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7일 보궐선거를 시작으로 2022년 20대 대통령 선거, 제8회 지방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2021년 3월부터 2022년 지방선거까지 한국리서치가 진행한 선거 여론조사 및 관련 데이터 분석을 통해 민심 변동에 대한 이해를 돕고 현재의 여론이 한국정치사회에 미칠 함의를 함께 생각해보고자 한다. 이번 호는 KBS·한국리서치가 서울과 부산에서 3월8-9일까지 실시한 보궐선거 여론조사 데이터를 중심으로 “여론으로 본 단일화 변수와 더불어민주당의 약점”을 살펴본다. 다음 호는 야권 지지율의 허와 실을 분석한다.
21. 03.16 17시: 그림7, 표7의 일부 수치가 잘못 기재되어 있어 수정하였습니다.
21. 03.17 15시: 수치, 오탈자 등 오류를 수정하였습니다.
가상대결 : 단일화 시 안철수 우세, 박영선-오세훈은 오차범위, 3자 대결에서는 박영선 우위
❶ 현 구도에서의 판세: 서울 박영선, 부산 박형준 오차범위 넘어 1위
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의 경우 3자 대결 구도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35.0%,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24.0%,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25.4%로 박영선 후보가 앞서고, 부산에서는 반대로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가 40.9%, 김영춘 후보가 27.1%로 야당 후보가 크게 앞서고 있다.
❷ 서울, 단일화 시 경쟁력 : 박·오는 오차범위 내 접전, 안철수는 오차범위 밖 우위
단일화에 성공하여 양자 대결이 진행될 경우 박영선 후보의 우위 현상은 사라진다. 오세훈 후보로 단일화할 경우 오 후보 44.3%[40.8%, 47.7%], 박영선 후보는 39.5%[36.2%, 42.9%]로 오 후보가 앞선 결과이나 신뢰구간이 겹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로 볼 수 없다. 반면 안철수 후보가 단일후보로 나설 경우 안철수 후보는 44.9%[41.5%, 48.3%], 박영선 후보는 37.0%[33.7%, 40.4%]로 안철수 후보 지지율의 하한범위가 박영선 후보 지지율의 상한범위를 넘어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였다.
❸ 2월 시점 대비: 박영선 대 안철수 격차, 오차범위 내(2월) → 오차범위 밖 격차(3월)
한달 전인 2월 4-6일에 한국일보·한국리서치가 서울시민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표2, 3)와 비교해보면 박영선, 안철수, 오세훈 후보의 경우 가상대결 구도는 유지되는 양상이다. 지난 2월 조사에서 3자 대결 시 박영선 37.0%, 안철수 후보는 29.6%, 오세훈 후보는 19.0%에 그쳤다. 2월 박영선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양자 가상대결에서는 박영선 후보 39.2% vs. 안철수 후보 46.0%로 6.8%p 격차가 있었지만 오차범위 내였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오차범위 밖으로 격차(7.9%p)를 벌렸다(표2).
오세훈 후보는 2월 조사와 3월 조사에서 3자 대결에서는 19.0%→24.0%(5%p), 박영선 후보와의 양자대결의 경우 2월조사에서는 박 40.8% vs 오 41.8%로 1%p 차였고, 이번 조사에서는 4.8%p 차이로 다소 늘어났다. 지난 조사와 이번 조사에서의 오세훈 후보 지지율 차이는 오차범위 내라는 점에서 단순 수치만으로 오세훈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본 조사와 2월 조사와의 수치 차이가 단순한 표본오차에 불과한 것인지, 후보 선출 이후 상승의 조짐을 보여주는 전조일지 이후 조사 결과에서 관심을 두고 지켜볼 대목이다. 안철수 후보와 박영선 후보 양자대결 지지율 격차가 시간이 지난 오차범위 밖으로 벗어나 안철수 후보의 우위를 분명히 한 것처럼 만약 이번 조사에서의 오 후보 지지율의 상승이 실제 변동의 조짐 넘어 더 큰 격차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최대 변수: 단일화, 오세훈 38.4% vs. 안철수 38.3% 팽팽
야권 단일후보 선호도(누가 되는 것이 좋은가?)를 기준으로 보면 오세훈 후보 38.4%, 안철수 후보 38.3%로 초박빙의 여론을 보이고 있다.
❶ 안철수 후보의 강점: 중도/무당파 층에서의 지지 → 양자 대결에서 경쟁력 우위
안철수 후보의 경우 이념적 중도층과, 국민의당 지지층은 물론 무당파 층에서 상대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는 반면, 오세훈 후보는 보수층과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95% 신뢰수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오세훈 후보 지지율은 59.9%에 그쳤고, 34.3%가 안철수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지지층에서의 안철수 후보 지지율은 73.2%로 국민의힘의 오세훈 후보 지지율에 비해 이탈이 적고 정의당 지지층에서도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높은 것은 강점이다. 확실히 확장성에서는 안철수 후보가 우위가 확인된다(표4).
