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겨울연가부터 시작한 한류는 전 세계인이 즐기는 하나의 거대한 문화적 흐름이 되어, 그 자체가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 한국 콘텐츠의 인기 요인에 대해 성적인 관계보다는 내면의 감정에 집중한다는 점, 건전하고 건강한 주제, 소재의 다양성, 낮은 폭력성 등이 주로 언급되곤 한다. 혹자는 이러한 한국 콘텐츠 특성의 배경으로, 영상물 콘텐츠에서 윤리성 및 공공성을 확보하고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영상물 등급심의제도’(이하 영상물 등급심의)를 주목한다.

한국의 영상콘텐츠가 소재 고갈과 신선함 부재에 직면했다는 비판이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고, 영상제작사들 간의 경쟁 또한 날로 심화되고 있다. 이에 영상콘텐츠에서 다루는 주제가 이전보다 자극적으로 변했고, 폭력성과 선정성 수위 또한 이전보다 높아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러한 인식이 자칫 영상물 등급심의에 대한 사람들의 불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팀은 지난 10월 27일부터 30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영상물 등급심의에 대한 여러 인식과 평가를 알아보는 조사를 진행하였다.

주요 내용

  • 영상물 콘텐츠별 등급심의 주체가 다르다는 사실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응답은 6%에 불과했고, 2023년 5월부터 OTT 업체가 자체등급분류사업자로 지정되어 자체적으로 등급분류 심의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6%만이 잘 알고 있었다고 응답했다.
  • 영상물 콘텐츠별 등급심의 주체가 다르다는 사실을 대부분 잘 알고 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영상물 콘텐츠별 심의기관이 분리되어 있는 현재의 방식에 대해서는 10명 중 6명이 적절하다고 평가하였다.
  • 영상물 등급심의가 적절하게 잘 되고 있다는 응답은 지상파 3사가 74%로 가장 높았으며, 개인방송이 39%로 가장 낮았다.
  • 모든 영상물 콘텐츠에서 ‘폭력성’과 ‘모방위험성’은 등급에 비해 수위가 높고 자극적이라는 의견이 다수였으며, 특히 개인방송은 7가지의 모든 세부기준 항목에서 등급에 비해 수위가 높고 자극적이라는 의견이 과반 이상이었다.
  • 이러한 의견들의 연장선으로 모든 영상물 콘텐츠에서 ‘폭력성’과 ‘모방위험성’에 대해 지금보다 엄격한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 이었으며, ‘약물’에 대해서도 더 엄격한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았다.
  • 영상물 등급심의 제도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43%가 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완화해야 한다(28%), 강화해야 한다(23%)의 의견도 적지 않았다.

영상물 등급심의 인지도 및 심의 주체 세분화에 대한 인식

영상물 등급심의에 대해 ‘잘 알고 있다’ 47%, ‘들어본 적은 있으나 잘 모르겠다’ 48%

영상물 등급심의는 7가지의 세부 기준에 따라 이용 또는 시청가능한 연령등급을 메기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영상 내용이 해당 연령층의 정서 및 가치관, 인격형성 등에 끼칠 영향 또는 그 이해·수용 정도가 적당한지(주제), 신체 노출과 애무·정사 장면 등 성적 행위의 표현 정도(선정성), 신체부위, 도구 등을 이용한 물리적·성적 폭력과 이로 인해 발생한 상해·유혈·신체훼손·고통 등의 빈도와 표현 정도(폭력성), 욕설·비속어·저속어 등의 빈도와 표현 정도(대사), 긴장감과 불안감, 그 자극과 위협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 유발 정도(공포), 소재나 수단으로 다루어진 약물 등의 표현 정도(약물), 살인·마약· 자살·학교폭력·따돌림·청소년 비행과 무기류 사용·범죄기술 등에 대한 모방심리를 고무·자극하는 정도(모방위험)가 어떠한지에 대해 판단하여 등급을 분류한다.

전체 응답자의 47%는 영상물 등급심의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답하였으나 48%는 ‘들어본 적은 있으나 잘 모르겠다’, 5%는 ‘처음 들어보았다’고 답했다. 해당 제도에 대해 10명 중 9명 이상이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부분까지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전체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콘텐츠별 심의 주체가 다르다는 것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48%, ‘전혀 알지 못했다’ 47%
‘영상물 콘텐츠별로 심의 기관을 따로 두고 있는, 현재 방식 적절하다’ 60%

현재 영상콘텐츠들은 각 콘텐츠별로 심의 주체가 세분화되어 있다. TV프로그램의 경우 각 방송사에서 자체적 기준을 마련해 등급을 심의한 후, 해당 기준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제출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영화나 비디오물, 뮤직비디오는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심의한다. 여기에 더해, 지난 2023년 5월 31일부터 OTT 업체는 자체등급분류사업자로 지정되어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기준에 따라 자체적으로 등급분류 심의를 하고 있다. 이처럼 여러 곳에서 영상물 등급을 심의한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은 48%, 전혀 모르는 사람은 47%였으며, 잘 알고 있는 사람은 6%에 불과했다. OTT 업체가 자체등급분류심의 사업자로 선정된 사실에 대해서도 6%만이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영상물 콘텐츠별로 등급심의 주체가 다르다는 것과 OTT 업체가 자체적으로 영상물 등급을 분류하고 있다는 것은 대중들에게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OTT 업체가 자체등급분류심의 사업자로 선정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46%, 부정적이라는 평가가 41%로 의견이 엇갈린다. 다만 전체 응답자의 60%가 ‘영상 콘텐츠별로 심의 기관을 따로 두고 있는 현재 방식이 적절하다’고 평가해, ‘한 기관에서 모든 영상 콘텐츠를 심의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29%)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영상물 등급심의 평가

