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불평등 문제가 한국사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빈부격차나 소득불평등 문제에 대해서는 2000년대부터 역대 정부에서 꾸준한 재정 투입과 적극적인 재분배 정책 등을 통해 대응해왔고 사회적 관심도 높다. 반면 건강불평등 문제에 대한 정부와 사회적 관심이 부족했고, 국민들에게도 아직은 낯선 개념이다. 

최근 통계개발원이 발간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9>에 따르면 개인의 교육, 소득 수준, 사는 지역에 따라 기대수명, 건강 수명의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소득 5분위 중 하위 20%와 상위 20%의 기대수명 격차가 2004년 6.24세였던 것이 2017년에는 6.48세로 증가했고, 2030년에는 6.73세로 커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저학력, 육체직 종사자, 저소득층 자녀의 경우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전 생애에 걸쳐 더 큰 건강 위협 요인에 노출되고 있다고 한다.

부의 불평등이 세습되는 현상처럼 건강 격차 역시 대물림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셈인데, 문제는 개개인의 생명과 건강상태가 사회경제적 지위와 자산의 크기에 좌우되는 객관적 실태는 물론 주관적 인식에 대한 실증 연구가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다. 객관적 실태와 주관적 인식은 항상 일치하는 것이 아니다. 실태와 인식이 불일치하거나 충돌할 때 정책 효과는 왜곡되거나 반감될 수밖에 없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소통센터가 한국리서치와 공동으로 ‘건강불평등 해소를 위한 국민건강보험의 역할’에 대한 대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조사를 통해 우리 사회 건강불평등 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국민건강보험의 역할과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조사는 2019년 10월 24일부터 11월 27일까지 전국 200개 집계구 내 2,000 가구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이번 조사는 사망률이나 건강수명과 같은 신체 건강 차원뿐 아니라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정신병리, 정신건강상태에서 나타난 불평등 현상을 파악하는 문항을 포함한다. 건강불평등에 대한 종합적인 문제 진단이 가능하다.


건강불평등 현상, 주관적 건강평가 및 발병단계에 집중, 정신건강에도 영향

한국사회 건강불평등 “심각하다” 60%,

소득, 교육, 취업 상태별 주관적 본인 건강상태 평가 격차 뚜렷

국민들은 건강불평등 문제를 얼마나 인식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한국사회의 건강불평등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지 물어본 결과 응답가구의 60%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우선 주관적 건강상태 평가에서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인식격차가 뚜렷하다. 실제로 본인 세대 평균과 비교하여 자신의 건강 상태를 평가한 결과를 보면 남자보다 여자가, 젊은 세대보다 나이 든 세대일수록 신체건강 및 정신건강상태에서 모두 낮은 점수를 주고 있다. 소득 수준, 교육 수준, 취업 상태에 따른 주관적 건강상태의 격차도 뚜렷하다. 고졸 이하에서는 신체건강, 정신건강 모두 평균 이하의 평가를 하고 있으며, 비정규직/비취업자, 월 소득 301만 원 미만 가구에서 신체 및 정신건강 평가가 평균에 못 미치고 있다. 신체건강으로 보면 월소득 200만 원 이하 가구원과 701만 원 이상 가구원의 주관적 신체건강 격차(7.19-6.20=0.99)는 30대 젊은이와 70대 이상 노인의 응답 격차(7.23-6.16=1.07)에 비견된다. 정신건강의 경우는 격차가 다소 줄지만, 마찬가지로 200만 원 이하 가구원(7.05)과 701만 원 이상 가구원(7.97)의 격차는 20대(7.87)와 70대 이상(7.03) 간의 격차에 근접한다.

만성질환 발병률, 사회경제적 격차 심각: 비취업자/고졸/200만 이하는 정규직/대재/701만+의 3배~4배

건강불평등 현상은 주로 발병 단계에서의 사회경제적 격차가 집중적으로 확인된다. “의사의 진단을 받아 3개월 이상 약을 복용하거나 치료를 받고 있는 만성질환이 있다”는 응답이 대재 이상층, 정규직 임금근로자 중에서는 각각 10%에 불과했지만, 고졸 이하 층에서는 39%, 비취업자 층에서는 35% 수준으로 3.5~4배에 달했다. 가구소득 기준으로 봐도 월소득 701만 원 이상 층에서는 18% 수준에 그쳤지만, 200만 원 이하 저소득층 응답자 중에서는 56%나 만성질환을 호소했다.

