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대선 투표율 분석

21대 대선 투표율 79.4%, 지난 대선보다 2.3%포인트 상승
동일 선거에서 전체 투표자 중 사전투표자 비중 낮아진 첫 번째 선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역대 최다득표 당선으로 끝난 이번 21대 대선의 최종 투표율은 79.4%로 공식 집계되었다. 이는 1997년 치러진 15대 대선(투표율 80.7%) 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이다. 사전투표율이 지난 대선 대비 감소하면서 최종투표율이 지난 대선 대비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으나, 본투표율이 상승하면서 최종투표율은 오히려 높아졌다. 그 결과 전체 투표자 중 사전투표자의 비율은 44%로 지난 대선 대비 4%포인트 하락했다. 동일 선거에서, 전체 투표자에서 사전투표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감소한 역대 첫 번째 선거이다.

광역자치단체 기준으로 살펴보면, 투표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광주(83.9%)와 전남(83.6%)이다. 세종(83.1%)에 이어 네번째로 투표율이 높은 전북(82.5%)까지 포함하면, 호남지역의 투표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사전투표율이 전국 최저였던 대구는 높은 본투표율로 전국 투표율 평균을 넘겼다(80.2%). 투표율이 가장 낮은 광역자치단체는 제주(74.6%)와 충남(76.0%)이다. 사전투표율은 지역별로 두 배가 넘는 편차를 보였으나, 최종투표율에서는 지역별 편차가 크게 줄어들었다. 대구·경북 등에서 사전투표율에 참여하지 않은 유권자가 본투표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기초자치단체별 사전투표율 변화

선거 당일 투표율이 지난 대선 대비 상승한 기초자치단체는 210곳
당일 투표율 높아지면서, 전체 기초자치단체 중 93%가 20대 대선 대비 투표율도 상승

사전투표율은 2.19%포인트 감소했지만 선거 당일 투표율이 44.64%로 지난 20대 대선 대비 4.49%포인트 상승했고, 이에 전체투표율도 상승했다. 전체 252개 기초자치단체 중, 지난 대선 당일투표율보다 이번 대선 당일투표율이 하락한 기초자치단체는 42곳으로, 모두 호남(광주, 전북, 전남)지역이다. 이는 호남지역의 사전투표율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호남지역을 제외한 210개 기초자치단체의 당일투표율은 모두 지난 대선 대비 상승했다.

결과적으로, 지난 대선보다 투표율이 감소한 기초자치단체는 16개로 전체의 6%에 그친다. 가장 많이 감소한 곳은 경북 울릉군(투표율 79.8%, 1.9%포인트 감소)이며, 16곳 중 영남 기초자치단체가 11개(경북 7개, 경남 3개, 대구 1개), 군 지역이 15개이다. 대체로 고령층 비율이 높은 보수 강세 지역이지만, 투표율 하락 폭은 크지 않다.

지난 대선보다 낮은 사전투표율, 특히 대구·경북 지역의 낮은 사전투표율을 두고 보수층의 사전투표 거부, 혹은 보수층의 전반적인 투표 의향 감소라는 해석이 공존했다. 이제 답은 명확하다. 보수층은 이번 대선에서 사전투표 대신, 선거 당일 투표를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보수층을 중심으로 확산된 사전투표 불신이 실제 투표 행태 변화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유권자 평균연령이 낮은 지역일수록 지난 대선 대비 투표율 상승폭 큰 경향성 확인

각 기초자치단체별 유권자 평균연령과 지난 20대 대선 투표율 대비 변화 폭 간의 상관관계를 확인해 보면, 유권자 평균연령이 낮을수록 투표율 상승폭도 커지는 역상관관계가 확인된다(상관계수 -0.620). 그동안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고령층이 더욱 투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투표 참여가 저조했던 젊은층이 이번 대선에는 투표장에 많이 나와 투표율을 높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아직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공식 투표율 분석자료가 나오기 전이긴 하나, 2·30대 젊은층의 투표율이 이전보다 높아졌을 가능성이 있다.

지역의 연령 구조와 투표율 관계

선거당일 투표율이 미치는 연령 효과도 이번 대선에서 약화
유권자 평균연령의 선거 당일 투표율 설명력, 3년 전 대선 대비 크게 감소

앞서 이번 대선 사전투표율과 지역별 연령을 분석한 결과, 여전히 유권자 평균연령이 높을수록 사전투표율이 높아지는 점과, 이전 선거 대비 그 설명력이 약해졌다는 점을 확인했다. 본투표율, 그리고 전체투표율과 연령과의 관계는 어떻게 변했을까?

252개 기초자치단체 유권자 평균연령과 선거 당일 투표율 간의 관계를 먼저 살펴보았다. 일단, 유권자 평균연령이 높을수록 선거 당일 투표율이 낮아지는 특성은 이번 선거에서도 유지된다. 이번 대선에서 상관계수는 –0.572, 설명력(R2)은 32.7%이다.