❷ 오세훈 후보의 강점: 적극적 투표 의사층과 강세+범여권 지지층에서의 (전략적?) 지지
오세훈 지지층의 강한 적극적 투표 의향
오세훈 후보의 경우는 확장성에서 뒤지고 자당 지지층에서의 지지 이탈 비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당세가 국민의당을 능가하고 있다는 점과 함께,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적극적 투표의사층에서 오세훈 후보 선호도가 42.1%로 안철수 후보 선호도 36.3%를 앞서고 있다. 이 차이는 신뢰구간이 겹치는 오차범위 내라는 점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으나 만약 이 차이가 실제 차이를 반영한다고 할 경우 상대적으로 안철수 후보 지지층보다 오세훈 후보 지지층의 투표 결집도(충성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표본 수를 늘리거나 향후 조사에서도 이러한 패턴이 일관되게 반복될 경우 오세훈 후보의 강점이라 해석해도 무방할 것이다(표4).
여권의 오세훈 후보에 대한 지지: 경쟁력 고려한 전략적 선택인가? 안 후보에 대한 혐오일까?
정당 지지층 중 더불어민주당, 열린민주당 지지층에서 안철수 후보보다 오세훈 후보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는 여당 지지층의 전략적 투표 가능성과 관련해서 추가 분석이 필요한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 지지층에서 안철수 후보보다 오세훈 후보 지지율이 6~11%p 가량 높은데 이러한 차이가 실제 차이를 반영한 것인지 여부, 만약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야권 단일후보 예측에서 중요한 변수가 된다. 진보층에서도 4%p가량 오세훈 후보 지지가 높다(성, 연령, 이념, 정당지지를 설명변수로 하는 로지스틱 회귀분석 결과 중도 대비 진보층일수록 오세훈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진보층과 보수층 간의 선호 차이는 유의하지 않았다. 정당지지 기준으로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자/국민의힘 지지자 간 선호차이는 유의하지 않은 반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자 대비 정의당 지지자, 국민의당 지지자, 무당파는 오세훈 후보보다 안철수 후보를 지지할 확률이 높아지고,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별첨1]).
범여권 지지층에서 안철수 후보 지지율보다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후보의 지지율이 높은 현상이 실제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면 이를 설명하는 두 가지 가설을 세워볼 수 있다. 첫째 지난 2012년 대선과 2016년 분당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 안철수 후보에 대한 반감이 작용한 결과일 수 있다. 둘째, 안철수 후보에 대한 반감과 무관하게 현재까지 안철수 후보의 경쟁력이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약한 상대와 상대했으면 하는 전략적 선택의 결과일 수 있다. 본 조사의 결과 만으로는 판단이 쉽지 않은 문제로 추가 조사 분석이 필요한 대목이다.
❸ 단일화 경선 룰이 변수 : “문구(적합도 대 경쟁력)”나 “당명 여부”보다 “조사 대상” 효과 주목해야
경선 여론조사 대상 선정에 따라 승자의 얼굴 바뀔 수 있다
현재 오세훈 후보와 안철수 후보간 단일화 방안에 대한 협상에서 토론회 형식과 회수, 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시민여론조사의 (1) 문구 (적합도 대 경쟁력) (2) 정당 명 표기 여부 등의 쟁점이 불거지고 있으며,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될 경우 국민의당 후보로 나가느냐, 국민의당 후보로 나가느냐 등도 쟁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최근 조사에서 단일후보 판단 기준으로 적합도로 묻느냐, 경쟁력으로 묻느냐에 따라 오차범위 내에서 미세하게 양 후보 간 우열순서가 바뀌는 것으로 알려져 본 조사에서는 “누가 야권단일후보로 되는 것이 좋다”고 보느냐, 즉 선호도로 질문한 결과이다(SBS-넥스트인터랙티브리서치가 3월 5일 실시한 “범야권 단일화, 적합도냐, 경쟁력이냐…팽팽”(2021/03/05)). 주목할 점은 안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경우 단일후보 기호에 대한 질문에서 “2번으로 출마 vs 4번으로 출마”로 질문할 경우에는 2번으로 출마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이 많지만(SBS 조사), 본 조사처럼 “국민의당으로 출마 대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로 질문할 경우 “국민의당” 후보로 나가야 한다는 응답이 다수다).
