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 등 연이어 일어난 아동학대 사건들을 계기로 올해 1월 8일 민법 제 915조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는 ‘징계권’ 조항이 삭제되었다. 앞으로는 자식에 대한 부모의 체벌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자녀가 학대를 이유로 부모를 고소할 경우, 친권자라도 처벌받을 수 있게 되었다. ‘자녀체벌금지법’을 두고 아동단체는 ‘이제야 법적 토대가 마련되었다’며 반기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말 안 듣는 아이를 이제 어떻게 키우지’ 하는 우려도 섞여 있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지난 4월16일 ~ 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체벌에 대한 인식을 조사하여 자녀체벌금지법이 우리 사회에 잘 안착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보았다.

주요 내용

  • 10명 중 7명(74%)은 아동학대가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자녀체벌금지법를 알고 있다는 응답은 40%, 이를 찬성한다는 응답은 74%였다. 찬성하는 이유로는 훈육에 있어 체벌이 필요한 상황이 있다는 응답이 58%로 가장 높았다.
  • 훈육을 위한 체벌이 나와 내 주변에서 ‘일어나지 않는다’는 응답이 56%, ‘일어난다’는 응답이 44%였다. 부모 10명 중 8명은 ‘아이에게 큰 소리를 지르거나 고함을 지른 행위(77%)’를 한 적이 있고, ‘아이 앞에서 부부싸움을 하거나 갈등 상황을 보여주는 행위(63%)’, ‘맨 손으로 아이의 손, 발, 엉덩이 등을 때리는 행위(52%)’ ‘아이에게 때리겠다고 위협한 행위(51%)’, ‘딱딱한 물건으로 아이의 손, 발, 엉덩이 등을 때리는 행위(41%)’ 순으로 가정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러한 행위에 대해 부모 10명 중 7명 이상은 훈육이 아닌 학대라고 인지하였다.
  • 유년 시절 훈육 목적의 체벌을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은 70%였고, 체벌 경험이 있는 집단 중 83%는 이를 학대로 보지 않았다. 50%가 넘는 응답자는 체벌이 효과적이고 필요하다고 답했다.
  • 체벌을 통한 행동 교정·고의성·강도·빈도 차원에서 훈육인지, 학대인지 물은 결과 응답이 거의 절반수준으로 비슷하게 나왔다는 점에서 개념의 혼돈을 잠재우기 위한 명확한 기준점이 필요해 보인다. 사람들이 아동학대 신고를 꺼리는 이유로는 남의 가정사이기 때문에(36%), 신고 후 책임이나 역할이 부담스럽기 때문(23%)이라고 답했다. 가정 내 아동학대 원인으로 훈육과 학대의 차이에 대한 무지(36%), 양육지식 및 기술의 부족(30%), 부모 역할에 대한 무지(28%)를 꼽았다.

아동학대 문제 심각성 인식

10명 중 7명(74%) 아동학대 문제 심각하게 인식
자녀체벌금지법 74%가 찬성, 반대 이유로 ‘체벌이 필요한 상황’에 대한 필요성도 혼재(58%)

응답자의 10명 중 7명(74%)은 아동학대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인식했다. 아동학대 심각성에 대한 높은 공감대는 자녀체벌금지법을 찬성(74%)하는 의견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자녀체벌금지법를 알고 있다는 응답은 40%로 아직 인지도는 낮은 편이다. 자녀체벌금지법 자체를 알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녀체벌금지법에 반대하는 이유로 ‘훈육을 하다 보면 체벌이 필요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응답(58%)이 과반이 넘었다. 국민 대다수가 체벌을 금지하는 법에 동의하지만, 체벌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체벌은 나와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56%
부모 77%가 아이에게 큰 소리 친 경험 있어… 그러나 자신들의 한 행위를 학대로 인지

훈육을 위한 체벌이 나와 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지 물어본 결과, ‘일어나지 않는다’는 응답이 56%로, ‘일어난다’는 응답(44%)보다 더 높았다. 자녀가 있고(61%) 연령대가 높을수록, ‘체벌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현재 자녀가 있는 경우 실제 자신의 경험을 통해 체벌을 타자화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일까?

그러나 부모 10명 중 8명은 ‘아이에게 큰 소리를 지르거나 고함을 지른 행위(77%)’를 한 적이 있고, ‘아이 앞에서 부부싸움을 하거나 갈등 상황을 보여주는 행위(63%)’, ‘맨 손으로 아이의 손, 발, 엉덩이 등을 때리는 행위(52%)’ ‘아이에게 때리겠다고 위협한 행위(51%)’, ‘딱딱한 물건으로 아이의 손, 발, 엉덩이 등을 때리는 행위(41%)’ 순으로 가정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행위에 대해 부모 10명 중 7명 이상은 훈육이 아닌 학대라고 인지하였다. 학대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높은 행위일수록 경험 빈도는 낮은 것으로 나타나 상대적으로 심한 체벌은 자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이에게 애정표현과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 행위’에 대해서는 학대라는 응답(56%)이 절반에 그쳐 정서적 방임은 학대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높았다.

체벌 경험이 체벌 효과성 및 필요성에 미치는 영향

어린시절 체벌 경험 70%, 체벌의 효과성·필요성에 공감

부모들은 왜 자신들이 한 행위가 학대라고 생각하면서도 아이에게 체벌을 가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체벌에 대한 경험과 인식을 통해 찾아볼 수 있다. 현재 부모이거나 앞으로 부모가 될 이들은 유년 시절 훈육을 목적으로 한 체벌을 받은 적이 70%나 됐다. 그러나 체벌 경험이 있는 집단 10명 중 8명 이상(83%)은 자신이 받은 체벌이 학대가 아니라고 답해, 어린 시절 받은 체벌을 소위 “사랑의 매”로 인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사랑의 매 효과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또한 ‘적절한 체벌은 아이를 가르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다’라는 주장에 대해 64%가 동의하며 체벌을 하더라도 아이는 바르게 잘 자랄 수 있고(57%), 아이가 잘못할 때는 때려서라도 가르쳐야 한다(52%)고 답해 체벌의 효과성과 필요성 의견에 공감하고 있다.

