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유인상점을 대체해 종업원이 없는 비대면 방식을 취하는 무인상점이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편의점 4사의 무인편의점 개수는 3,310개로 2020년(499개) 대비 6배 증가하였으며, 국내 셀프 빨래방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연평균 22.7% 성장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무인상점의 증가를 비대면의 일상화를 보여주는 증거로 보기도 한다. 코로나19 상황을 거치면서 소비자들이 대면 상황보다는 비대면 상황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MZ세대일수록 무인상점으로의 변화를 반기고 있다는 주장 또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과연 그럴까?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지난 8월 4일부터 7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인상점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하였다.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는 비대면화 현상 중 하나인 무인상점을 주제로 한 이번 조사를 통하여, 무인상점의 이용 실태, 무인상점에 대한 인식, 더 나아가 무인상점과 같은 비대면화의 상황을 직면한 일반 국민들의 생각을 알아보았다.
주요 내용
- 무인상점의 이용률은 일반국민 10명 중 9명에 달할 정도로 높은 수치를 보였지만, 업종별로 연령에 따른 이용률의 차이를 보였다.
- 하지만 무인상점의 높은 이용률의 이유는 비대면의 선호보다는 접근성이 큰 요인으로 작용하였으며, 무인상점이 생겨나는 이유 또한 경제적인 요인이 가장 높이 꼽혔다.
- 무인상점으로의 대체 가능성은 인정하지만, 여전히 유인상점에 대한 높은 선호를 보이고 있다.
무인상점의 이용 실태
일반 국민의 10명 중 9명은 무인상점을 이용해 본 것으로 나타나
코로나19를 거치며 무인상점의 수가 급속히 증가함에 따라, 무인상점의 이용률 또한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보기로 제시한 10개 업종(편의점, 빨래방, 아이스크림점, 카페, 독서실, 패스트푸드점, 밀키트점, 사진관, 숙박업소, 노래방)과 그 외 다른 업종의 무인상점을 하나라도 이용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91%였다. 특히 18-29세 응답자 중에서는 99%가 무인상점을 이용한 경험이 있었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무인상점 이용률이 낮아지기는 하나, 60세 이상에서도 83%가 무인상점을 한 번이라도 이용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무인 아이스크림점’ 이용률이 가장 높으며, 18-29세의 ‘무인 노래방’, ‘무인 사진관’ 이용률 특히 높아
보기로 제시한 무인상점 업종 중, 무인 아이스크림점을 한 번이라도 이용한 경험이 있다는 사람이 72%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 무인 편의점(58%), 무인 빨래방(54%), 무인 노래방(47%) 등의 순으로 높았다.
대부분의 업종에서 연령대가 낮을수록 이용 경험률도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는데, 특히 무인 노래방, 무인 사진관은 연령별 이용 경험률의 차이가 컸다. 18-29세의 무인 노래방 이용 경험률은 91%에 달해, 50대의 33%, 60세 이상의 19%를 크게 앞질렀다. 무인 사진관 또한 18-29세의 경험률(62%)이 50대(16%), 60세 이상(19%)의 경험률 대비 3배 이상 높았다.
무인상점 이용/비이용 이유
무인상점 이용/비이용 이유는 비대면에 대한 선호?
그보다는 접근성이 더 큰 요인으로 작용
그런데 무인상점을 이용하는 주된 이유를 살펴보면, 일각에서 제기하는 비대면에 대한 선호보다는 편리한 접근성이 더 큰 이유임을 알 수 있다. 무인상점을 이용한 가장 주된 이유로는 ‘원하는 시간대에 이용할 수 있어서’(28%)와 ‘거리가 가까워서’(26%)가 높았으며, ‘직원의 눈치를 보지 않고 비대면으로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서’(18%)는 그 다음이었다.
무인상점을 이용하지 않은 가장 주된 이유도 접근성이다. 무인상점을 이용하지 않은 사람들이 꼽은 주된 이유는 ‘주변에 무인 점포가 없어서’(38%)이며, ‘대면 서비스를 더 선호해서’라는 응답은 12%에 그쳤다.
무인상점이 생겨나는 이유 역시 ‘비대면’보다는 비용감소와 시간제약 없는 운영시간 때문으로 인식
사람들은 무인상점의 수가 늘어나는 이유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여기에서도 비대면에 대한 선호는 상대적으로 낮은 위치를 차지한다. 사람들은 주로 ‘인건비 및 부대비용 감소의 효과’(93%)와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에’(92%) 무인상점이 생겨나고 있다고 본다. 반면 ‘비대면 거래를 선호하는 현상 때문에’ 무인상점이 늘어난다는 데 동의하는 사람은 73%로 앞선 두 개보다 상대적으로 낮다.
무인상점의 수가 늘어나고 있으며, 소비자들에게 빠르게 침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이번 조사결과를 보면, 그 이유를 사람들이 비대면 상황을 더 선호하기 때문만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업주들은 인건비 등 부대비용을 줄이고 시간제약을 상대적으로 덜 받으며 매장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무인상점을 연다. 소비자들은 가까운데 있고 시간과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무인상점을 이용한다.
