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안전이별’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데이트 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했다. 국회에 제출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데이트 폭력 범죄 신고는 2020년 1만 9,940건에서 2021년 5만 7,297건으로 1년 만에 3배로 급증했다. 데이트 폭력이 중요한 사회문제로 이슈화된 현 시점에서, 일반 국민들은 데이트 폭력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고, 이에 대해 심각성을 느끼고 있을까?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지난 10월 28일 ~ 3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젠더갈등과 데이트 폭력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였다.
주요 내용
- 응답자 10명 중 7명이 젠더폭력이 심각하다고 느꼈고(76%), 심각하다는 응답은 남성(69%)에 비해 여성(82%)이 높았다.
- 데이트 폭력 직/간접 경험률은 24%이며, 경험률은 여성(29%)이 남성(18%)에 비해 높았다.
- 유형별로 질문한 결과, ‘통제-나의 휴대폰, 이메일, SNS 등을 점검한다’(60%), ‘성적 폭력- 나의 의사에 상관없이 신체부위를 만진다’(59%) 등의 순으로 데이트 폭력에 해당한다는 응답 비율이 높았다.
- 성적/신체적, 언어/정서적 폭력의 형태와 상관없이 모두 ‘둘만의 일 혹은 사랑싸움으로 무마할 수 있다’에 대해 동의하는 비율이 2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또한, 폭력의 형태와 무관하게 ‘사랑의 한 형태일 수 있다’에 대해서도 동의하는 비율이 10%대로, 우리 사회가 데이트 폭력을 단순한 사랑과 개인의 문제로 인식하지 않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 데이트 폭력 신고율 대비 실제 피해 경험률이 높을 것이라는 응답은 전체의 62%로 나타났으며, 이에 대해 ‘2차 가해가 두려워서’,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워서‘(각각 53%)를 주된 이유로 꼽았다.
젠더폭력
젠더폭력, 10명 중 7명이 심각하다고 느껴
전체 응답자의 76%가 우리사회의 젠더폭력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심각하다는 응답은 여자(82%)가 남자(69%)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또한, 연령별로 보면, 50대는 80%가 심각하다고 느낀 반면, 20대는 67%가 심각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젠더 기반 폭력이란 상대 성(젠더)에 대한 혐오를 담고 저지르는 폭력으로, 젠더란 생물학적 성이 아닌 ‘사회적 성’을 뜻한다. 젠더 폭력은 남성성과 여성성을 바탕으로 약자에게 가해지는 폭력이라 볼 수 있는데, 최근에는 여성 폭력, 남성 폭력, 성소수자에 대한 폭력을 모두 포함한다. 또한, 성폭력을 비롯한 가정폭력, 데이트 폭력이 해당되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데이트 폭력’에 대해 심층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사회의 데이트 폭력 인지 감수성
데이트 폭력 직/간접적으로 경험해 본 적 있다, 응답자 전체 중 24%
여성(29%)이 남성(18%)보다 경험해 본적 있다는 응답이 많아
먼저 데이트 폭력 경험에 대해 질문한 결과, 응답자 전체의 24%가 데이트 폭력을 직접 경험하거나 가족 또는 지인이 경험한 것을 보거나 들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데이트 폭력에 대해 직/간접적인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여성(29%)이 남성(18%)에 비해 높았다. 연령별로는, 40대가 31%로 직/간접 경험률이 가장 높은 반면, 60대의 응답 비율은 16%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나의 휴대폰, 이메일, SNS 등을 점검한다’에 대해 60%,
‘나의 의사에 상관 없이 신체 부위를 만진다’에 대해 59%가 데이트 폭력에 해당한다고 답해
<한국여성의전화>의 ‘데이트 폭력 대응을 위한 안내서’에 따르면 데이트 폭력을 크게 ‘통제’, ‘언어적·정서적·경제적’, ‘신체적’, ‘성적’ 폭력 4가지로 구분한다. 여기에 해당하는 여섯 가지 사례를 제시하고 데이트 폭력에 해당한다고 보는지 물었다.
