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적 흐름에 따라 가족에 대한 정의가 점차 달라지는 듯하다. 산업화 이전까지는 조부모, 부모, 자녀로 이루어진 대가족 형태가 주였고 점차 핵가족(부부, 부부와 미혼자녀, 편부모와 미혼자녀로 이루어진 가구)화 되면서 가족의 단위가 축소되었다. 학업이나 직장 등의 이유로 1인가구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아버지‧어머니와 미혼자녀로 구성된 2세대 가구는 2020년 811만 가구에서 2050년 587만 가구로 감소한다. 반면 1인가구는 2020년 648만 가구에서 2050년 905만 가구로 증가할 전망이다(통계청 장래가구추계(2022)). 시간이 흐를수록 한 가구를 구성하는 세대가 단순해지고 구성원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6월 17일 ~ 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가족원이 단순화되는 상황에서 어디까지를 가족이라고 인식하고 있는지, 어떤 형태가 ‘정상 가족’이라고 생각하는지 살펴보았다.
주요 내용
- 혈족 중에서는 ‘자녀·부모·형제자매’, 인척 중에서는 ‘배우자·배우자 부모’가 내 가족이라는 응답이 7-90%대로 높다. 이외 구성원에 대해서는 가족이라는 응답이 절반 이하이다. 응답자 10명 중 3명(27%)은 반려동물도 내 가족이라고 인식한다.
- 여성과 20대, 미혼 응답자가 생각하는 가족은 가까운 촌수에 한정한다(6-90%대). 이들은 촌수가 멀어질수록 가족이라는 인식이 현저히 낮고, 반려동·식물 가족이라는 응답이 높다.
- 결혼 혹은 혈연 조건을 만족해야 ‘정상 가족’이다(응답자의 6-70%대). 일반위탁, 대안, 동거, 동성가족과 같이 법적 보호가 어려운 특수한 형태의 가족은 정상으로 보기 어렵다.
- 다만, 여성과 20대, 미혼 응답자는 특수형태의 가족도 정상 가족이라는 응답이 비교적 높다.
가족의 범위
혈족 중 자녀·부모·형제자매, 인척 중 배우자·배우자 부모는 내 가족이다 7-90%대
응답자 10명 중 3명(27%), 반려동물도 내 가족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가족’의 정의가 달라지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어디까지를 가족으로 인식하고 있는지 물었다. 크게는 자신과 혈연관계가 있는 ‘혈족’, 혈연관계가 없으나 혼인으로 맺어진 친족이라는 의미의 ‘인척’ 두 그룹으로 나눠볼 수 있다. ‘혈족’ 중에서도 1촌에 해당하는 ‘자녀(93%)’와 ‘부모(88%)’, 2촌에 해당하는 ‘형제자매(75%)’가 가족이라는 응답이 7-90%대로 높았다. 다만, 혈족이라도 촌수가 멀어질수록 가족원이라는 인식은 절반 수준이었다. ‘인척’ 중에서는 ‘배우자(93%)’와 ‘배우자의 부모(71%)’가 가족이라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며느리(53%)나 사위(53%)가 내 가족이라는 응답은 인척 중 3-4순위임에도 50%대에 그쳤다. 마지막으로 ‘반려동·식물과 비혈연 동거인’에 대한 가족 인식이다. ‘반려동물’이 내 가족이라는 응답은 27%, ‘반려식물(9%)’, ‘비혈연 동거인(8%)’ 순이다. 반려동물 양육 가구 300만 명 시대로 2020년부터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도 반려동물 양육가구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반려동물도 가족이라는 27% 응답은 결코 낮지 않은 수치이다.