무인상점으로의 전환 가능성은?
유인상점 이용 시 대면 상황에서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은 10명 중 3명으로 낮은 수준
사람들은 정말로 대면 상황보다 비대면 상황을 더 선호할까? 유인상점을 이용할 때, 직원이나 다른 사람들을 마주하는 상황에서 불편한 감정을 실제로 느끼는 사람은 전체의 31%였다. 대면 상황에 대한 거부감이 비교적 낮은 것이다. 모든 연령대에서 대면 상황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비율은 과반을 넘지 않았지만,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대면 상황에 대한 거부감은 높아졌다. 60세 이상에서는 23%만이 유인상점에서의 대면 상황에 불편한 감정을 느낀다고 답했으나, 18-29세에서는 이보다 두 배 가까운 42%가 불편한 감정을 느낀다고 답했다.
다만 무인상점 이용이 대면 상황에서 느낄 수 있는 불편한 감정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수가 동의했다(72%).
무인상점으로의 전환, 불가능하다고 보지는 않으나
카페, 패스트푸드점, 사진관, 편의점 등은 무인상점보다는 유인상점을 더 선호한다는 의견 우세
무인상점의 수가 늘어나고 있으며, 일부 업종은 이미 무인상점화가 어느정도 진행이 되었다. 이번 조사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다수 업종에서 유인상점이 무인상점으로 완전하게 대체될 것이라 예측하였다. 빨래방(83%), 아이스크림점(81%), 노래방(78%) 등은 10명 중 8명이 무인상점으로의 완전한 대체가 가능하다고 보았고, 밀키트점(73%), 독서실(69%), 숙박업소(61%), 편의점(54%) 또한 무인상점으로 완전히 대체가 가능하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다만 사진관(42%), 패스트푸드점(42%), 카페(46%)는 무인상점으로 완전히 대체가 가능하다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다만 대체 가능성과는 별개로, 유인상점보다 무인상점에 대한 선호도가 뚜렷하게 더 높은 업종은 10개 중 4개였다. 빨래방(무인상점 선호 59%)과 아이스크림점(57%)은 무인상점에 대한 선호도가 과반을 넘었다. 노래방(46%)과 밀키트점(41%)도 무인상점을 더 선호한다는 의견이 높았다. 반면 카페(유인상점 선호 54%), 패스트푸드점(53%), 사진관(47%), 편의점(43%)은 무인상점보다는 유인상점을 선호한다는 의견이 우세하였다. 인간이 제공하는 서비스 및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 업종이 있고, 이들 업종은 무인상점으로 완전히 대체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거나, 혹은 대체가 아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이미 다수의 사람들이 무인상점을 이용한다. 무인상점으로의 대체 가능성을 받아들이고 있기에, 무인상점 자체에 대한 거부감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인상점으로의 전환에 거부감이 낮은 이유는 무인상점이 주는 편리한 접근성, 값싼 가격 등 다양한 요인 때문이다. 비대면 사회에 대한 열망을 반영한 비즈니스 트렌드가 무인상점이라고 하는 일각의 해석은 단편적이고 과도한 것으로 보인다. 무인상점의 증가가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을 반영하는 하나의 지표로 볼 수는 있다. 하지만 이용의 편의성과 경제성은 사회 변화와 관계없이 소비자가 항상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요인이고, 무인상점은 이러한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기 때문에 그 규모를 늘려나간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한 해석이다.
무인상점이 늘어나는 흐름 속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계층은 없는지, 이전에는 없었던 문제점들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러두기
- 본 리포트의 데이터는 소수점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하여 정수로 표기하였으므로, 보고서 상에 표기된 값의 합이 100%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복수응답 문항의 빈도는 그 합이 100%를 초과할 수 있습니다.
- 응답 사례 수가 적은 경우 해석에 유의하여 주십시오.
조사개요
- 모집단: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 표집틀: 한국리서치 마스터샘플(23년 8월 기준 전국 89만여 명)
- 표집방법: 지역별, 성별, 연령별 비례할당추출
- 표본크기: 1,000명
- 표본오차: 무작위추출을 전제할 경우,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집오차는 ±3.1%p
- 조사방법: 웹조사(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url 발송)
- 가중치 부여방식: 지역별,성별,연령별 가중치 부여(셀가중, 2023년 6월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 기준)
- 응답률: 조사요청 7,053명, 조사참여 1,298명, 조사완료 1,000명(요청대비 14.2%, 참여대비 77.0%)
- 조사일시: 2023년 8월 4일 ~ 8월 7일
- 조사기관: ㈜한국리서치(대표이사 노익상)
- [기획] 비대면 사회를 향한 열망의 과도한 해석? – 무인상점 이용 실태와 인식 - 2023-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