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고양이와 함께 사는 국내 2,002명의 보호자들에게 물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삶은 어떤가요?” 본 칼럼은 한국 반려동물 가구의 돌봄 경험에 대한 2회에 걸친 연재물 중 첫 번째로, 한국리서치와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수의인문사회학 연구실이 지난해 3월 12일 ~ 17일 공동으로 수행한 [2025 반려동물 양육 가구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기획되었다.

주요 내용

 

  •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에 대한 만족도는 94.2%, 삶의 질이 높아졌다는 응답은 78.2%에 달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 주양육자들의 돌봄 부담 점수는 11.34점으로, 일반 기준치(9점)는 물론 해외 조사 수치보다도 높게 나타났다.

 

  • 반려동물을 키우기로 결심하고 준비하는 데 걸린 기간이 한 달 미만인 사람은 56.3%이며, 20.8%는 당일에 결심하고 반려동물을 데려왔다.

 

  • 반려동물을 키우기 시작할 때 56.4%는 반려동물의 죽음과 그 이후까지를 생각해본 적 있다고 답했고, 21.5%는 건강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일상까지만을 생각하고 데려왔다.

 

  • 주양육자들이 꼽은 가장 큰 어려움은 비용(7.7%)보다 ‘집을 오래 비우지 못하는 점'(52.7%)이었으며, 이웃과의 갈등(18.2%)이나 파양 고민(11.2%)을 경험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반려동물이 주는 기쁨, 그리고 짧은 준비 기간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삶, 기쁨과 행복의 원천

언제나 조건없이 우리를 반겨주고 따르는 작고 따뜻한 존재, 반려동물은 사람들에게 위안과 기쁨을 준다. 빡빡하고 건조한 일상에 활기를 심어주는 삶의 원동력이자,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마음 한켠을 간질이는 애정의 대상인 동물들을 통해 우리는 사랑을 받는 법과 주는 법 모두를 배운다. 반려동물은 단순히 인간의 삶의 일부라기보다 그 삶을 더 깊고 온전하게 만드는 존재이다.

본 설문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에 대한 만족도는 94.2%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또한 78.2%의 응답자는 반려동물과 함께 살기 전의 삶보다 이후의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삶에서 가장 큰 장점으로 정서적 안정감이나 위로감 등 정신 건강에 대한 도움과 함께 삶의 행복감과 책임감 향상을 꼽았다.

짧은 준비로 시작되는 반려동물 보호자 되기,
응답자 56.3% 반려동물 데려오기 전 고려 기간 한달 미만으로 나타나

사람들은 저마다의 계기와 이유로 반려동물과의 삶을 결심하게 된다. 동물이 좋아서, 다른 가족들이 원해서, 어쩌면 우연한 계기로 동물을 맡아 키우게 되기도 한다. 또 하나의 가족이나 친구를 만들고 싶어서 혹은 집에 혼자 있는 동물을 위해 마음먹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유를 막론하고 동물과 함께할 삶을 결심하고 준비하는데 걸리는 기간은 놀라울 정도로 짧다. 본 설문에서 응답자들의 56.3%는 새로운 반려동물을 데려오기 전 고려 기간이 한달 미만이었으며, 심지어 당일 결심했다는 답변 역시 20.8%에 달했다.

반려동물을 데려오기 전 사전 준비가 어느 정도 되었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 이상(53.1%)은 사전준비가 부족했다고 답했다. 사전에 아무리 철저히 준비를 하고 고민을 한 후 동물을 맞이하더라도, 함께 사는 동안 예상치못한 크고 작은 어려움들을 마주한다. 살아있는 존재인 반려동물과 함께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동물을 가족에 들이는 것은 가구나 인형을 들이는 것과는 다르다. 본 설문에서도 충동적으로 결정하고 준비가 미흡한 채 반려동물을 데려온 응답자들은 가정 내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더 컸고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에 대해 낮은 만족감을 보였다.

