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영국 정부가 외로움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직을 신설한데 이어 일본도 2021년 고독·고립 담당 장관을 임명하고 총리관저 내각관방에 고독·고립 대책실을 출범시켰다. 외로움이 일부 사람이 간헐적으로 겪는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닌 정부가 나서서 정책적으로 다루어야 하는 사회적인 의제라는 문제의식이 반영된 결과라 하겠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외로움에 대한 우리 국민의 실태와 인식을 파악해 보고자 2023년 12월 8일 ~ 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하였다. 이는 2018년 1차 조사에 이어 5년만에 시행한 2차 조사이기도 한데, 이번 조사를 통해 우리 국민의 외로움 수준이 5년 전과 비교해 어떤지 알아보고 현재 외로움에 특히 취약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보았다. 그리고 이러한 외로움에 우리 국민이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우리 사회가 외로움에 대처하는 현명한 자세는 무엇일지 살펴보았다.

주요 내용

  • 최근 한 달 동안 ‘외로움’을 느낀 적이 있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2%가 외로움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5년 전인 2018년 4월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이 동일한 방식으로 질문한 결과 77%가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한 것과 유사한 수준이다.
  • 올해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가 외로움을 ‘거의 항상’ 느꼈고, ‘자주’ 느꼈다는 응답도 14%로 5명 중 1명(19%)은 외로움에 상시 노출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월평균 소득이 낮거나 본인의 주관적 계층 인식이 ‘하’층인 경우, 1인 가구인 경우 상시 외로움을 느꼈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다.  외로움과 연관성이 있는 ‘사회적 지지망’이나 ‘외로움 해소 수단’에 대한 접근성  역시 경제 상태나 가구 구성에 따라 차이가 있다.  이를 통해 ‘외로움이란 감정’은 개인이 선택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문제라기 보다는 개인이 처한 상황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 응답자의 50%가 외로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도 정부가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2018년 4월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이 같은 방식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40%가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했던 것에 비해 10%포인트 가량 증가한 수치다.

누가, 얼마나 외로움을 느끼는가

10명 중 7명은 최근 한 달 동안 외로움 느꼈으며, 5명 중 1명은 외로움 일상화

최근 한 달 동안 ‘외로움’을 느낀적이 있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2%가 외로움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5년 전인 2018년 4월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이 동일한 방식으로 질문(정한울, [기획] 한국인의 외로움 인식 보고서: 한국에도 외로움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이 필요할까?,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2018. 5. 23)한 결과 77%가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한 것과 유사한 수준이다. 더군다나 올해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가 외로움을 ‘거의 항상’ 느꼈다고 답했으며, ‘자주’ 느꼈다는 응답도 14%로 5명 중 1명(19%)은 외로움에 상시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다.

주관적 계층 의식 ‘하층’, ‘1인가구’ 외로움에 특히 취약

그렇다면 외로움에 특히 취약한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외로움을 상시(항상+자주) 느꼈다는 응답자를 분석한 결과 성별이나 연령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돈’과 ‘가족’이 관건이다. 월평균 소득 200만원 미만에서는 상시 외로움을 느꼈다는 응답이 32%로, 월소득 700만원 이상(15%) 보다 2배나 높다. 소득이 아닌 주관적 계층 인식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이는데, 본인이 ‘하’층 이라고 한 경우 상시 외로움을 느꼈다는 응답이 22%로 중상층(14%)보다 높다. 1인 가구에서 상시 외로움을 느꼈다는 응답은 24%로 2인 이상 가구(18%)보다 약간 높다. 배우자가 없는 경우에도 상시 외로움을 느꼈다는 응답이 높은데, 특히 사별/이혼한 경우 상시 외로움을 느꼈다는 응답이 33%로 기혼(16%)보다 높고 미혼(20%)과 큰 차이를 보였다. 형제가 없는 경우에도 31%가 외로움을 느꼈다고 답해 형제가 있는 경우(18%)보다 10%포인트 이상 높다. 다만, 자녀 유무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사회적 지지망과 외로움 상관관계 높아
주변에 친밀한 지인 많을수록 외로움 덜 느끼기도