체벌 경험이 있는 집단이 체벌에 보다 관대하며, 대물림 현상도 나타나

체벌 경험이 있는 집단, 그 중에서도 이를 학대로 보지 않는 집단에서 더욱 체벌에 관대한 성향을 보인다. 자신이 체벌을 받았지만 잘 자라왔다는 자기 경험을 통해 체벌의 부작용에 대해서 염려하지 않고 체벌을 아이 훈육에 효과적인 방법으로 바라보고 있다.

실제 이러한 인식은 체벌의 대물림 현상으로도 이어진다. 체벌 경험이 있는 집단에서 체벌 경험이 없는 집단에 비해 체벌 행위를 더 많이 하고 있었다. 특히, 맨 손이나 딱딱한 물건으로 아이의 손·발·엉덩이를 때리거나 아이에게 때리겠다고 위협하는 행동들은 체벌을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에 비해 2배 이상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학대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자신들이 한 체벌 행위가 학대라고 생각하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체벌의 효과성과 필요성에 공감하며, 체벌을 대물림하고 있는 혼돈의 상황이 현재 우리의 모습이다.

훈육과 학대의 기준점 마련 필요성

같은 체벌, 훈육과 학대를 구분 짓는 명확한 기준이 없어

체벌에 대한 인식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것은 어떤 체벌이 학대인지 훈육인지 구분 짓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의 행동을 교정하기 위한 목적이 있고(59%), 고의성이 없는(51%) 체벌은 ‘훈육’이라는 시각이 약간 우세하다. 그러나 체벌의 빈도가 적어도(57%), 체벌의 강도가 약해도(52%) 학대라는 응답이 조금 높다. 목적의 정당성 차원 외에는 학대와 훈육을 구분 짓는 명확한 잣대가 없어 보인다.

남의 가정 일이고 부모의 양육방식일 수 있다는 생각이 신고를 꺼리게 만들어(36%)

그러나 체벌의 목적이 아이 잘못을 교정하기 위한 것이라면 훈육이라는 의견이 높다는 결과는 중요한 시사점을 안겨 준다. 실제 아동학대 사건에서 가해자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훈육을 목적‘으로 한 체벌이라는 변명이다. 실제 신고의무자들이 아동학대 신고를 꺼리게 되는 이유로도 ‘남의 가정 일이고 부모의 양육방식일 수 있다는 생각(36%)’을 손꼽았다. 대부분 아이를 심하게 혼내는 소리와 울음소리를 들어도 남의 가정사, 훈육 방식이라는 이유로 신고가 어려운 현실을 고려한 해법이 필요하다.

체벌에 대한 혼돈을 잠재울 충분한 논의와 함께 부모교육이 필요

이번 조사에선 아동학대 심각성과 체벌 금지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체벌 행위 대부분을 학대로 인지하면서도, 본인의 체벌 경험을 통해 자녀들에게 체벌을 대물림하고 있는 우리의 양가적 모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자녀체벌금지법을 일상생활에서 적용할 경우 생기는 혼란에 대해 사회적 대화를 이어나가야 한다. ‘아이가 말을 안 들을 때 한 대도 때리면 안 되는지’, ‘손바닥을 때리는 것도 학대로 봐야 하는지’, ‘남의 집 일에 내가 개입해서 신고해도 되는지’ 등 체벌과 학대에 관한 여러 질문과 혼란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합의가 시급하다.

또한 가정 내 아동학대 원인으로 훈육과 학대의 차이에 대한 무지(36%), 양육지식 및 기술의 부족(30%), 부모 역할에 대한 무지(28%)를 지적하고 있어, 부모 교육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18년 전국보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영유아 부모 중 부모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경우는 37%에 불과했다. 자녀체벌금지법이 실행된다고 체벌을 경험하고 자란 부모들이 갑자기 변화되기는 어렵다. 자녀체벌금지법은 부모교육을 통해 올바른 훈육 방식에 대한 학습과 인식개선이 함께 이루어질 때 아동학대를 근절시키는 실효성 있는 법으로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일러두기

  • 본 리포트의 데이터는 소수점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하여 정수로 표기하였으므로, 보고서 상에 표기된 값의 합이 100%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복수응답 문항의 빈도는 그 합이 100%를 초과할 수 있습니다.
  • 응답 사례 수가 적은 경우 해석에 유의하여 주십시오.

조사개요

  • 모집단: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 표집틀: 한국리서치 마스터샘플(21년 3월 기준 약 57만명)
  • 표집방법: 지역별, 성별, 연령별 비례할당추출
  • 표본크기: 각 조사별 1,000명
  • 표본오차: 무작위추출을 전제할 경우, 95%신뢰수준에서 각 조사별 최대허용 표집오차는 ±3.1%p
  • 조사방법: 웹조사(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url 발송)
  • 가중치 부여방식: 2021년 3월 행정자치부 발표 주민등록인구 기준 지역별, 성별, 연령별 가중치 부여(셀가중)
  • 응답률: 조사요청 6,844명, 조사참여 1,494명, 조사완료 1,000명(요청대비 14.6%, 참여대비 66.9%)
  • 조사일시: 2021년 4월 16일 ~ 4월 19일
  • 조사기관: ㈜한국리서치(대표이사 노익상)

이혜민
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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