영상물 등급심의 ‘적절하게 잘 되고 있다’
지상파 3사는 74%, 개인제작 영상 혹은 개인방송은 39%

사람들은 현재 영상물 등급심의 및 분류가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할까? 지상파3사 영상콘텐츠, 종편 및 케이블방송사 영상콘텐츠, 영화, OTT 오리지널 영상콘텐츠, 개인제작 영상콘텐츠 등 5개 유형으로 나눠 각각의 등급심의 및 분류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5개 유형 중 지상파3사(적절하게 이루어진다 74%), 영화(72%), 종편 및 케이블방송사(62%), OTT(62%) 영상콘텐츠는 등급심의 및 분류가 적절하게 잘 되고 있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하였다. 반면 개인제작 영상콘텐츠에 대해서는 39%만이 적절하게 잘 되고 있다고 평가해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였다.

세부 기준 중 ‘모방위험성’과 ‘폭력성’은 등급에 비해 수위가 높다는 의견이 높아

개인제작 영상콘텐츠를 제외한 나머지 영상콘텐츠에 대해서는 등급심의 및 분류가 전반적으로 적절하게 이루어진다는 평가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몇 가지 미흡한 지점도 확인된다. 7가지 세부 기준(주제, 선정성, 폭력성, 대사, 공포, 약물, 모방위험) 중 폭력성과 모방위험성에 대해서는 영상물의 유형과 관계없이 10명 중 4~6명이 등급에 비해 수위가 높다는 의견이다. 등급심의 및 분류가 적절하게 안 되고 있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우세했던 개인제작 영상콘텐츠는 7개 세부 항목 모두 등급에 비해 내용이 자극적이고 수위가 높다는 의견이 절반을 넘어, 전반적인 등급 분류 개선방안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지금보다 엄격하게 적용해야 하는 기준도 ‘모방위험성’과 ‘폭력성’, 그리고 ‘약물’

‘폭력성’과 ‘모방위험성’의 수위가 높다는 지적은, 자연스럽게 지금보다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여론으로 이어진다. 영상물의 유형과 관계없이 ‘모방위험성’에 대해서는 전체응답자의 절반 혹은 그 이상이, ‘폭력성’은 10명 중 4~6명이 지금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약물’에 대해서도 절반 혹은 그 이상의 사람들이 영상물 유형과 관계없이 더 엄격하게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등급심의 제도 유지에 관한 여론

‘영상물 등급심의 제도 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43%
‘완화(28%)’, ‘강화(23%)’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아

‘국가적인 검열 행위’라는 의견과 ‘국가가 행해야 하는 최소한의 안전 장치’라는 의견 등 우리 사회에서 영상물 등급심의 제도에 대한 논의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영상물 등급심의 제도 강화에 대한 질문에, ‘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43%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 ‘지금보다 완화해야 한다’ 28%, ‘지금보다 강화해야 한다’ 23%, ‘폐지해야 한다’ 6% 순이었다. 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으나, 완화 및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는 않다. 다만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소수로, 등급심의 제도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3년 현재 우리는 영상물 콘텐츠의 대홍수 속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러 미디어 매체들을 통해 매일 수많은 영상물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사람들은 영상물 등급심의 제도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다만 한 기관에서 일률적으로 통제하기보다는 영상콘텐츠를 만드는 각 주체가 각자 다른 영상물 콘텐츠의 특성, 각기 다른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분별적으로 심의하기를 원하고 있다. 윤리성과 공공성을 보호하는 동시에 영상물의 창의성과 품질을 훼손하지 않도록, 현재의 영상물 등급심의 제도를 잘 운영해야 할 것이다.

일러두기

  • 본 리포트의 데이터는 소수점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하여 정수로 표기하였으므로, 보고서 상에 표기된 값의 합이 100%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복수응답 문항의 빈도는 그 합이 100%를 초과할 수 있습니다.
  • 응답 사례 수가 적은 경우 해석에 유의하여 주십시오.

조사개요

  • 모집단: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 표집틀: 한국리서치 마스터샘플(23년 10월 기준 약 89만명)
  • 표집방법: 지역별, 성별, 연령별 비례할당추출
  • 표본크기: 각 조사별 1,000명
  • 표본오차: 무작위추출을 전제할 경우, 95%신뢰수준에서 각 조사별 최대허용 표집오차는 ±3.1%p
  • 조사방법: 웹조사(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url 발송)
  • 가중치 부여방식: 2023년 9월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인구 기준 지역별, 성별, 연령별 가중치 부여(셀가중)
  • 응답률: 조사요청 6,516명, 조사참여 1,397명, 조사완료 1,000명(요청대비 15.3%, 참여대비 71.6%)
  • 조사일시: 2023년 10월 27일 ~ 10월 30일
  • 조사기관: ㈜한국리서치(대표이사 노익상)
박건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