외로움은 ‘어려움이 닥쳤을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의 존재 여부’와 관련이 있는 ‘사회적 지지망’과도 연관성이 높다. 본 조사에서는 사회적 지지망을 ‘내가 갑자기 연락 두절되었을 때, 나의 안부(생사)를 확인해줄 수 있는 사람’, ‘몸이 아파서 거동하기가 어려울 때 도와줄 수 있는 사람’ 등 총 7개 문항으로, 각각의 유무를 질문하여 파악해 보았다. 그 결과 외로움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는 응답자는 상시 외로움을 느꼈다는 응답자에 비해 사회적 지지망이 ‘있다’는 응답이 모든 항목에서 20%포인트 이상 높았다. 특히 ‘낙심하거나 우울할 때 속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에 대해 외로움을 전혀 느끼지 않는 응답자 층에서는 94%가 ‘있다’고 답했으나, 상시 외로움을 느끼는 응답자 중에서는 56%만이 ‘있다’고 답해 큰 차이를 보인다.

평소 친밀한 관계의 지인 수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외로움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는 응답자는 평균 5.1명, 외로움을 상시 느끼는 응답자는 3.9명이다. 외로움을 상시 느꼈다는 응답자 층에서는 친밀한 관계의 지인이 없다(0명) 응답도 14%에 달했다.

가구소득, 주관적 계층인식 높을수록 사회적 지지망 더 잘 갖추고 있어

주목할 점은 이러한 사회적 지지망과 응답자 개인의 경제상태, 가정환경의 관계이다. 소득이 높을수록 사회적 지지망이 ‘있다’는 응답이 높고, 본인의 계층이 중상층이라고 응답한 경우 하층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에 비해 모든 항목에서 사회적 지지망이 ‘있다’는 응답이 10%포인트 이상 높다. 또한 2인 이상 가구를 이루고 있는 응답자가 1인 가구 보다 모든 항목에 대해 사회적 지지망이 ‘있다’는 응답이 10%포인트 이상 높다, ‘몸이 아파서 거동하기가 어려울 때 도와줄 수 있는 사람’과 ‘몸이 아파 집안일을 부탁해야 하는 경우, 집안일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응답은 25%포인트 이상 높다. 자녀의 유무에 따라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배우자나 형제가 있으면 없는 경우에 비해 사회적 지지망이 ‘있다’는 응답이 전반적으로 높다. 결국 ‘사회적 지지망’이나 ‘외로움이란 감정’ 모두 개인이 선택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문제라기보다는 개인이 처한 상황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외로움, 어떻게 대처하는가

외로움에 대한 대처도 경제 상황에 따라 달라,
중상층은 관계지향적 활동을 통해, 하층은 비대면 활동을 통해 외로움에 대처해

외로움을 느낄 때 주로 하는 행동도 경제 상황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응답자 특성에 상관없이 ‘TV/유튜브/OTT시청’이 부동의 1위이지만, 중상층에서는 미디어 시청에 이어 ‘가족 외 친한 사람들과 교류’(40%), ‘운동이나 문화생활 등 취미 활동’(36%) 순으로 답했다. 반면 주관적 계층인식이 ‘하’인 응답자층에서는 미디어 시청에 이어 ‘PC/스마트폰 검색이나 게임’(35%), ‘운동/문화생활 등 취미활동’(33%) 순으로 답했다.

외로움을 해소하는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더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중상층은 ‘운동/문화생활 등 취미활동’(49%)을 1순위로 꼽았으며, 다음으로 ‘가족 외 친한 사람들과 교류(46%), ‘TV/유튜브/OTT 시청’(42%) 순으로 응답했다. 반면, 하층에서는 ‘TV/유튜브/OTT 시청’(51%), ‘가족 외 친한 사람들과 교류(43%), ‘운동/문화생활 등 취미활동’(39%) 순이었다. 중상층에서는 관계지향적인 활동을 외로움의 대안으로 꼽은 반면 하층에는 미디어 시청이나 PC나 스마트폰과 같은 비대면 활동을 선택한 것이다.