여성 · 20대 · 미혼 응답자가 생각하는 가족은 가까운 촌수에 한정, 6-90%
촌수가 멀어질수록 가족이라는 인식이 현저히 낮고, 반려동·식물 가족이라는 응답 높아
여성과 20대, 미혼 응답자는 자녀·배우자·부모·형제자매와 같이 혈족 중에서도 1-2촌 및 무촌 관계에 한해 가족이라는 응답이 6-90%로 높았다. 이를 제외하면 가족이라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남성은 여성에 비해 가족관 범위가 비교적 넓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배우자의 부모’가 나의 가족이라는 응답이 77%로 여성(65%)보다 12%포인트 높았다. ‘아버지 형제·남매 및 그 배우자’ 혹은 ‘어머니 형제·자매 및 그 배우자’, ‘내 형제자매의 배우자(형수, 제수, 올케 등)’에 대한 가족 인식도 여성보다 14-15%포인트 높았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2-3촌의 가까운 사이더라도 그들의 인척까지는 내 가족이라는 인식이 비교적 낮은 것이다.
20대와 미혼 응답자는 각각 타 연령대와 결혼 경험이 있는 응답자 대비 인척에 대한 가족 인식이 낮았다. 20대와 미혼 응답자의 특성상 나의 결혼으로 맺어진 인척이 현저히 적은 수준이다. 연령이 높을수록 자신의 결혼으로 맺어진 인척에 대한 가족 인식이 높은 편이다.
‘반려동물’과 ‘반려식물’이 가족이라는 응답은 20대와 미혼 응답자에서 월등히 높았다. 20대(60%)와 미혼(48%)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반려동물이 나의 가족이라고 답했다. 또한, 20대(19%)와 미혼 응답자(16%) 10명 중 1-2명 정도는 반려식물도 가족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내가 키우는 동·식물에 ‘반려(伴侶, 짝이 되는 동반자)’라는 단어를 붙일 만큼 동·식물과 정서적으로 교감하고 이들을 가족으로 여기는 20대와 미혼 응답자가 적지 않은 것이다. 20대는 ‘반려동물(60%)’을 가족이라고 답한 응답이 ‘형제자매(83%)’에 이어 5순위였다.
점차 가족이라는 범위가 촌수가 가까운 혈족이나 배우자 정도에 한정하고, 사람은 아니지만 조건 없이 정서적 교감이 가능한 동·식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상 가족의 범위
다양한 가족 형태를 ‘정상 가족’으로 인식
다만, 양쪽 부모가 모두 부재하거나 법적으로 인정하는 가족 아닌 경우 ‘정상 가족 아니야’
정상’은 지극히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것으로, ‘비정상’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정상적이지 않은, 비정상적인 것은 나와 다른 것으로 치부해버린다. 그렇다면, 가족도 ‘정상 가족’과 ‘비정상 가족’으로 나눌 수 있을까.
가족 형태별로 정상 가족인지, 아닌지 물었다. 우선, 가족을 세 가지 형태로 구분했다. ‘재혼·입양·다문화 가족’, ‘부모·자녀 부재(한부모, 조손, 소년·소녀가장, 무자녀, 미혼모·부) 가족’, ‘특수형태(동거, 동성, 대안, 일반위탁) 가족’이다. 그룹별로 살펴보면, ‘재혼·입양·다문화가족’을 정상 가족으로 볼 수 있다는 응답이 86-7%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부모·자녀 부재 가족’, ‘특수형태 가족’ 순이다.
가족은 혼인이나 혈연·입양을 통해 구성된 것으로 정의한다. ‘재혼·입양·다문화 가족’은 부모와 자녀 모든 구성원을 충족한 형태로, 가장 ‘정상’에 가깝다고 보았다. ‘국제결혼 다문화가족(87%)’, ‘입양가족(86%)’, ‘재혼가족(86%)’ 모두 정상 가족이라는 응답이 90%에 달했다.
결혼 혹은 혈연 조건을 만족해야 정상 가족, 6-70%대
법적 보호가 어려운 특수한 형태의 가족은 정상으로 보기 어려워
다음으로 ‘부모·자녀 부재 가족‘이 정상 가족이라는 응답은 절반을 넘었다. ‘한부모가족(76%)’·‘무자녀가족(76%)’,· ‘조손가족(64%)’은 정상 가족이라는 응답이 6-70%대로 높았다. 다만, ‘미혼모(56%)·미혼부(54%), 소년·소녀가장 가족(45%)’과 같이 결혼제도를 거치지 않고 자녀를 출산해 배우자 없이 자녀를 양육하거나 어린 자녀로만 이루어진 형태가 정상 가족이라는 응답은 50% 내외였다.
