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경쟁과 비교 중심의 사회 문화, 사회적 유대감 약화 등의 배경 속에 한국 사회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편견과 낙인은 여전히 존재하며, 이로 인해 자신의 상태를 드러내거나 전문가로부터 상담이나 치료를 받는데는 여러 어려움이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팀은 국민들이 신체건강과 정신건강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정신건강 문제를 스스로 인지·판단·대처할 수 있다고 인식하는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전문적 도움 이용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무엇인지를 살펴보고자 1월 9일부터 1월 1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하였다.
주요 내용
- 전체 응답자의 66%가 평생 한 번 이상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 적이 있으며, 97%는 정신건강 문제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정신건강 문제 경험자 중 전문가 상담이나 전문기관 치료를 받은 비율은 26%에 그쳤으며, 치료를 받지 않은 주된 이유는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42%)와 내 스스로 노력해서 고쳐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해서(27%)였다.
- 신체건강과 정신건강 문제를 인식하고 대응하는 방식에는 뚜렷한 차이가 확인된다. ①정신건강은 신체건강보다 긍정적으로 인식되는 반면, 실제 관리 수준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다. ②2주 이상 증상이 지속될 때, 신체적 통증에 대해서는 44%가 병원이나 전문가를 찾겠다고 답한 반면, 우울 및 무기력 상황에서는 스스로 관리해 본다(33%)는 답이 가장 높다. ③신체적 통증이 있을 때, 언제쯤 병원에 가야 하는지 알고 있다는 응답은 83%인 반면, 정신적 어려움이 있을 때 언제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알고 있다는 응답은 64%로 19%포인트 낮다.
- 정신건강 문제를 드러내는 데에도 상당한 사회적 부담이 따른다. 몸이 아플 때 주변에 이야기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응답은 60%이나, 정서적으로 힘들 때 이야기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응답은 37%로 낮다. 또한 응답자의 83%는 정신건강 문제를 드러내면 직장이나 학교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보며, 80%는 우리 사회가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사람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고 인식한다.
- 10년 후 한국 사회를 상상했을 때, 전체 응답자의 79%는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사람이 지금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주요 원인으로는 타인과의 비교 및 치열한 경쟁 문화(64%), 가족 해체, 고립, 외로움 등 사회적 유대감 약화(63%)와 같은 사회 구조적 요인을 꼽는다. 정신건강 문제가 사회적 요인에서 비롯된다는 데에는 91%가 공감하나, 동시에 정신건강 문제는 개인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사적인 영역이라는 인식도 40%로 적지 않다.
정신건강 문제 및 전문적 도움 경험
3명 중 2명꼴, 평생 한 번 이상 정신건강 문제 경험
정신건강 문제 경험자 중 전문적 도움 경험 비율은 26%에 그쳐
전체 응답자의 66%는 평생 한 번 이상 정신건강 문제를 겪은 경험이 있다. 가장 많이 경험한 문제는 심각한 스트레스(30%)이며, 수일간 지속되는 우울감(26%)과 불안(26%)이 그 뒤를 잇는다. 이는 2019년 동일 조사(56%)에 비해 높아진 수치로, 특히 우울감(20%→26%)과 불안(19%→26%)의 경험률 상승이 두드러진다. 또한 전체 응답자의 97%는 정신건강 문제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다고 답해, 정신건강 문제를 보편적인 현상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 경험과 인식에도 불구하고, 전문가 상담이나 전문기관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은 26%에 그친다. 치료를 받지 않은 이유로는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42%), 스스로 노력해서 고쳐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해서(27%), 상담/치료 비용이 비쌀 것 같아서(10%) 등이다.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하더라도, 이를 곧바로 전문적 개입이 필요한 문제로 판단하지 않는 경향이 존재한다.
정신건강 문제 경험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적 의료 이용으로는 충분히 이어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연간 외래 진료 횟수는 18.0회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인 반면(보건복지부, 「OECD 보건통계(Health Statistics) 2025」), 국제 비교 지표에 따르면 한국의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률은 비교 대상 국가 중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보건복지부, 「국가 정신건강현황 보고서 2024」).
