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천륜임에 틀림없다. 우리말 ‘내리사랑’이라는 단어에 대부분 공감하듯 부모는 자식에게 무한한 애정을 베푸는 존재이며, 누구나 ‘사모곡’을 들으면 마음이 숙연해 지듯 자식 또한 부모에 대한 애달픔은 인지상정이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뿌리 깊게 자리한 ‘효(孝)’의 영향일 것이다. 조선시대를 거치고 현재에 이르러 여러 세대가 살아가는 동안 ‘효’는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다.

‘가부장제’ 통념이 흐릿해지고 여권이 신장되면서, 사회 구조와 가족 구조, 개인의 가치관이 크게 변하고 있다. ‘효’에 대해서도 관점의 차이와 갈등이 드러나고 있다. ‘대리효도(아내가 남편을 대신해 시댁에 효도하기를 강요하거나, 남편이 아내를 대신해 처가에 효도하기를 강요하는 것)’, ‘셀프효도’(자기 부모님은 자기 자신이 챙기는 것)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만큼 효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으며, 가족 간 봉양 문제와 이혼까지 다양한 형태의 갈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에서 지난 9월 8일 ~1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효’의 실천과 부모부양에 대한 인식, 효의 가치 및 시대에 따른 변화 등을 확인해 보았다.

주요 내용

  • 10명 중 7명(68%)은 부모님께 효도하지 못해 죄책감을 경험한 적 있다. 47%는 ‘자주 찾아뵙지 못해서’ 죄책감을 느끼고 ‘자주 연락드리지 못해서(40%)’, ‘개인적인 일들로 걱정을 끼쳐드려서(38%)’가 뒤를 잇는다.
  • 4명 중 1명(23%) 정도는 부모님 봉양 문제로 가족 내 갈등을 경험한 적이 있다. 45%는 자신의 부모님을 모시고 챙기는 일과 관련해 배우자의 눈치를 본 적이 있고, 28%는 배우자와의 다툼으로까지 이어진 적 있다고 답했다. 주로 ‘부모님을 모시는 문제(24%)’, ‘부모님에 대한 경제적 지원(22%)’ 등이 갈등 요인이라고 지목한다.
  • 효는 중요한 가치라는 점에 대부분 공감하나, 시대에 따른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다(86%). 본인은 부모에게 연락(93%), 감사표현(90%), 방문(81%), 돌봄(75%)을 하는 것이 효라고 답했다. 반면, 본인의 자녀에 대해서는 연락(65%)과 감사표현(65%)만으로도 충분한 효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효도 실천 및 부모부양 인식

3명 중 2명(68%), 효도를 못해 죄책감 경험
여성보다는 남성이, 연령대가 높을수록 죄책감 느낀 경험 많아

이번 조사에서, 3명 중 2명(68%)은 부모에게 효도를 못해서 죄책감을 느껴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응답했다. 여성(63%) 보다는 남성(72%)이, 연령대가 높을수록 (18-29세 51%, 30대 60%, 40대 64%, 50대 75%, 60세 이상 78%) 죄책감을 느껴본 경향이 짙었다.

중장년층 ‘부양하지 못해서’, ‘자주 찾아 뵙지 못해서’  죄책감
18~39세 ‘경제적으로 도움만 받아서’, ‘걱정 끼쳐 드려서’ 죄책감

죄책감을 느낀 이유는 ‘자주 찾아 뵙지 못해서(47%)’, ‘자주 연락 드리지 못해서(40%)’, ‘걱정 끼쳐 드려서(38%)’, ‘부양하지 못해서(34%)’ 등의 순이었다. 세대별로 죄책감의 이유에 차이가 있었는데, 부모 부양에 대한 책임을 느끼기 시작하는 40대 이상은 ‘자주 찾아 뵙지 못해서’와 ‘부양하지 못해서’가 많았으며, 젊은 연령층인 18~39세층에서는 ‘경제적으로 도움만 받아서’, ‘걱정 끼쳐 드려서’ 순이었다.