데이트 폭력에 해당한다는 응답은 ‘통제’에 해당하는 ‘나의 휴대폰, 이메일, SNS 등을 점검한다’(60%)와 성적 폭력에 해당하는 ‘나의 의사에 상관없이 신체부위를 만진다’(59%)가 가장 높았다. 정서적 폭력의 일종인 ‘통제’에 대한 민감도가 물리적인 ‘성적’ 폭력 만큼 높은 것이다. 다음으로 ‘언어·정서적 폭력-내가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느낄 정도로 비난한다’(57%), ‘신체적 폭력-나의 팔목이나 몸을 힘껏 움켜쥔다’(55%), ‘언어·정서적 폭력-나와는 관계 없는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너 때문이야”라는 말을 자주 한다’(52%)가 뒤를 이었다. 반면, ‘통제-함께 있지 않을 때, 내가 누구와 있는지 항상 확인한다’가 데이트 폭력에 해당한다는 49%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총 6가지 항목 중 4개 이상의 항목에서 데이트 폭력에 해당한다고 답한 경우, 인지 감수성이 높다고 해석하였다. 전체 응답자의 55%가 데이트 폭력 인지 감수성이 높은 사람에 해당하였다. 남성(47%)보다는 여성(62%)이, 그리고 연령대가 낮을수록 데이트 폭력 인지 감수성이 높은 사람이 많았다.
특히, 데이트 폭력 경험에 따른 차이가 두드러졌다. 본인이 직접 데이트 폭력을 경험했거나, 혹은 가족이나 지인이 데이트 폭력을 경험한 것을 보거나 들은 적이 있는 사람(71%)은 그렇지 않은 사람(31%)에 비해 인지 감수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의 형태와 상관없이 데이트 폭력은
단순히 ‘사랑싸움’, ‘애정표현’으로 무마할 일이 아니라는 인식
데이트 폭력을 단순한 사랑싸움으로 바라볼 수 없다는 인식은 폭력의 형태와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적’, ‘언어/정서적‘, ‘성적‘ 폭력 유형별로 구분하여 데이트 폭력에 대한 인식을 살펴본 결과, ‘사랑의 한 형태일 수 있다’에 대해 동의한 비율은 모두 10% 수준에 그쳤다(신체적 10%, 언어/정서적 11%, 성적 9%). ‘둘만의 일 혹은 사랑싸움으로 무마할 수 있다’에 대해 ‘성적’ 폭력은 15%, ‘언어/정서적’ 폭력이 19%, ‘신체적’ 폭력이 20%로 폭력의 형태와 상관없이 둘만의 일이나 다툼으로 무마할 건 아니라는데에 공감했다.
‘한 명이 조심하거나 순응하면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 일이다’에 대해 동의하는 비율도 ‘성적’ 폭력이 13%, ‘신체’ 및 ‘언어/정서적’ 폭력이 각각 16%로 10%대에 그쳤다. 이는 응답자 대다수가 데이트 폭력을 피해자의 행동과 무관한 것으로 인식하는 결과이다.
다만, ‘사적인 문제로, 법적/공적으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어렵다’에 대해서는 ‘성적’ 폭력과 다른 폭력 유형 간 차이가 확인되었다(‘성적’ 폭력 30%, ‘언어/정서적’ 폭력 38%, ‘신체적’ 폭력 40%). ‘신체’ 및 ‘언어/정서적’ 폭력에 대해서는 공적 개입이 어렵다는 인식이 ‘성적’ 폭력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를 종합해보면, 물리적 폭력인 신체적, 성적 폭력과 마찬가지로 언어/정서적 폭력에 대해서도 ‘폭력’으로 인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리적 폭력과 심리적 폭력 간 큰 차이 없이 모두 데이트 폭력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데이트 폭력에 대해서도 단순한 ‘사랑싸움’, ‘피해자가 잘못해서 벌어진 일’ 로만 바라보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신체적 폭력이나 언어/정서적 폭력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사람(10명 중 4명)이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어렵다는 우려를 표현하였다.