신체건강과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 차이
차이① 상태 인식: 정신건강은 신체건강보다 긍정적으로 인식되며,
관리 수준은 상대적으로 낮음
신체적 불편에 대해서는 비교적 빠르게 병원을 찾는 사회에서, 정신적 어려움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은 데는 둘을 인식하고 대응하는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될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신체적으로 건강하다는 응답은 33%인 반면,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응답은 46%로 정신건강을 더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70대 이상 응답자 중 61%가 자신의 정신건강을 긍정적으로 인식해, 30대와 40대에 비해 두 배 이상 높다. 다만 이는 실제 정신건강 상태의 차이라기보다는, 생애주기별 역할 부담이나 주관적 평가 인식의 차이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평상시에 신체건강 관리를 위해 노력한다는 응답(51%)이 정신건강 관리 노력(45%)보다 높다. 특히, 30대와 40대의 경우 정신건강 상태가 좋다고 인식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음과 동시에, 관리 노력 또한 가장 낮다.
차이② 지속되는 문제에 대한 대응, 신체는 ‘병원이나 전문가’, 정신은 ‘스스로 관리’
실제 대응 방식에서도 차이가 확인된다. 2주 이상 신체적 통증이 지속되어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에서는 병원이나 전문가를 찾아 도움을 받겠다는 응답이 44%로 가장 높다. 반면 2주 이상 우울감이나 무기력이 지속되어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에서 병원이나 전문가를 찾아 도움을 받겠다는 사람은 32%로, 신체적 통증 상황에 비해 12%포인트 낮다. 오히려 휴식이나 명상, 일상 관리 등으로 스스로 관리하겠다는 응답이 33%로 신체적 통증 상황 대비 높다. 동일한 지속 기간과 생활 불편을 전제로 하더라도, 정신적 어려움에 대해서는 전문적 치료보다는 개인적 관리의 영역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차이③ 문제를 인식하는 것과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 사이의 간극 존재
자신의 건강 상태를 스스로 진단하고 대처하는 측면에서도 신체건강과 정신건강 간 차이가 나타난다. 자신의 증상 원인을 파악하는 데 있어서는 두 영역 간 큰 차이가 없었으나, 해당 증상이 일시적인 증상인지 치료가 필요한 상태인지를 구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신체건강(75%)이 정신건강(70%)보다 높다. 이러한 차이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시점에 대한 인식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신체적 통증이 있을 때 언제쯤 병원에 가야 하는지 알고 있다는 응답은 83%인 반면, 정신적 어려움이 있을 때 언제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알고 있다는 응답은 64%로 신체적 통증 대비 19%포인트 낮다. 정신적 어려움의 경우, 상태 인식과 전문적 도움 필요성 판단 사이에 일정한 간극이 존재하는 것이다. 한편 정신적 어려움과 신체적 어려움의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있다는 응답은 각각 76%, 75%로 비슷하다.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 및 주변인 도움
정신건강 문제를 드러내는 데 부담 느껴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 또한 개인의 대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몸이 아프거나 신체적으로 불편할 때 이를 주변에 이야기하는 것이 비교적 자연스럽다고 응답한 사람은 60%이나, 정서적·심리적으로 힘들 때 이를 주변에 이야기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응답은 37%로 떨어진다. 또한, 정신건강 문제를 드러낼 경우 직장·학교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83%에 달하며, 우리 사회는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사람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편이라고 인식하는 사람도 80%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개인이 자신의 정신적 어려움을 주위에 표현할 때 느끼는 부담감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자신의 힘든 감정을 이야기하면 상대방이 부담스러워 할까봐 걱정된다는 응답이 58%, 정신적 어려움을 말하는 것이 약점을 드러내는 일처럼 느껴진다는 응답도 54%로 정신건강 문제를 외부로 드러내는 과정에서 상당한 사회적·심리적 부담이 따름을 알 수 있다.
