은 2022년 노령견 보호자들의 돌봄 경험에 대한 연구를 진행 했다. 해당 연구는 노령견 돌봄 과정에서 ‘예상되는 슬픔’의 맥락 속 걱정과 염려가 커질수록, 만족감, 삶(돌봄)의 목적 의식, 그리고 평온함과 행복의 순간 역시 함께 커지는 역설적인 경향을 포착한다. 나의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돌보는 일이 오직 고난과 고통으로만 가득 차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깊은 유대감을 쌓고, 긍정적이며 보람 있는 경험과 추억을 만들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는 과정일 수 있다. 죽음이라는 결과보다 아직 지속되고 있는 삶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은 시간에 대해 감사하고 그동안의 유대와 안정감을 바탕으로 이별을 받아들일 수 있는 정서적이고 심리적인 안전지대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보내는 법을 배우다 – 상실, 애도, 관계의 끝맺음

공감과 이해 받지 못하는 반려동물 상실의 슬픔

반려동물의 죽음은 개인의 삶에서 처음 겪는 죽음일 수 있고, 가까운 친족이나 지인의 죽음과는 다른 종류의 슬픔과 상실의 경험일 수 있다. 이 죽음은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누구나 겪는 상실이 아니다. 이에 사회적 공감이나 지지를 받지 못하고 마음껏 슬퍼할 수 조차 없는 “소외된 슬픔(disenfranchised grief)”의 형태로 혼자 감내해야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21.3%는 동물의 상실에 대한 슬픔이나 애도의 과정에서 주위 가족이나 친구, 동료의 공감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상실의 슬픔 그 자체도 크지만, 슬픔과 애도가 인정되지 않는 것은 곧 함께한 삶과 관계의 의미 역시 인정되지 않음을 뜻하기에 더 큰 감정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일부 보호자는 동물의 죽음 이후 극심한 슬픔과 우울감, 무력감으로 일상을 영위하기가 불가능해지기도 한다. 이를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으로 칭하는데, 임상 증상으로 인해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흔치 않다. 반면, 정상적인 슬픔과 애도의 과정이 종종 비정상적이고 병적인 펫로스 증후군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동물의 죽음 이후 충분히 슬퍼하며 추억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애도 과정임을 모두가 인식할 필요가 있다.

과거 반려동물의 죽음을 경험한 적이 있었던 응답자의 85.0%는 죽음 이후 슬픔이나 죄책감 등으로 인해 감정적, 정신적 변화를 경험했다. 또한 건강이나 질병, 죽음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는 응답 역시 79.1%로 높다. 한편, 남겨진 반려동물이나 길고양이 등 다른 동물과의 관계적 변화를 경험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68.7%이다. 이는 동물 죽음 이후 새로운 반려동물이 바로 그 자리를 대체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반려동물 죽음은 동물에 대한 인식과 관계에 대한 관점을 바꾼다. 우리는 이전 보다 동물을 잘 이해하고 이들의 고통과 한계를 이해하는 동반자로 성숙해 진다.

반려동물 상실과 애도의 경험은 반려 관계의 의미있는 끝맺음을 위한 과정

일리노이 대학의 제인 데스몬드 교수는 반려동물 장례와 애도의 수행에서 드러나는 슬픔의 공공성(the publicness of the grief)을, 인간과 동물 사이 반려 관계의 가치가 사회적으로 발현되고 인정받는 상징적인 현상으로 설명 한다. 고인을 떠나보내고 기리는 시스템과 거의 동일한 화장, 납골당 등의 반려동물 장례와 추모 방식이 사회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본 설문의 응답자 중 47.4%는 비용을 지불하고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화장, 봉안당 등)를 이용한 경험이 있었다. 또한 70.2%는 현재 키우고 있는 반려동물 사망 시 장례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국내 현행법상 반려동물의 사체는 생활폐기물로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과의 관계에 대한 개인적·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규범적인 동물 장례 문화가 형성되고 일반화되고 있다. 이는 사회적으로 반려동물의 죽음이 함께 슬퍼할 수 있는 공공성을 띄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례와 추모는 단지 죽음을 처리하는 절차가 아니라, 함께 살아온 삶과 관계의 무게를 드러내는 방식이기도 하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는 경험은 보편적이면서도 개별적인 상실의 경험이다. 이에 보호자마다 반려동물의 “좋은 죽음”에 대한 기준도,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는 방식도 매우 다를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반려동물 임종 과정과 죽음이 보호자가 자신의 삶과 관계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전환의 순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은 기존에 갖고 있던 건강과 질병에 대한 인식,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 그리고 앞으로의 인간-동물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는 반려동물과의 만남 이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반려동물의 존재는 함께 했던 이들에게 뚜렷한 흔적을 남기고, 특히 마지막 순간의 기억은 더욱 깊고 오래 남는다. 반려동물 상실과 애도의 경험은 단순히 ‘펫로스’라는 단어로 설명될 수 있는 개인적 슬픔만이 아니다. 함께 나눈 시간의 의미를 확인하고, 더 나은 끝맺음을 위해 감정적, 물리적, 심리적으로 최선을 다하는 과정이다.

본 연재는 2회에 걸쳐 반려동물과의 만남에서부터 일상의 돌봄, 노화, 질병, 죽음, 그리고 그 이후의 애도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따라 반려동물-보호자 관계를 심도 있게 살펴보고자 했다. 반려동물은 기쁨과 위로를 건네는 존재이자, 동시에 걱정과 책임을 안겨주는 존재다. 반려 관계는 그저 옆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일상과 생애에 깊이 개입하며 함께 살아내는 과정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과정의 끝에 우리는 필연적으로 먼저 떠나는 존재를 배웅해야 한다. 서로 다른 두 종이 엮어낸 삶과 관계란 결코 가볍거나 쉽게 대체될 수 없다. 반려의 의미는 함께 살아가는 법뿐 아니라, 마지막까지 함께하며 온전한 이별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과정까지 포함한다.

조사개요

  • 모집단: 전국 반려동물(개 ·고양이) 양육가구의 주보호자
  • 표집틀: 한국리서치 마스터샘플(25년 2월 기준 전국 97만여 명)
  • 표집방법: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반려가구 분포를 고려하여, 지역/주택유형/가구원수 비례 할당
  • 표본크기: 2,002명
  • 표본오차: 무작위추출을 전제할 경우,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집오차는 ±2.2%p
  • 조사방법: 웹조사(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url 발송)
  • 가중치 부여방식: 지역 ·주택유형·가구원수 가중치 부여(림가중)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반려가구 기준)
  • 응답율: 조사요청 19,855명, 조사참여 3,400명, 조사완료 2,002명 (요청대비 10.1%, 참여대비 58.9%)
  • 조사일시: 2025년 3월 12일 ∼ 3월 17일
  • 조사기관: (주)한국리서치(대표이사 노익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