보호자라는 역할의 무게 – 돌봄부담의 실체

동물의 반복적 일상과 변화하는 생애주기 모두를 돌보는 보호자 역할과 마주하기

반려동물은 생존을 보호자에게 의존한다. 반려동물 보호자는 동물에게 잠자리를 제공하고, 먹이고, 씻기고, 배설물을 치우고,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고, 산책하고 놀아주는 일상적인 돌봄을 담당한다. 그러나 반려동물을 돌본다는 것은 이와 같은 일상적인 돌봄 이상을 의미한다. 보호자는 인간보다 삶의 주기가 짧은 동물의 성장, 노화, 질병, 임종 및 죽음까지 함께 겪는다. 그리고 그 안에서 반려동물과의 관계 변화를 받아들이고 스스로도 변해간다.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동물의 평생을 책임지는 것은 보호자의 당연한 의무로 여겨진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키우기 시작할 때 반려동물과의 미래를 어디까지 생각해 봤는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11.4%는 반려동물이 늙고 병든 순간까지, 56.4%는 동물의 죽음과 그 이후까지를 생각해본 적 있다고 답했다. 반면, 21.5%는 건강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일상까지만을 생각하고 데려왔다고 답했다.

보호자들은 막상 동물의 노화나 질병과 관련된 변화를 마주했을 때 갑작스럽고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끼게 된다. 치매 증상을 보이는 개나 신부전으로 지속적인 관리를 요하는 고양이는 가족이 꿈꾸는 반려동물의 모습이 아닐 수 있다. 생애 변화에 따른 새로운 돌봄 과정에서 시간, 돈, 체력 부족과 같은 다양한 제약이나 갈등을 경험하기도 하고, 스스로 적절한 돌봄을 제공하지 못했다고 여기는 경우 죄책감이나 압박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스스로의 역할과 돌봄 방식에 있어 생기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혼란을 겪는다면 동물과 보호자 모두의 삶의 질은 급격히 악화된다.

한국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경험하는 반려동물 돌봄 부담, 다른 나라에 비해 높게 나타나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경험할 수 있는 감정적인 중압감이나 실제적인 어려움에 대한 인식을 ‘반려동물 돌봄 부담(Pet Caregiver Burden)’이라고 한다. 반려동물 돌봄 부담은 보호자의 우울감이나 번아웃 같은 부정적인 심리 상태를 유발할 수 있으며, 동물에게는 건강과 복지와 직결되는 돌봄이나 치료 방식, 안락사 의사결정 등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2019년 미국 켄트주립대학 심리학과 메리 스피츠나겔 연구팀은 반려동물 돌봄자들의 돌봄 부담 확인을 위한 척도를 제시했다. 이는 노년기 심리학 전문가 스티븐 자릿이 인간을 돌보는 돌봄자들의 돌봄 부담 확인을 위해 개발한 척도를 수정한 것이다. 이를 통해 반려동물 돌봄 과정에서 경험하는 부정적 감정, 실질적 제약, 심리적 죄책감 등을 포함하는 돌봄 부담을 측정할 수 있다. 본 설문 응답자의 돌봄 부담으로 인한 심리적 압박과 죄책감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돌봄 부담 평균은 총점 28점 중 11.34점으로 일반적인 돌봄 부담의 기준치인 9점보다 높았다. 이는 미국과 홍콩 등 다른 국가에서의 조사치보다 높다.

반려동물 돌봄 부담을 높이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
개인적 영역을 넘어 사회·환경적 조건까지의 다양한 측면들이 관여

반려동물 돌봄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다양하다. 개 보호자에게는 산책 루틴이 중요한 반면, 고양이 보호자의 경우 물을 먹지 않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된다. 또한 잦은 병원 방문과 밀착 케어가 필요한 1년령 이하의 어린 동물이나 치매, 암과 같은 질병을 앓고 있는 노령 동물을 돌보는 것은 훨씬 힘들다.

한편, 동물에 대한 애착도는 양면적인 특성을 갖는다. 애착도가 높은 보호자의 경우 강도 높은 돌봄에 대한 스트레스 지수가 낮으나, 반대로 더 잘해줘야 한다는 압박감과 죄책감으로 인해 더 높은 부담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도 있다. 2-30대 보호자는 사회적 역할 수행과 반려동물 돌봄 사이 갈등이나 경제적 불안정으로 인해 다른 연령대보다 높은 돌봄 부담을 경험할 수 있다. 반면 노령 보호자들의 경우 신체적 제약으로 인해 병원 방문 등 동물 이동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돌봄에 들어가는 금전적, 시간적, 체력적 비용과 주위로부터의 지원 가능성 역시 반려동물 돌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보통 비용 부담은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겪는 대표적인 어려움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본 설문 결과 동물을 두고 집을 오래 비우지 못하는 점(52.7%), 털과 배변관리 어려움(13.7%)에 대한 비율이 가장 높은 반면, 비용에 대한 어려움은 7.7%로 나타났다.