20대 대선 및 22대 총선과 비교하면 연관성은 낮아졌다. 20대 대선에서의 상관계수는 –0.760, 설명력은 57.8%로 높은 수준이었고, 지난 해 치러진 총선에서의 상관계수 또한 –0.612, 설명력은 37.4%로 이번 대선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유권자 평균연령이 투표율에 미치는 영향력, 이번 대선에서는 사실상 사라져
유권자 평균연령 관계없이 지역별로 고른 투표율 보여

사전투표와 선거 당일 투표를 합한 전체투표율과 연령별 관계는 어떨까? 고령층의 투표 의향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권자 평균 연령이 높을수록, 즉 고령층 유권자 비율이 높을수록 투표율도 높다는 가정을 해볼 수 있다. 실제로 20대 대선(상관계수 0.368, R2 13.6%)과 22대 총선(상관계수 0.472, R2 22.3%)에서는 유권자 평균연령이 높을수록 총투표율도 상승해, 이러한 경향성을 확인시켜줬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는, 유권자 연령과 총투표율 간 상관관계가 거의 없으며, 설명력 또한 무의미한 수준으로 떨어졌다(상관계수 0.137, R2 1.9%).

연령대를 기반으로 한 투표 행태 예측 설명력이 이번 대선에서 크게 떨어졌음이 확인된다. 이번 대선이 15대 대선 이후 최고 투표율을 기록하면서, 연령과 투표율 간의 관계도 거의 사라졌다. ‘고령층=높은 투표율, 젊은층=낮은 투표율’ 이라는 오랜 공식의 설득력이 떨어진 것이다. 투표 행태를 예측할 때 나이가 핵심 변수이고 지금도 중요한 변수인 것은 맞으나, ‘젊은 세대=정치 무관심’ 이라는 단순한 프레임만으로는, 최소한 대선에서의 투표행태를 설명할 수 없게 되었다.

지역별 지지 성향에 따른 투표율 비교

호남과 대구·경북을 제외하면, 더불어민주당 강세 지역과 약세 지역 간 투표율 차 없어
다만 더불어민주당 강세 지역의 투표율 증가 폭이 좀 더 커

지난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얻은 득표율(47.83%)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은 기초자치단체와 낮은 기초자치단체를 나눴다. 그리고 22대 총선 비례대표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연합과 조국혁신당이 얻은 득표율의 합(50.94%)보다 높은 기초자치단체와 낮은 기초자치단체를 나눴다. 이를 교차하면 총 4개의 조합이 나온다. 두 선거에서 지지율이 일관되게 전국 평균보다 높았던 곳(민주 강세), 반대로 모두 낮았던 곳(민주 약세), 대선에서는 높았지만 총선에서는 낮아진 곳(민주 하락세), 대선에서는 낮았지만 총선에서는 높았던 곳(민주 상승세)이다. 전체 252개 기초자치단체 중 민주 강세 지역은 99개, 민주 약세 지역은 142개이며, 민주 상승세 지역은 10개이다. 민주 하락세 지역은 단 한 곳(경기도 동두천시) 뿐으로, 비교에서 제외했다.

각 그룹의 투표율을 비교한 결과, 더불어민주당 강세 지역의 투표율 평균(80.9%)이 더불어민주당 약세 지역(78.7%)의 평균투표율보다 2.2%포인트 높다. 더불어민주당 상승세 지역의 평균투표율은 77.8%로 둘에 못 미친다. 다만, 지난 대선과 대비한 상승폭은 더불어민주당 상승세 지역이 2.8%포인트로 가장 크다. 더불어민주당 강세지역은 평균 2.5%포인트 상승한 반면, 더불어민주당 약세 지역의 투표율은 평균 1.4%포인트 상승했다. 투표율이 80%에 이를 정도로 양 진영 유권자가 결집한 가운데, 특히 정권교체를 원하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참여율이 상대적으로 좀 더 높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더불어민주당 강세 지역 중 호남을 제외하고, 약세 지역 중 대구·경북을 제외해 지역효과를 최대한 배제한 다음 다시 한 번 투표율과 변화폭을 비교해 보았다. 호남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 강세 지역 투표율(78.8%)과 대구·경북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 약세 지역 투표율(78.4%) 간에는 큰 차이가 없다. 다만 투표율 상승폭은 호남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 강세 지역이 2.8%로, 대구·경북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 약세 지역의 투표율 상승폭(1.6%포인트)보다 좀 더 크다.

호남과 대구·경북을 제외하면 민주당 강세 지역과 약세 지역 간 투표율 차이는 거의 없다. 앞서 확인된 2.2%포인트의 차이가 상당부분 호남 지역의 높은 투표율 때문임을 의미한다. 다만 투표율 상승폭 차이는 여전히 확인된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지역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