데이트 폭력 신고율 대비 실제 피해율 높을 것, 62%
피해자 보호 미비 및 2차 가해에 대한 우려를 주된 이유로 꼽아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가 서로 모르는 사이거나 적대적 관계가 아닌 과거 또는 현재의 친밀성에 기반하고 있어 폭력 발생 후에도 신고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거나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본다. 이에 실제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의 정도는 통계에서 드러난 것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라 예상한다(김효정(2022), 「친밀한 관계에서의 젠더폭력 대응을 위한 정책 방향 모색」,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사람들의 생각 또한 같은데, 이번 설문에서 데이트 폭력 신고율 대비 실제 피해율에 대해 질문한 결과, 응답자의 62%가 실제 피해율이 신고율에 비해 높을 것이라고 답했다. (낮다 27%, 비슷하다 7%, 모르겠다 4%)
젠더폭력을 심각하다고 느끼는 사람(65%)과 심각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55%) 간의 차이도 나타났다. (모르겠다 49%) 특히, 데이트 폭력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해본 적 있는 응답자의 70%가 신고율 대비 피해율이 높을 것이라고 답한 반면, 데이트 폭력을 경험해본 적 없는 응답자는 59%가 높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즉, 데이트 폭력을 경험한 사람이 경험이 없는 사람보다 숨겨진 피해가 더 많을 것이라 느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신고율 대비 실제 피해율이 더 높다고 느낄까? 그 이유에 대해서는, ‘현재 피해자 보호조치가 미비하여 2차 가해가 두려워서’, ‘신고 후의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워서’(각각 53%)를 주된 이유로 꼽았다. 이는 성별, 연령별 큰 이견 없이 모두가 공감했다.
여성가족부 부처 존폐 여론
여성가족부 폐지 개편안 찬반 의견 팽팽
데이트 폭력을 비롯한 젠더폭력 제도 개선 및 피해자 지원 전담 기구는 필요해
지난해 10월, 정부는 여성가족부 개편안을 발표하였다.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그 업무를 나눠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에 이관하여 보건복지부 내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신설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이번 조사에서 여성가족부 개편안에 대해 응답자의 44%는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면, ‘반대’한다는 응답자도 43%로 대립이 팽팽하다. 특히, 젠더폭력 심각성 인지에 따른 차이가 두드러지는데, 젠더폭력이 심각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38%가 여가부 폐지 개편에 대해 찬성한 반면, 심각하지 않다고 느낀 사람은 76%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현재 데이트폭력을 비롯한 젠더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호 및 지원은 여성가족부에서 전담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산하로 <여성 긴급전화1366>을 운영 지원하고, 피해자 보호시설인 ’해바라기센터’ 운영, 가정폭력 방지 및 피해자 지원 등을 전담하고 있다. 특히 여성긴급전화1366은 24시간 핫 라인으로 긴급상담 및 안내, 보호조치를 취할 수 있는 기구로써 긴급보호 조치를 통한 112, 119 연계조치, 긴급피난처 등을 제공하고 있다.
모든 범죄에 대해서는 명확한 처벌이 우선시되어야 하지만, 젠더폭력에서는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이 함께 이루어져야만 한다. 젠더폭력은 엄연한 범죄이며, 단순한 다툼이나 개인의 문제로 축소해서는 안된다. 데이트 폭력에 대한 인지 감수성 교육과 함께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무마해서는 안된다는 인식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법적 차원에서도, 현재 데이트 폭력 처벌과 관련한 단일법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부의 개편안대로 여성가족부가 폐지된다 하더라도, 미비한 제도를 개선하고 데이트 폭력 피해자에 대한 통합적인 지원을 전담하는 기구가 필요해 보인다.
일러두기
- 본 리포트의 데이터는 소수점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하여 정수로 표기하였으므로, 보고서 상에 표기된 값의 합이 100%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복수응답 문항의 빈도는 그 합이 100%를 초과할 수 있습니다.
- 응답 사례 수가 적은 경우 해석에 유의하여 주십시오.
조사개요
- 모집단: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 표집틀: 한국리서치 마스터샘플(22년 9월 기준 약 79만명)
- 표집방법: 지역별, 성별, 연령별 비례할당추출
- 표본크기: 1,000명
- 표본오차: 무작위추출을 전제할 경우, 95%신뢰수준에서 각 조사별 최대허용 표집오차는 ±3.1%p
- 조사방법: 웹조사(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url 발송)
- 가중치 부여방식: 2022년 9월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인구 기준 지역별, 성별, 연령별 가중치 부여(셀가중)
- 응답률: 조사요청 7,028명, 조사참여 1,309명, 조사완료 1,000명(요청대비 14.2%, 참여대비 76.4%)
- 조사일시: 2022년 10월 28일 ~ 10월 31일
- 조사기관: ㈜한국리서치(대표이사 노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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