사실 이번 국민의힘 서울 보궐선거 후보 선출 방법으로 일반시민 여론조사를 전체 유권자 대상으로 확대(즉 상대당 지지자도 포함)하기 전까지는 당내 경선이나 후보 단일화를 위한 시민여론조사 방식은 조사 대상을 대체로 이해당사자 소속정당 지지자 및 무당파를 선별하여 조사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정당 지지자별 선호하는 야권단일후보에 대한 응답결과를 보면 문구나 정당표기 여부 보다 조사 대상에 상대당 지지층을 포함하느냐 아니냐 여부가 최종 단일 후보 선정의 큰 변수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즉 정당 지지층 특히 여당 지지층의 선택이 반영되느냐 아니냐의 여부가 즉, 전통적인 방식대로 양당 지지자와 무당파에게만 참여기회를 제공할 것인가가 야권 단일후보 결정의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전체 국민대상 경선 조사(안)→오세훈, 국민의힘+국민의당+무당파 대상 경선 조사(안)→안철수 유리할 듯
현재 전체 유권자로 개방할 경우 범여권 지지층에서 상대적으로 우위를 보이는 오세훈 후보가 득을 볼 수 있으며 안철수 후보의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양당 지지자와 무당파층만을 경선 조사 대상으로 삼는 것이 유리하다.
이번 조사 결과를 가지고 간단히 확인해봐도 야권 단일후보 “선호도”를 기준으로 조사한 동일조사 결과라도 (1안) 전체 국민대상(상대당 지지층 포함) (2안) 전통적인 방식처럼 양 후보의 소속정당인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지지층과 무당파만 대상으로 할 경우 승자는 바뀌게 된다.
1안으로 조사한 경우 앞에서 살펴본 대로 오세훈 후보가 38.4%(307명), 안철수 후보가 38.3%(306명)으로 오세훈 후보가 앞서지만, 본 조사 결과에서 더불어민주당, 열린민주당, 정의당, 기타정당 지지층의 선택을 배제하고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무당파 층의 응답만을 가지고 합산할 경우 오세훈 후보 41.1%(188명), 안철수 후보 42.9%(196명)으로 1위가 뒤바뀐다. 오차범위 내 수치로 순위를 결정한 것은 사실상 동전 던지기로 후보를 결정한 것과 같은 의미다(여론조사를 통한 후보선출, 의사결정의 문제 대해서는 정한울 2016.“외주 민주주의 시대의 여론조사”를 참조할 것).
빨간 불 켜진 더불어민주당: 여론조사 결과 이상의 약점
❶ 2020년 총선부터 시작된 선거 구도의 전환: 여당 지지층 균열의 시작?
2020년 총선, 180석 압승의 이면: 보수의 복원 조짐, 전국 여야 득표 격차 급감, PK의 복원
[표6]에서 볼 수 있듯이 2017년 대선의 경우 문재인 후보의 큰 승리(1, 2위 간 557만여표 차)이기는 했지만, 단독과반에 미치지 못했고, 야권 후보인 홍준표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을 합하면 대등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취임후 기대감과 남북정상회담의 성과 속에서 치러진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더불어민주당은 전국 득표를 보면 단독 과반을 넘으며 명실상부한 여당우위의 정치구도의 등장을 가져왔다(선거 및 정치구도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고서로 정리할 계획이다).
2020총선 결과는 의석 분포만 보면 180석의 여당 압승으로 여당 우위의 정치구도를 공고히 한 듯하지만, 전국 득표수와 득표율의 변화를 보면 최종 전국 지역구 투표 득표율에서 양당 지지율 격차는 9%p(더불어민주당 49.9%, 미래통합당 41.4%) 차이에 불과했고 실제 1-2위 정당 간의 득표 차이는 244만여 표로 이전 대선과 총선에서 557만~631만여 표 차이가 벌어졌던 것에 비해 크게 줄어 들었다. 서울에서는 지역구 투표에서 더불어민주당 53.5%(304만여 표), 미래통합당 41.9%(238만여 표)로 더불어민주당이 보다 여유 있게 앞섰지만, 부산의 경우는 이미 21대 총선 지역구에서 더불어민주당 44.1%(833만여 표), 미래통합당 52.8%(998만여 표)로 역전하면서 보수 복원의 시작을 알렸다.
보궐선거, 선거구도의 재편 가능성 커져: 여당 우위의 구도에서 심판론으로 무게 중심 이동 중
2020년 총선에서 심판론에 의존한 야당의 관성적 대응으로 오히려 야당심판론을 유발하며 여당은 압승을 거두고, 야당은 다수의 지지를 얻는 데는 실패했지만, 여당을 견제하고 싶어하는 층의 복원 가능성을 확인하며 2021년 보궐선거를 맞이하게 되었다. 즉 보궐선거는 여권이 2017년 대선에서 2020년 총선까지 지속된 압승 구도 이면의 지지기반 균열 조짐을 봉합하고 지금까지의 진보우위 구도를 되살릴 것인지, 아니면 야권이 2020년 총선에서 보여준 보수 복원의 가능성을 정치 및 선거 구도의 재편으로 이끌 것인지 첨예하게 대립하는 장이다.