마지막으로 ‘특수형태 가족’이 정상 가족이라는 응답은 3-40%대에 그쳤다. ‘일반위탁가족(친부모가 아이를 기를 수 없어, 혈연관계가 없는 일반인이 아이를 대신 맡아 양육하는 형태의 가족), 대안가족(혈연·결혼·입양관계는 아니지만, 함께 살며 생계를 공유하는 형태의 가족), 동거가족, 동성가족’은 법적인 가족으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부의 성별이 동일한 동성가족 역시 동성결혼이나 차별금지법이 합법화되지 않은 시점에서 정상 가족이라는 인식이 29%로 현저히 낮았다.
여성 · 20대 · 미혼 응답자, 정상 가족의 범위 넓은 편
동거·동성·대안·일반위탁가족에 대해서도 정상 가족이라는 응답 높은 편
여성과 20대, 미혼 응답자는 상대적으로 정상 가족으로 인식하는 범위가 넓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무자녀가족(81%, 남자 70%)’, ‘미혼모가족(63%, 남자 49%)’, ‘미혼부가족(61%, 남자 46%)’, ‘동성가족(36%, 남자 23%)’을 정상 가족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20대 역시 가족 형태와 상관없이 대체로 정상 가족이라는 인식이 높았다. 특히 ‘동성가족’이 정상 가족이라는 응답은 51%였다. 미혼 응답자도 ‘부모·자녀 부재 가족’, ‘재혼·입양·다문화 가족’이 정상 가족이라는 응답이 결혼 경험이 있는 응답자 대비 높았다. 특히 응답자 절반 이상은 ‘동거가족’도 정상 가족이라고 답했다.
같은 혈족이라도 촌수가 멀어지면 ‘나의 가족’이라는 인식이 절반 수준이었다. 20대 10명 중 6명은 반려동물도 나의 가족이라고 답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족’의 범위가 축소 및 변화하고 있다. 가족이란, 혼인이나 혈연·입양을 통해 구성된 집단이다. 전통적인 ‘가족’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 형태는 대체로 정상가족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20대는 동성·동거가족 등 특수형태의 가족도 정상 가족이라는 인식이 절반에 달했다. 세대별로 어디까지가 ‘나의 가족’이고, 어디까지가 ‘정상적인’ 가족인지에 대한 인식차가 분명했다. 점차 세대가 바뀌면서 ‘가족’의 정의가 새롭게 바뀌지 않을까 싶다.
일러두기
- 본 리포트의 데이터는 소수점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하여 정수로 표기하였으므로, 보고서 상에 표기된 값의 합이 100%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복수응답 문항의 빈도는 그 합이 100%를 초과할 수 있습니다.
- 응답 사례 수가 적은 경우 해석에 유의하여 주십시오.
조사개요
- 모집단: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 표집틀: 한국리서치 마스터샘플(22년 6월 기준 약 77만명)
- 표집방법: 지역별, 성별, 연령별 비례할당추출
- 표본크기: 각 조사별 1,000명
- 표본오차: 무작위추출을 전제할 경우, 95%신뢰수준에서 각 조사별 최대허용 표집오차는 ±3.1%p
- 조사방법: 웹조사(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url 발송)
- 가중치 부여방식: 2022년 3월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인구 기준 지역별, 성별, 연령별 가중치 부여(셀가중)
- 응답률: 조사요청 7,236명, 조사참여 1,368명, 조사완료 1,000명(요청대비 13.8%, 참여대비 73.1%)
- 조사일시: 2022년 6월 17일 ~ 6월 20일
- 조사기관: ㈜한국리서치(대표이사 노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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