소득불평등, 정신건강에도 영향: 저소득층, 저학력층에서 스트레스와 우울증 경험 높아 

– 스트레스 고위험층, 가구소득 200만 원 이하 46% vs. 701만 원 이상 25%

– 우울증 지수, 가구소득 200만 원 이하 9.21 vs. 701만 원 이상 4.69

WHO가 건강불평등을 유발하는 10대 사회적 요인으로 꼽은 ‘스트레스’의 경우도 교육 수준 및 가구소득에 따라 큰 격차를 보인다. 스트레스는 정신건강 및 신체건강에 공히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미국심리학회 2017)1). 지각된 스트레스(10개 지표에 대한 최근 한 달간 경험 빈도를 합산: 0~40점) 지수 기준으로 13점 이하는 정상, 19점 이상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스트레스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코헨 외, 1983)2). 본 조사에서 동일문항으로 측정한 결과 고졸 이하에서는 37%가 고위험군인 반면, 대재 이상에서는 31% 수준이다. 가구소득별로는 701만 원 이상 고소득 가구원의 25%만 스트레스 고위험군인 반면, 200만 원 이하 가구원에서는 46%가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한편 스트레스, 대인관계, 경제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우울증의 경우도 전 세계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미국 역학연구센터의 축약형 우울 척도(CES-D: Center for Epidmiologic Studies Depression Scale, 11개 지표 최근 일주일간 경험 빈도 0~33점)로 측정한 결과 고졸 이하 저학력층, 월 가구소득이 낮은 저소득층에서 우울증상 징후가 유의하게 높다(Radloff 1977, Kohut et al 1993)3) 우울척도 점수 평균을 보면 가구소득 200만 원 이하 가구원은 9.21나 되지만, 701만 원 이상 가구원의 경우 4.69로 크게 낮아진다.


국민건강보험의 건강불평등 완화 효과, 발병 후 치료단계에 집중

“불평등 완화 효과 있다”, 국민건강보험 48% vs. 민간의료보험 22%

이러한 건강불평등 문제에 대해 국민건강보험이 불평등 완화에 기여하는 효과에 대해 물어본 결과 48%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민간의료보험에 대해 긍정적으로 응답한 22%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았다. 민간의료보험 대비 국민건강보험의 건강불평등 완화 기여도가 높게 평가된 것은 무엇보다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정책이 치료 단계에서 발생하는 비용 부담을 덜어주면서 저소득, 사회적 약자 층에게도 최소한의 치료 기회를 보장해준 결과로 보인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치료단계 불평등 완충,

저소득층에서도 “경제적 부담으로 치료 중단한 경험은 없다” 93%

앞서 만성질환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류된 512명에게 “경제적인 이유로 병원에 가지 못하거나 치료를 중단한 적이 있는지” 물어본 결과 93%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의료급여 대상 중에서만 15% 정도가 치료 중단 경험이 있다고 답했을 뿐, 직장보험 가입자 및 피부양자, 지역보험 가입자 집단에서 93~96%가 중단 없이 치료를 받는다고 답했다. 만성질환 발병률에서는 소득, 교육 수준별 차이가 뚜렷했지만, 경제적 이유 때문에 치료를 중단한 사례는 저소득층, 저학력층에서도 소수에 불과했다. 국민건강보험이 저소득층, 저학력 계층에게도 지속적인 치료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발병 이후 치료 단계에서 건강불평등을 완화하는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의료급여 대상자 중에서 치료 중단 사례가 높은 것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조사와 대응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향후 건강보험의 과제

①  보장성 확대에서 발병 전 예방 강화로:

건강보험 보장범위, “적절하다” 55%, “부족” 41%, “과도” 4%

현재 국민건강보험의 보장 범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적절한 편이다”라는 응답이 55%로 과반을 넘었고, “과도한 편이다”라는 응답 4%를 합하면 전체 국민의 열 명 중 여섯 명은 부족하지 않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부족하다”는 응답은 41%에 그쳤다. 주목할 점은 교육 수준이나 소득 수준별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특히 민간의료보험을 가입하지 않고 전적으로 건강보험에 의지하고 있는 저소득층일수록 현재 국민건강보험의 보장 범위가 적당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200만 원 미만 가구원의 58%가 “적절하다”고 답했지만, 701만 원 이상 고소득층에서는 46% 수준에 그치고 있다.