현재까지의 상황은 전국적으로 정당 지지율에서는 여전히 여당이 앞서지만(다시 말해 보수정당 스스로 정당 지지기반이 재편을 이루어내지는 못했음을 의미한다) 정부여당 스스로 견제 심판여론을 강화시키면서 탄핵 이후 처음으로 야당이 최소한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커지는 방향으로 여론이 움직이고 있다. 최근 발표되고 있는 전국 조사 결과들을 보면 2020년 총선 이후 하반기를 거치면서 야당 심판론이 앞섰던 이전 선거들과 달리 정권심판론이 균형 속 우세한 국면이다(NBS 전국지표조사, 한국갤럽 리포트). 서울시장 보궐선거 투표구도를 보면 2월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조사, 3월 KBS·한국리서치 조사 결과 “국정 안정 위해 여당 후보 찍어야 한다”는 주장보다 “정부심판 위해 야당 후보 찍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비율이 우세했다(2월 조사에서는 오차범위 내였지만, 3월 조사에서는 오차범위 밖의 유의한 격차였다). 이러한 경향은 한국리서치 이외의 조사에서도 일관되게 확인된다(3월5-6일 실시한 중앙일보·입소스 서울 조사에서도 정권안정론 38.1%, 정권심판론 49.9%로 오차범위 밖의 격차가 확인되었다, https://www.nesdc.go.kr/files/result/202103/FILE_202103070845125970.pdf.htm).
❷ 여당 지지층의 균열1: ‘잔류 민주층’과 ‘이탈민주층’ 분화 → 이탈민주의 투표 이탈
필자는 지난 2016년 촛불이후 치러진 선거의 경우 과거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불린 40% 전후의 콘크리트 새누리당 지지층 중 탄핵 이후에도 보수정당 지지에 잔류하고 있는 ‘잔류 보수(remaining conservative: RC)’와 다른 정당 지지나 무당파로 이탈한 ‘이탈 보수(swing conservative: SC)’를 중심으로 선거 구도 분석을 해왔다. 이번 선거부터는 정치구도 분석의 다른 한 축으로 촛불 이후 형성된 40% 안팎의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중 여전히 민주당 지지를 유지하는 ‘잔류민주당 지지층(remaining democrats: RD)’과 이탈한 ‘이탈민주층(swing democrats: SD)’에 대한 탐색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탈층에서는 ① 기존 정당 지지에서 다른 정당 지지로 교체한‘전향/개종(conversion)’ 층과 ② 무당파로 이동한 ‘탈동원(demobilization)’층으로 세분화할 수 있다(Lewis-Beck et al. 2008; Kang and Jeong 2019; 정한울 2020).
21대 총선 여야 득표율의 차이가 9%p로 감소한 이유
현재의 표면적인 여론분포보다 실제투표 결과에서는 여야 지지율 격차가 커질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현상은 21대 총선 결과에서 이미 나타난 바 있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전국적으로 지역구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비율이 미래통합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비율을 대체로 13~15%p 일관된 우위를 보이며 여당의 승리가 점쳐졌고, 실제 의석에서 여권이 180석을 확보하는 유례없는 대승으로 이어졌다.
정작 투표함에 담긴 표심을 보면 다수제 효과로 여당의 다수 의석 확보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예상보다 표차가 크게 줄거나 야당 후보가 당선된 지역구들이 주목을 받았고, 앞서 살펴본 대로 양당 득표수는 전국적으로 244만여표, 득표율로 9%p 차로 좁혀졌다. 이를 의석수 아닌 득표수에서 나타난 보수정당의 선전을 “샤이 보수”(여론조사가 포착하지 못하는 보수지지 표의 결집)의 결과로 보는 입장도 등장했다(“민주당 압승 21대 총선, 또 다른 승자는 여론조사?” 미디어오늘 (2020/04/16,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6585) 등이 대표적인 기사인데 표본의 대표성 갖춘 ‘안심번호’ 도입으로 20대 총선보다는 정확도가 증가했지만, 숨어 있던 미래통합당 지지층 예측은 실패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샤이 보수’ 탓일까?