각종 모임에 소속되어 있는지 질문한 결과에서도 중상층이 하층보다 동창회, 취미/문화/학술모임 등에 소속되어 있다는 응답이 높았다. 이처럼 개개인의 경제 상황에 따라 외로움에 대처하는 방식도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외로움이 일상화된 응답자,
‘긍정’적인 감정은 ‘적게’ · ‘부정’적인 감정은 ‘많이’ 느껴

감정과 관련한 전반적인 정신 건강에도 광범위하게 관련이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외로움을 상시 느끼는 사람은 걱정, 짜증,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도 더 많이 느끼고 있다. 외로움이 일상화된 응답자 중에서는 93%가 최근 한 달 동안 항상 또는 자주 ‘걱정’했다고 답했다. ‘짜증’을 상시 느꼈다는 응답은 64%이고, ‘분노’도 57%에 달한다. 이는 외로움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는 응답자에 비해 3배 이상 높다. 반면 ‘즐거움’, ‘편안함’, ‘행복감’, ‘자존감’, ‘흥미로움’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항상 또는 자주 느꼈다는 응답은 30% 수준으로, 외로움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는 응답자의 절반 수준이다. 외로움은 외로움 자체만의 정서에 그치지 않고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과 관련한 전반적인 정신 건강과도 광범위하게 관련이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외로움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 50%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외로움 문제를 어떻게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외로움 문제를 현실에 부합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외로움을 정부의 의제로 삼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외로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할지 질문한 결과 응답자 2명 중 1명은 우리나라에서도 ‘정부가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2018년 4월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이 같은 방식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40%가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했던 것에 비해 10%포인트 가량 증가한 수치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설 문제는 아니다’는 응답은 46%에서 36%로 감소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전문 상담가에게 심리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은 11%였으며, 응답자의 10%는 약을 처방 받아 복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상시 외로움을 느낀다는 응답자 중에서는 40%가 상담이나 약물치료와 같은 적극적인 해소 방법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로움에 맞서기 위한 이러한 개인의 노력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정부의 보다 깊은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해 본다.

※ 한국형 UCLA 외로움 척도를 활용한 한국인의 외로움 점수

이번 조사에서는 UCLA(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에서 개발한 외로움 평가 척도를 우리나라 상황에 맞게 적용한 ‘한국형 UCLA 외로움 척도(Korean-UCLA Loneliness scale)’를 질문해 외로움 점수를 산출해 보았는데, 응답자의 4명 중 1명이 외로움 위험군으로 분류되었다.

한국형 UCLA 외로움 척도는 총 20개 항목으로 각각 1~4점 척도로 질문했다. 합계 점수가 높을수록 외로움 정도가 심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응답자 평균은 42점이었으며 응답자의 26%가 50점 이상으로 외로움 위험군으로 분류되었다.

일러두기

  • 본 리포트의 데이터는 소수점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하여 정수로 표기하였으므로, 보고서 상에 표기된 값의 합이 100%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복수응답 문항의 빈도는 그 합이 100%를 초과할 수 있습니다.
  • 응답 사례 수가 적은 경우 해석에 유의하여 주십시오.

조사개요

  • 모집단: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 표집틀: 한국리서치 마스터샘플(23년 11월 기준 약 89만명)
  • 표집방법: 지역별, 성별, 연령별 비례할당추출
  • 표본크기: 각 조사별 1,000명
  • 표본오차: 무작위추출을 전제할 경우, 95%신뢰수준에서 각 조사별 최대허용 표집오차는 ±3.1%p
  • 조사방법: 웹조사(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url 발송)
  • 가중치 부여방식: 2023년 9월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인구 기준 지역별, 성별, 연령별 가중치 부여(셀가중)
  • 응답률: 조사요청 26,000명, 조사참여 1,479명, 조사완료 1,000명(요청대비 3.8%, 참여대비 67.6%)
  • 조사일시: 2023년 12월 8일 ~ 12월 11일
  • 조사기관: ㈜한국리서치(대표이사 노익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