반려동물과의 관계성과 돌봄의 방식은 개인적 요인에 더해 환경적, 사회적 조건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대다수의 반려동물 가구는 읍면지역보다 도시지역에 밀집되어 있다. 도시 주거 공간의 물리적인 구조와 인구 과밀성은 동물을 불편한 존재로 만들기 쉽다. 본 설문의 응답자 5명중 1명(18.2%)은 반려동물이 야기하는 소음이나 공격적인 행동, 배변 문제로 인해 민원을 받는 등 이웃과의 갈등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또한 응답자의 11.2%는 파양을 고민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는데, 그 이유는 물건훼손, 짖음 등 반려동물의 행동문제(21.0%)가 가장 높았다. 이러한 행동들은 오랜 시간 혼자 있거나 자극이 부족한 환경에 놓이는 경우 등 동물이 스트레스를 받는 조건에서 쉽게 발현될 수 있다. 또한 동물의 행동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그 행동이 부적절하다고 여겨지게 되는 상황에 의해 문제화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더해 미디어를 통해 형성되는 ‘바람직한’ 보호자에 대한 문화적 규범은 보호자들의 자기 검열이나 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주는 간접적 요인이 될 수 있다.

상호적 변화의 관계로서의 반려, 인간-동물 관계 이해의 새로운 출발점

반려동물이 제공하는 가장 큰 감정은 안정감이다. 하지만 이는 잘 형성된 인간-반려동물 관계성 안에서 가능한 것이다. 본 설문 조사 결과는 한국의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반려동물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과정에서 높은 만족감과 부담 사이 기쁨과 슬픔, 애정과 짜증, 죄책감과 책임감을 넘나드는 감정을 느끼는 다양한 상황을 마주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적절한 돌봄과 관계성이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돌봄과 관계를 위한 끊임없는 시도와 상호변화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호자는 반복적이고 지속적이고 실천적인 ‘종을 넘어서는 돌봄’을 행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보호자들은 동물로부터 위안과 온기를 통해 반대로 돌봄을 받는 수혜자가 된다.

이처럼 반려 관계는 애착과 지배, 의존과 돌봄, 책임과 부담이라는 관계의 양면성과 상호성을 기반으로 존재한다. 동물과 인간의 반려 관계는 생물학적으로 단지 주어진 관계가 아니라, 동물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둘러싼 개인적, 사회적, 환경적 요인들이 반영되어 형성 “되어가는(becoming)” 유동적인 관계다. 일상을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서로의 역할과 삶의 방식을 학습하고, 몸을 통해 익숙해지는 과정은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쉽지 않다. 이러한 노력의 과정 자체가 반려의 과정이며, 이를 통해 인간과 동물의 관계는 한층 두텁고 울퉁불퉁하고 특별하게 엮인다.

조사개요

  • 모집단: 전국 반려동물(개 ·고양이) 양육가구의 주보호자
  • 표집틀: 한국리서치 마스터샘플(25년 3월 기준 전국 97만여 명)
  • 표집방법: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반려가구 분포를 고려하여, 지역/주택유형/가구원수 비례 할당
  • 표본크기: 2,002명
  • 표본오차: 무작위추출을 전제할 경우,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집오차는 ±2.2%p
  • 조사방법: 웹조사(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url 발송)
  • 가중치 부여방식: 지역 ·주택유형·가구원수 가중치 부여(림가중)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반려가구 기준)
  • 응답율: 조사요청 19,855명, 조사참여 3,400명, 조사완료 2,002명 (요청대비 10.1%, 참여대비 58.9%)
  • 조사일시: 2025년 3월 12일 ∼ 3월 17일
  • 조사기관: (주)한국리서치(대표이사 노익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