그러나 당시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보수정당 지지층의 강한 투표 결집이 이전 선거보다 강해질 것(가령 미래통합당 지지자와 보수층에서 적극적 투표의향 비율이 높았다)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되었다. 또한 미래통합당 역시 이전 대선이나 지방선거와 달리 “정권심판론”을 전면에 공공연하게 내세울 정도의 사회적 분위기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보수정당 지지층이나 보수층이 속마음을 감출만큼의 사회적 압력은 컸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출구조사에서 나타난 세대별 지역구 총선투표를 보면 사전 여론조사 들에서 예상되었던 것처럼 20대~40대에서는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비율(56~65%)이 가 60대 이상에서 미래통합당 후보 지지비율(60%) 수준을 넘어섰고, 과거 보수성향이 강했던 50대에서 조차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비율이 우위를 보였다. 심지어 비례투표에서는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지지율은 60대 이상에서만 과반을 넘는 54%의 지지율을 기록했을 뿐 나머지 세대에서는 20~34% 지지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고령화로 6070세대 규모가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21대 총선 기준으로 전체 유권자의 27.3%(1,202만 표)에 불과하고 18세~49세까지 유권자 비중은 무려 53.0%(2,331만 표)인 상황에서 세대별 투표에서 보이는 2040세대의 압도적인 여당 지지율을 고려할 때 양당 지지율 격차를 9%p 수준으로 좁힌 요인으로 보기에는 “샤이 보수”의 사이즈가 초라해보인다.
2040세대, 정부여당 지지층의 균열: 이탈민주층의 투표 불참(탈동원)에 주목해야
샤이보수 아닌 기존의 지지층 중 여당 지지를 표출한 잔류 민주당층과 이들이 투표장에 가지 않았던 것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선관위가 2017년 발표한 <19대 대통령 선거 투표율 분석> 과 2020년 11월에 발표한 <21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율 분석>를 보면 실제로 여당 지지세가 강했던 2050세대(특히 2030 젊은 세대) 투표율이 6070세대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그림7)(선거관리위원회 투표율 분석자료를 활용하여 20대 이하의 수치는 18-19세의 투표율을 20대의 투표율과 합산하여 재계산(19대 대선에서는 19-29세, 21대 총선에서는 18-29세)했고, 60대 이상은 60대, 70대, 80대 이상의 투표율을 합산하여 재계산한 수치이다.)
2017년 대선에서의 세대별 투표율은 20대 이하(19-20세)부터 50대까지 74.2%~78.6%로 60대 이상 투표율 79.1%(60대 84.1%, 70대 81.8%, 80대 이상 56.2% 합산)과 대등한 결과였다. 그러나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반대로 60대 이상의 경우 74.8%(60대 80.0%, 70대 768.5%, 80대 이상 51.0%)로 대선에 비해 약 4.2%p 하락하는 데 그쳤지만, 여당 지지의 우위를 보인 20대에서 50대까지는 투표율 하락 폭이 컸다(20대 이하 –16.2%p, 30대 –17.1%p, 40대 -11.4%p, 50대 –7.4p). 특히 2030세대는 57.1~58.7%로 60%에도 미치지 못했고, 정부여당의 핵심 지지층인 40대도 투표율 63.5%에 불과했다. 반면 60대는 80.0%, 70대도 78.5%로 상대적으로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2040세대의 투표율 하락이 여당의 승리에 낙관한 “결집도의 이완”때문이라는 진단이 제기되어 왔다(“4.15 총선, 60대 투표율 80% 찍고도 보수정당 완패했다.”(한국일보, 2020/11/22,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0112016550001682). 과연 2040세대의 투표 이탈을 단순히 여당 승리를 낙관한 결집도의 이완으로만 해석할 수 있을까? 여기서 필자는 2040세대의 급격한 투표율 하락이 단순한 경각심의 이완이라기 보다는 소득주도 성장 논란, 남북정상회담 이후 대북정책에 대한 반발, 조국장관 논란, 총선 전 검찰개혁 1차 갈등, 위성정당 논란 등의 과정에서 40%대를 상회했던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이 지지를 유지하는 잔류민주당 층과 정부여당에 실망한 이탈민주층(특히 탄핵과정에서 유입된 중도 보수성향의 신민주당 지지층)으로 분화하기 시작했다고 본다.
야당의 자성과 혁신이 답보를 거듭해온 상황에서 정부여당에 대한 정치적 실망과 이탈이 다른 정당에 대한 지지로 교체되는 ‘정치적 전향/개종(conversion)’으로 귀결되지 못하고(따라서 정당 지지율의 역전으로 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지지 유보나 투표 이탈로 탈동원된 현상으로 볼 필요가 있다(Lewis-Beck et al. 2008).