10명 중 7명(68%)이 효도를 못해서 죄책감을 갖고 있다는 조사결과는 부모 부양이 본인의 의지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부모의 노년기를 경험했거나, 이미 부모님을 떠나 보낸 사람이 많은 60세 이상 응답자들이 ‘자주 찾아 뵙지 못해서(56%)’, ‘부양하지 못해서(53%)’ 부모님에게 죄책감을 느낀다는 점은 효에 대한 이상적인 그림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본인의 녹록치 않은 현실을 반영하기도 한다. 배우자와의 생각 차이, 경제적 여건, 본인의 생업 등 다양한 이유가 존재하겠지만 상당수의 대한민국 중장년이 부모에게 책임 의식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부모 부양은 가족간의 불화 원인이기도…
23%가 부모님 봉양으로 인한 가족 내 갈등을 경험

부모님을 모시는 문제로 가족 내 불화나 다툼을 경험한 사람은 전체의 23%로, 적지 않은 수가 갈등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30대와 40대 보다는 50세 이상에서의 불화 경험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이는 ‘노년기 부모 부양’이라는 현실이 가족 간 갈등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부모 부양과 관련한 가족 내 불화나 다툼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부모님 케어에 대한 불만(36%)’, ‘자녀들 간의 경제적 지원 정도에 따른 불만(22%)’, ‘모시는 자녀 부부 간의 갈등(18%)’, ‘서로 모시지 않으려는 상황(15%)’ 등의 순이었다. 50세 이상에서는 ‘부모님 케어’가 가장 주된 갈등 원인이나, 40대 이하에서는 ‘자녀들 간의 경제적 지원 정도에 따른 불만’도 주된 갈등 원인 중 하나로 언급되었다.

부모님과 관련해 기혼자의 45%는 배우자 눈치 본 경험, 28%는 배우자와 갈등 경험 있어
부부간 다툼 이유는 부모님을 모시는 문제, 경제적 지원

기혼자 중에서는 45%가 본인의 부모님과 관련하여 배우자 눈치를 본 경험이 있으며, 28%는 직접적으로 다툰 경험이 있었다. 용돈 등 부모님에 대한 경제적 지원(배우자 눈치 본 이유 33%, 배우자와 다툰 이유 22%), 부모님을 모시는 문제(배우자 눈치 본 이유 18%, 배우자와 다툰 이유 24%), 명절 때(배우자 눈치 본 이유 16%, 배우자와 다툰 이유 20%) 등이 주요 갈등 원인이었다.

효의 가치 및 시대에 따른 변화

효는 중요한 가치, 다만 시대에 따른 변화 필요해

이처럼 부모님께 효도를 다하지 못한 죄책감을 가지고, 부모님 부양으로 가족·배우자 간 갈등을 겪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는 중요한 가치로 인정하고 있었다. 효는 ‘부모와 자식 간의 중요한 가치(91%)’이고,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가치(88%)’이며, ‘계승해 나가야할 가치(86%)’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효는 ‘자식이 부모에게 해야 할 무조건적인 도리’라는 데에도 62%가 동의한다. 다만, ‘효 문화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변해야 한다’는 데에도 86%가 동의해, 효를 실천하는 방식을 현대 사회 기준에 맞게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효를 실천하는 방법은? ‘연락’, ‘감사함 표현’, ‘찾아뵙기’
돌봄, 경제적 지원, 제사에 대해서는 의견차이 드러나

효를 실천하는 방법은 무엇이고, 그것에 대해 사람들은 얼마나 당위적으로 생각하고 있을까? ‘부모님과 떨어져 살 경우 자주 전화나 문자를 드리는 것(93%)’, ‘부모님께 감사함을 자주 표현하는 것(90%)’, ‘부모님과 떨어져 살 경우에는 자주 찾아뵙는 것(81%)’이 ‘효’를 실천하는 행동이라는 데에는 성별이나 연령대에 관계없이 다수가 동의한다. 반면 ‘부모님이 나이가 들어 거동이 불편해지면, 직접 모시는 것(59%)’, ‘경제적으로 자립하면 부모님에게 정기적으로 용돈을 드리는 것(56%)’, ‘부모님 사후에는 직접 제사를 모시는 것(46%)’이 부모님에게 효를 실천하는 행동인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견이 나뉜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그리고 3·40대가 50세 이상에 비해 ‘노년기 돌봄’, ‘경제적 지원’, ‘제사’가 효를 실천하는 행동이라는 것에 동의하는 사람이 적다. 이러한 남녀간, 세대간 시각 차이는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자녀에게는 효도에 대한 부담 주고 싶지 않아

내가 나의 부모님에게 효도를 실천하는 것처럼, 나의 자녀가 나에게 효도를 해 주길 바라고 있을까? 앞서 제시했던 문항(다음의 내용이 귀하의 부모님에게 효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의 행위 주체를 ‘나의 자녀’로 바꾸어 “다음의 내용이 귀하의 자녀들이 귀하에게 ‘효’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로 물었다. 결과를 비교해 보면, 내가 부모에게 효를 실천하는 것과 본인이 자식에게 효를 받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이 달랐다.