주위 사람의 정신적 어려움에 공감하지만, 실질적 도움이나 지원은 부족
그렇다면 주변 사람이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신호를 인지했을 때, 사람들은 어느 정도까지 도움을 줄 의향이 있을까? 전체 응답자의 48%는 주변인의 정신적 어려움 신호를 인지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실제 도움 의향은 경청·정서적 공감(50%)에 집중되는 반면, 전문 기관 이용을 권유하는 수준은 10%, 직접 정보를 함께 찾거나 기관과 연결해주는 적극적 개입은 4%에 그친다. 또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적절한 전문 기관을 안내할 수 있는 정보를 알고 있다는 사람도 전체의 34%이다. 주변 사람을 정서적으로 위로해 줄 의향은 높지만, 전문적인 치료나 상담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개입할 의향이나 관련 정보는 충분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정신건강 문제 전망 및 정책 수요
정신건강 문제 ‘지금보다 늘어날 것’ 79%
10년 후 한국 사회를 상상했을 때,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사람이 지금보다 늘어날 것이라는 응답은 79%이다. 이는 신체건강 문제 증가 전망(64%)보다 15%포인트 높다. 정신건강 문제가 늘어날 것으로 보는 주요 원인으로는 타인과의 비교 및 치열한 경쟁 문화(64%), 가족 해체, 고립, 외로움 등 사회적 유대감 약화(63%)와 같은 사회 구조적 요인을 주로 지목한다.
한편, 정신건강 문제가 사회적 요인에서 비롯된다는 데에는 91%가 공감하나, 동시에 정신건강 문제는 개인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사적인 영역이라는 인식도 40%로 적지 않다. 정신건강 문제의 원인을 사회적 맥락에서 인식하면서도, 해결 방식에 대해서는 개인의 책임 영역으로 보는 인식이 공존하고 있다.
정신건강 심리상담 바우처 ‘전혀 들어본 적 없음’ 43%, 이용 의향은 62%
정부가 운영 중인 ‘정신건강 심리상담 바우처’(기존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는 우울·불안 등 정서적 어려움이 있는 국민을 대상으로 전문 심리상담 서비스를 총 8회 이용할 수 있는 바우처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해당 사업에 대해 43%는 전혀 들어본 적 없다고 응답했으며, 어느 정도 이상 내용을 알고 있다는 응답은 16%에 그친다. 특히, 비용 부담으로 전문 도움을 받지 못한 경험이 상대적으로 많았던 20대의 경우, 전혀 들어본 적 없다는 응답이 49%로 절반에 가깝다. 반면, 전체의 62%는 해당 바우처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해 제도에 대한 수요는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정신건강 서비스를 보다 쉽게 이용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은 연령대별 차이가 뚜렷하다. 2·30대는 비용 부담 완화와 익명성·비밀보장이 강화된 상담 환경을, 6·70대는 접근성 개선, 정기적인 정신건강 검진 실시, 정보 제공 및 안내의 필요성을 상대적으로 강조한다.
신체건강과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과 대응 방식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정신건강 문제가 보편적이라는 인식은 높으나, 정신건강 문제에 처했을 때 전문가나 전문기관을 찾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다. 정신적 어려움은 여전히 개인 차원에서 관리해야 할 영역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으며, 전문적 개입이 필요한 시점에 대한 판단 또한 신체건강에 비해 불명확한 측면이 확인된다. 몸이 아프면 병원을 찾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마음이 힘들 때도 전문적 도움을 선택하는 것이 보다 자연스러운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편견의 벽을 낮추는 동시에, ‘언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며, 실제 치료나 상담으로 쉽게 이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조사개요
- 모집단: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 표집틀: 한국리서치 마스터샘플(25년 12월 기준 전국 97만여 명)
- 표집방법: 지역별, 성별, 연령별 비례할당추출
- 표본크기: 1,000명
- 표본오차: 무작위추출을 전제할 경우,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집오차는 ±3.1%p
- 조사방법: 웹조사(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url 발송)
- 가중치 부여방식: 지역별,성별,연령별 가중치 부여(셀가중) (2025년 12월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 기준)
- 응답율: 조사요청 54,096명, 조사참여 1,666명, 조사완료 1,000명 (요청대비 1.8%, 참여대비 60.6%)
- 조사일시: 2026년 1월 9일 ∼ 1월 12일
- 조사기관: (주)한국리서치(대표이사 노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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