여당 지지층의 이탈 현상, 보궐선거에서도 지속될 전망
향후 실증적인 추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만약 21대 총선에서 나타난 2040 여당 지지기반에서의 지지율 하락 현상이 단순한 경각심과 결집도의 이완이라면 여당 입장에서 현재의 보궐선거에서 나타나는 여당의 열세를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태도는 유례없는 선거 직후부터 발생하기 시작했다. 역대 유례없는 선거 승리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지지율은 부동산 대책 논란, 추윤 갈등이 본격화되기 이전부터 급락했다는 것은 기존의 대통령 지지층과 여당 지지층의 이탈이 발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의 구도대로 선거가 진행될 경우 여당 지지층에서의 투표결집 이완현상은 이번 보궐선거에서도 재현될 전망이다. 이번 조사에서 우선 경합지인 서울의 세대별 투표의향을 조사한 결과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적극적 투표의향층의 비율이 60대 이상에서는 86.4%로 가장 높았고, 50대도 81.4%로 높은 수준이었다. 반면 20대의 경우 42.3%로 50%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매우 낮은 수준을 기록했고, 현 정부여당의 핵심지지층인 30대와 40대에서는 각각 70.7%, 76.6%로 보수성향이 강한 60대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이러한 패턴은 한국일보·한국리서치 2월 조사에서도 거의 동일한 패턴이 일관되게 나타난다).
보다 직접적으로 서울과 부산 결과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와 국민의힘 지지자들 중 적극적 투표의향층의 비율을 비교해보면, 일관되게 더불어민주당 지지층보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적극적 투표의향이 높았다. 이는 역으로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투표 결집 이탈 현상이 보궐선거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야당 지지층의 심판을 위한 결집은 계속 강화되고 있는 반면 정부여당 지지층의 균열로 이탈한 집단(특히 2030세대)에서 투표 결집도가 하락하는 현상이 재현될 경우 현재 전체 국민대상 여론조사 결과보다 실제 투표 결과는 야당에 유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보궐선거, 20대 남자 이어 20대 여성의 투표 불참의향 높아
[그림10]에서 볼 수 있듯이 최근 선거에서의 젊은 층의 투표율 상승은 20대 여성이 이끌었다. 특히 20대 초반 여성의 경우 과거 탈정치적 성향이 강해 20대 초반 남자에 비해 기권이 많았지만, 이들은 2012년부터 각종 선거에서 적극적인 참여를 보여주었고, 20대 후반에서도 초반 세대보다는 격차는 크지 않지만 역시 여성의 투표 참여가 전체 20대의 투표참여 상승을 이끌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들은 진보 및 여당지지 성향이 강해 이들의 투표율 상승이 현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선거 승리에 크게 기여해왔다(천관율·정한울 2019).
기성 세대와 대등한 투표참여를 보여주었던 2030세대가 이번 서울 보궐 선거에서 투표참여 의향이 약해지는 현상은 2030 젊은 여성층도 피해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림11]을 보면 18-34세 젊은 세대에서 앞서 살펴본대로 여성이 남성보다 적극적 투표 의향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 세대의 여성도 적극적 투표의향이 다른 세대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8-34세 남자의 경우 46.0%, 18-34세 여자의 경우 56.2%인 반면 35세~49세, 50-64세, 65세 이상 집단에서는 남녀 공히 75%를 상회하는 높은 투표의향을 보이고 있다. 이 역시 이번 보궐 선거에서 여당의 고전을 예고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❸ 여당 지지층의 균열2: 기존 지지층에서의 안정론 약화, 심판론으로 이탈 규모 커
지난 총선까지 지지층의 균열이 주로 정부여당 지지층의 투표이탈로 나타났다면 이번 보궐선거 및 차기 대선에서는 정치적 태도 변화를 수반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조국장관 임명, 윤미향 의원 논란, 미투 사건 및 박 전 시장의 자살, 인국공 사태, 추윤갈등 등의 사안, 정책적으로는 부동산/민생 정책 및 최근 LH 투기 의혹 사건 등에서 정부여당 지지층 내에서 찬반양론이 격렬하게 충돌해온 것이 이탈민주당 층으로 하여금 현정부 여당의 재집권에 대한 지지를 크게 약화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안정론에 대한 지지약화와 심판론의 강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젊은 세대, 정의당 지지층, 스윙(중도/무당파)에서 심판론 강화
지난 총선과 달라진 선거구도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서 지난해 총선 한 달여를 남기고 3월1-2일 실시한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조사와 이번 서울시 조사의 “안정론 대 심판론” 응답결과 비교해본다(표7)(한국일보·한국리서치 조사의 경우 전국 1,000명 조사라 본 서울시 조사와 직접적인 비교를 할 수 없으나 당시 서울 여론이 전국여론과 크게 차이가 없는 스윙지역 여론이고 전국여론 분포와 유사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여론의 구조를 보는 데는 유용하다고 판단된다).
- 세대 연합: 21대 총선 2050 안정론 60대+ 심판론 → 서울보선. 4050 안정론 vs. 2030+60대 심판론
- 이념 연합: 21대 총선 진보+중도 안정론 보수 심판론 → 서울보선. 진보 안정론 vs. 중도+보수 심판론
- 정당지지 연합: 총선 더민주+정의당 안정론 vs 미통+국민 심판론 → 서울. 더민주+(정의) vs 미통+국민+무당파 심판론
누가 민주당 지지를 이탈(이탈 민주층)했는가?