전체 응답자 3명 중 2명이 ‘나에게 감사함을 자주 표현하는 것(65%)’, ‘나와 떨어져 살 경우 자주 전화나 문자를 하는 것(65%)’이 자녀가 나에게 효를 실천하는 행동이라는 데 동의했으나, ‘내가 나의 부모님에게 ‘효’를 실천하는 행동’이라는 응답과 비교하면 3분의 2 수준이다. ‘부모님과 떨어져 살 경우에는 자주 찾아뵙는 것’이 내가 부모님에게 효를 실천하는 행동이라는 데에는 81%가 공감했지만, 정작 ‘나와 떨어져 살 경우 나의 자녀가 자주 찾아오는 것’이 자녀가 나에게 효를 실천하는 행동이라는 데에는 39%만이 동의했다. 이 외에도 간병(내가 부모에게 효를 실천하는 것 75%, 자녀가 나에게 효를 실천하는 것 26%), 노년기 봉양(내가 부모에게 효를 실천하는 것 59%, 자녀가 나에게 효를 실천하는 것 22%), 경제적 지원(내가 부모에게 효를 실천하는 것 56%, 자녀가 나에게 효를 실천하는 것 29%), 제사(내가 부모에게 효를 실천하는 것 46%, 자녀가 나에게 효를 실천하는 것 22%)에 대해서도 인식의 차이가 제법 크다.

이 결과를 ‘내가 부모에게 하는 효도의 양식과, 내가 자녀에게 바라는 효도의 양식이 다르다’고 해석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자식에게 효도에 대한 부담을 짊어 지우려고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는 역설적으로, 본인 스스로가 부모님에게 하는 효도를 부담스럽게 느끼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일지도 모른다. ‘효’는 부모와 자식 간에 지켜나가야 하는 도리인 동시에 마음에 부담으로 다가오는, 미묘한 경계선에 놓인 가치이다.

누구나 부모에게 잘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은 같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듯이 부모에게 ‘감사함을 자주 표현’해야 하며, 떨어져 살 경우에는 ‘자주 찾아뵈어야 한다’는데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효에 대해서도 ‘부모와 자식 간의 중요한 가치’이며,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가치’이고, ‘계승해 나가야할 가치’라는 데에 동의한다.

하지만 효도에 대한 부담은 늘 공존하고, 견해와 방법의 차이가 가족·부부간의 갈등으로 이어지는 것을 자주 접하게 된다. 또한 본인이 느끼는 무게감 때문에 안부 전화와 방문마저도 자식들이 짐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염려하는 마음도 읽힌다.

한 세대, 두 세대가 흘러가고 우리의 효 문화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알 수 없다. 저마다의 상황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지만 ‘노년기 부모를 어떻게 모실지’라는 질문을 마주해야 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서로간의 이해와 소통을 통해 효도에 대한 가치를 이해하고 현실에 적용해 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러두기

  • 본 리포트의 데이터는 소수점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하여 정수로 표기하였으므로, 보고서 상에 표기된 값의 합이 100%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복수응답 문항의 빈도는 그 합이 100%를 초과할 수 있습니다.
  • 응답 사례 수가 적은 경우 해석에 유의하여 주십시오.

조사개요

  • 모집단: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 표집틀: 한국리서치 마스터샘플(23년 9월 기준 약 89만명)
  • 표집방법: 지역별, 성별, 연령별 비례할당추출
  • 표본크기: 각 조사별 1,000명
  • 표본오차: 무작위추출을 전제할 경우, 95%신뢰수준에서 각 조사별 최대허용 표집오차는 ±3.1%p
  • 조사방법: 웹조사(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url 발송)
  • 가중치 부여방식: 2023년 6월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인구 기준 지역별, 성별, 연령별 가중치 부여(셀가중)
  • 응답률: 조사요청 6,517명, 조사참여 1,340명, 조사완료 1,000명(요청대비 15.3%, 참여대비 74.6%)
  • 조사일시: 2023년 9월 8일 ~ 9월 11일
  • 조사기관: ㈜한국리서치(대표이사 노익상)
김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