결국 치료비 부담을 상대적으로 크게 느낄 수 있는 저소득층, 저학력 계층에서 보장 범위가 적절하다는 응답 비율이 높다는 것은 이제 건강불평등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치료 단계에서의 보장성 확대 패러다임을 뛰어넘을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즉 발병 전 예방 단계에서 사회적 격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을 모색할 때이다.

② 건강불평등 해소를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

정부 정책과 사회의 공동 대응 필요, 사회 신뢰자본 축적 및 커뮤니티 케어가 시급하다

조사 결과를 보면 건강 불평등 인식에 미치는 사회적 인프라와 커뮤니티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건강의 개념을 정신건강 영역까지 확장할 경우 더더욱 그렇다.

한국사회에 대한 전반, 복지제도, 법 제도, 사회적 이동, 의무의 배분,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 여부를 합산 평균하여 사회 신뢰자본 지수(1-4점)를 만들고, 종친회, 향우회 등 연고 집단과 종교, 시민단체, SNS 모임 등 자발적 네트워크 조직 10개 집단에 대한 참여 여부를 합산한 지수(0-10점)를 만들어 건강 불평등 인식과 비교해보았다.

건강불평등을 심각하다고 보는 집단일수록 한국사회에 대한 신뢰 점수와, 소속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이 낮았다. 반대로 건강불평등을 심각하지 않다고 낙관하는 집단에서는 사회 신뢰 점수가 높았고, 소속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도 높았다. 건강불평등에 대한 위협감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사회 신뢰자본의 축적과 공동체 네트워크의 활성화가 필요함을 보여주는 결과다.

국가 차원의 보건정책만으로 건강불평등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사회적 고립이 심화되는 가운데 사회 신뢰의 축적과 커뮤니티 케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모색이 건강 불평등 해결의 또 다른 퍼즐일 수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참여: 김보미 차장(한국리서치 여론조사 사업2본부)

1)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2017. Stress and Health Disparities Report(https://www.apa.org/pi/health-disparities/resources/stress-report)   

2)Cohen, Sheldon, Tom Kamarck and Robin Mermelstein, 1983. “A Global Measures of Perceived Stress.“ Journal of Health and Social Behavior Vol. 24, No. 4. pp. 385-396

3)CES-D 오리지널 척도(Radloff 1977)는 20개 지표로 구성되어 있으나 본 조사에서는 코헛 등이 개발한 11개 축약형 문항을 사용하여 조사를 진행했다(Radloff, LS. 1977. “The CES-D scale:A Self-report Depression Scale for Research in the General Population.” Applied psychological measurement Vol 1, 385-401; Kohut FJ, Berkman LF, and Evans DA et al. 1993. “Two shorter forms of the CES-D depression symptoms index.” Journal of Aging Health Vol 5. pp. 179-193).


일러두기

  • 본 리포트의 데이터는 소수점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하여 정수로 표기하였으므로, 보고서 상에 표기된 값의 합이 100%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복수응답 문항의 빈도는 그 합이 100%를 초과할 수 있습니다. 
  • 응답 사례 수가 적은 경우 해석에 유의하여 주십시오.

조사개요

  • 모집단: 전국의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 표본크기: 전국 200개 집계구(지역) 내 2,000가구 (2,000명)
  • 표본추출: 집계구 활용 조사(2018년 집계구 활용, 표본 집계구 200개에서 10가구를 계통 추출)
  • 표본오차: 무작위추출을 전제할 경우,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집오차는 ±2.2%p
  • 조사방법: 구조화된 질문지가 탑재된 태블릿 PC를 이용한 대면면접조사(TAPI, Tablet assisted Personal Interview)
  • 조사일시: 2019년 10월 24일(목) ~ 11월 26일(화)
  • 조사의뢰기관: 국민건강보험공단
  • 조사기관: ㈜한국리서치(대표이사 노익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