무엇보다 지난 총선에서 56~62%가 국정안정론을 지지했던 2030세대의 분위기가 심판론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2030세대의 과반(48~50%) 정도가 심판론을 지지했고 안정론은 37~38% 수준에 그쳤다. 아직 안정론이 우세한 4050세대에서 안정론 비율은 지난 총선에 미치지 못하고, 50대에서는 심판론이 안정론과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념집단별로 중도층이 확실히 안정론에서 심판론 지지로 무게 중심을 옮기면서 중도+보수 연합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심지어 진보층에서도 지난 총선 조사에서는 84.1% 가 안정론을 지지하고 심판론으로 이탈은 9.7%에 불과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진보층의 70.1%만 안정론 지지를 표명했고, 20.9%나 심판론으로 이탈했다. 보수층에서의 심판론의 강도도 훨씬 강해졌다.
지지정당별로 보면 무엇보다 정의당 지지층에서 정권안정론이 크게 약화된 점이 눈에 띈다. 21대 총선에서는 정의당 지지자의 75.4%가 국정안정을 지원했지만 이번 서울의 정의당 지지자들은 50.0%만 안정론을 지지했고 무려 42.5%는 정권심판을 위해 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무당파층에서는 21대 총선에서 안정 대 심판론이 대등했지만, 이번 보궐선거에서 서울 무당파층의 경우 56.9%가 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심판론 강화의 양대 요인: 정치적 요인(윤총장 사퇴 긍정평가 44.0%)과 민생요인(부동산 “잘못했다” 79.1%)
정권 안정론 대신 정권심판론이 강화된 데에는 복합적인 이슈가 작용했지만, 본 조사 결과 데이터로 확인해보면 윤석열 총장 사퇴로 대표되는 검찰개혁 갈등에 대한 태도(적절하다 44.0%, 부적절하다 39.9%, 모름 16.1%)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태도(잘했다 16.3%, 잘못했다 79.1%, 모르겠다 4.6%)가 안정론과 심판론 태도와 강한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카이제곱 검정 결과 유의)(다른 변수들의 영향력을 통제한 조건에서도 이들 변수가 선거구도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지 보기 위해 심판론 여부를 종속변수로 하여 로지스틱 회귀분석한 결과는 [별첨2]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로 정당 지지와 윤총장 사퇴에 대한 태도, 문대통령 국정 평가, 부동산 정책 평가 이슈가 심판론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판론의 경우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대비 국밈의힘, 국민의당, 정의당, 무당파일수록 심판론을 찬성한다. 앞서 본대로 정의당 지지층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을 중심으로 한 범여권 지지층에서 탈피하여 정권심판론 지지할 것이라는 가설이 유의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윤총장 사퇴 방식을 부정적으로 볼수록 정권안정론 선호=심판론에 부정적(B부호 -), 국정평가 및 부동산 정책 평가가 부정적일수록 안정론 반대=심판론 찬성(B 부호 +)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윤총장 사퇴 시기와 방법을 긍정적으로 보는 층(적절했다 352명, 44.0%)에서 정권 심판론 지지가 71.9%로 압도적인 반면, 사퇴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층(319명, 39.9%)에서는 심판론 지지가 28.8%에 그친다. 한편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 역시 보궐선거 심판론 여부와 강한 상관관계가 확인된다. 긍정 평가하는 층 130명(16.3%)할수록 안정론을, 부정적인 층 633명(79.2%)일수록 심판론(59.4%)이 강했다.
맺으며
이상으로 3월 8-9일 실시한 KBS·한국리서치 보궐선거 서울 여론조사 결과를 중심으로 현재 형성된 보궐선거 여론의 판세의 특징을 살펴보았다. 가상대결 조사 결과 3자 구도가 유지될 경우 박영선 후보가, 야권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야당 후보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최대 변수로 떠오른 야권 단일후보의 경우 안철수 후보가 중도/무당파 층에서 강세를 보이고, 오세훈 후보는 국민의힘 지지층/보수층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 강세를 보인다는 점이 본 조사의 중요한 발견이다. 이러한 현상이 여당 지지층의 전략적 선택(소위 역선택)의 결과인지, 아니면 안철수 후보에 대한 반감의 결과인지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
본 보고서는 동시에 2017년 대선~2020년 총선까지 형성된 여당 우위의 정치/선거 구도에 균열이 생기며 심판론 우위의 새로운 정치/선거 구도로의 전환 가능성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구도 전환은 정부여당에 불리한 약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우선, 여당 우위를 뒷받침했던 젊은 세대의 경우 이미 20대 총선에서부터 적지 않은 투표 이탈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이번 보궐 선거에서는 진보/더불어민주당 지지층/ 2030 여성층의 투표 결집이 약화되고 대신 보수/국민의힘 지지층에서 투표 결집의 우위 현상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다음으로 본 보고서는 투표 이탈 못지 않게 정부여당을 지지했던 집단에서 여전히 정부여당을 지지하는 ‘잔류민주’층과 정권심판론으로 돌아선 ‘이탈민주’층으로의 균열 가능성에 주목할 것을 주문한다. 21대 총선에서 정권안정론을 뒷받침했던 2030세대, 중도/무당파층의 이탈이 두드러졌고, 지난 총선 과정에서 위성정당 논란, 이후 페미니즘 이슈들을 중심으로 여당과 갈등의 골이 깊었던 정의당 지지층에서 심판론이 확대된 것도 여당의 확장성 및 지지확대 노력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심판론의 확산에는 정치적 요인과 민생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생과 경제 이슈를 중시하고, 상대적으로 정치 이슈에 거부감이 큰 중도/무당파 층의 이탈에 상대적으로 부동산 정책의 후폭풍이 크게 작용했다면, 조국장관 이슈부터 최근 윤석열 총장 사퇴로 이어진 검찰개혁 이슈는 진보층 및 여당 지지층 내부의 균열을 강화시키며 안정론 대신 심판론으로의 태도전환을 유발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약점을 고려하면 실제 선거결과는 현재 보고되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보다 훨씬 야당에 유리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야권 후보의 단일화를 전제할 경우 실제 야권 단일 후보의 선거 득표율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여야 격차보다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본 조사를 비롯하여 대체로 최근 판세 조사에서 야권 단일 후보가 안철수 후보로 될 경우 5~7%가량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는 데, 실제로 여당의 약점 요인을 감안한다면 현재까지의 판세는 야권 단일후보가 여당 후보에 비해 10%p 내외의 우위를 가지고 있다는 가정 하에 선거를 전망하고 예측하는 것이 필요해보인다. 이는 여당으로서 선거전망이 불리하고 불투명한 상황임을 의미하며, 지난 총선 이후 현재까지 불과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현재의 선거구도로 악화된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불리한 구도의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렇다고 여당의 약점이 반드시 선거의 패배로 직결된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아직 여야간 캠페인 경쟁이 본격화되기 이전일 뿐 아니라 특히 이번 선거 최대 변수인 야권의 최종 주자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정권심판론이 고조되면서 야권의 후보단일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현재 야권 서울시장 후보들에 대한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상승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제1야당인 국민의힘 지지율이 20% 대에 머물고 있으며, 단일화에는 성공하더라도 2012년 대선에서처럼 단일후보는 선출하더라도 양 후보의 지지율을 온전히 흡수하지 못해 선거에 패배할 수 있음을 사례를 통해 체감해왔다. 나아가 단일화 자체가 좌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시점이기에 아직 선거 결과를 속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은 야권이 시민들의 기대를 강화하는 단일화 결심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단일화가 되더라도 야권은 야권대로 적지 않은 약점과 불안요인을 갖고 있는 듯하다. 2016년 촛불과정과 그 이후 과정에서 누적되어 온 약점과 총선 이후 정부여당의 약점을 제대로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도 야권이 풀어야 할 숙제이다. 정권심판론에 기댄 반사이익은 오래 지속되기 어렵고, 이것 만으로 선거 및 정치구도의 변화를 장담할 수는 없다. 단일화 국면이 끝난 직후 발간될 예정인 2호 보고서에서는 여론을 통해 단일화 이후 정국 변화를 예측하고, 이번 호에 이어 이번에는 야권의 불안요인을 분석하기로 한다. 예선 국면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이 지나가고 있는 셈이다. 여당이 현재의 불리한 환경을 돌릴 수 있는 새로운 전환이 가능할지, 야권 역시 지난 수년간의 답보상태를 탈피할 계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시점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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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관율·정한울. 2019. 『20대 남자』 시사인북스.
Kang, Woo Chang and Han-Wool Jeong, 2019. “The Corruption Scandal and Vote Switching in South Korea’s 19th Presidential Election.” Korea Journal Vol 59 no 1. 79-105.
Lewis-Beck, Michael S., William G. Jacoby, Helmut Norpoth, and Herbert F. Weisberg. 2008. The American Voter Revisited. MI: Ann Arbor, University of Michigan Press.
KBS-한국리서치 여론조사는 지난 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과 부산 지역 유권자 각 8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가상번호(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각각 15.9%(서울), 17.5%(부산)다. 2021년 2월 행안부 주민등록 인구 기준에 따라 지역별·성별·연령별 가중치를 부여했다(셀 가중).
안정론-심판론 구도 변화 내용에서 인용된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여론조사는 지난해 3월 1일부터 이틀동안 전국 유권자 천 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가상번호(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21.9% 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