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은 한국영화산업의 새로운 한 획을 그은 해로 기억될 만하다. 1919년 단성사에서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토’가 상영된 이래 100년이 흘렀고, 무려 다섯 편의 영화(<극한직업>, <어벤져스: 엔드게임>, <알라딘>, <기생충>, <겨울왕국2>)가 천만 관객을 동원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에 이어 올해 2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달성하며 한국영화의 위상을 드높였다.

그러나 화려함 아래 드리운 그늘도 만만치 않다. 최근 몇 년 간 대작 영화의 공세 속에서 일명 ‘중박 영화’로 불리는 관객수 400만~700만 명 수준의 영화는 실종되었고, 스크린 독과점, 흥행 양극화 등 산업 내 고질적인 문제점도 여전하다. 이에 더해 OTT (Over The Top, 방송 및 통신 사업자나 제3사업자가 인터넷을 통해 드라마·영화· 오디오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 및 VOD 시대를 맞아 관람 형태가 영화관에서 VOD나 스트리밍 서비스로 이동하는 흐름이 가속화되는 등 우리나라 영화산업은 중대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

기회와 위기 사이의 한국 영화산업. 국민들은 이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품고 있을까? 공교롭게도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소식으로 전국이 떠들썩했던 2월 11일부터 13일 까지,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팀은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영화 관람 실태 및 한국영화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을 살펴보았다.


영화관람 실태

응답자 78%, 최근 1년 내 영화관에서 영화 한 편 이상 관람

국민들의 영화 관람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1년 간 영화관에서의 영화 관람 횟수를 물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78%가 영화관에서 1편 이상 영화를 관람하였고, 10편 이상 관람한 응답자도 13%나 됐다. 영화관을 찾지 않는 이유로는 “영화관을 가지 않아도 영화를 볼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기 때문”(36%)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영화관까지 가기 번거롭거나(15%), 영화관에 갈 시간이 없거나(13%), 영화 관람료가 높다(7%)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연령 낮을수록 OTT, VOD 서비스 이용 경향 높아

그렇다면 영화관 외에 주로 영화를 관람하는 매체는 무엇일까? 케이블 TV가 37%로 가장 높았고, VOD 서비스(23%), OTT (23%)가 그 뒤를 이었다. 연령대별로 주요 감상 매체가 판이하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40대, 50대, 60대 이상에서는 케이블TV 이용률이 높았으나(45% 이상), 20대와 30대는 VOD 서비스나 OTT 이용률이 더 높았다. 특히 20대에서는 유튜브, 넷플릭스, 왓챠플레이 등 OTT 서비스가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47%). 이러한 결과는 2018년 영화진흥 위원회에서 실시한 영화소비자 행태조사의 결과(OTT를 통한 관람 경로의 경우 연령대가 낮을수록 경험률이 높고, 특히 13~34세 세대에서 높게 나타남)와도 부합한다. 영화 관람이 가능한 다양한 플랫폼의 등장으로 영화의 유통 및 소비방식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영화산업 인식

우리나라 영화산업에 전반적으로 만족한다 69%

만족하는 이유로는 “취미/여가생활로 적절하기 때문에”

불만족하는 이유로는 “소재와 줄거리가 빈약”

우리나라 영화산업에 대해 만족한다는 응답은 69%였다. “취미/여가생활로 적절하다”는 응답이 66%로 가장 많았으며,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의 영향력을 보여주듯 “한국 영화의 세계적인 위상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답변 역시 61%에 이르렀다.“감독이나 출연 배우가 익숙해서”(30%), “소재나 줄거리가 친숙해서”(29%)라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한편 성별에 따른 차이도 나타났는데, 여성은 남성보다 “연극, 콘서트 등 다른 문화생활에 비해 관람비가 싸다”(42%)는 점을 높게 평가한 데 반해, 남성은 여성에 비해 “컴퓨터 그래픽(CG)과 시각 특수효과(VFX)의 발달로 재미나 볼거리가 보장된다”(35%)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25%의 응답자는 우리나라 영화산업에 대해 불만족을 표했다. “흥행에만 치중한 나머지 소재와 줄거리가 빈약하다”(69%)는 지적과 함께, “멀티플렉스의 스크린 독과점 문제”(57%)와 “영화마다 감독/배우진이 비슷하다”(53%)는 문제가 가장 많이 언급되었다.

우리나라 영화산업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주체는 ‘배급·유통사’

그렇다면 한국영화산업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주체는 누구일까? 응답자 10명 중 3명은 배급·유통사(31%)를 가장 영향력 있는 주체로 꼽았다. 다음으로는 관객(15%) 및 투자자(14%), 제작사(13%), 배우(11%), 감독(9%) 순이었고 정부 부처(4%), 극장 운영 기업(3%) 등이 뒤를 이었다. 이는 일반 국민들이 우리나라 영화산업에서 배급·유통사가 미치는 영향력을 크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독과점 문제 등 불공정 경쟁구조 개선 시급

응답자 10명 중 5명은 독과점 문제 등 산업 내 불공정 경쟁구조 개선(54%)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여겼다. 뿐만 아니라 장르 및 콘텐츠의 다양성 확보 및 다양성 영화 제작 지원 확대(38%), 영화계의 열악한 제작환경 개선(36%)이나 문화가 있는 날 확대 (23%), 그리고 신인감독·배우·시나리오 작가 육성 시스템 확대 필요(22%) 역시 주요 의견으로 언급되었다.

스크린쿼터, 유지하거나 확대해야 한다 81%

영화진흥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한국영화 점유율은 2018년 기준 50.9%로 8년 연속 외국영화보다 더 많은 관객의 선택을 받았다(영화진흥위원회, 2018 영화소비자 행태조사). 스크린쿼터 제도(영화관에서 한국영화를 1년의 20%(365일 상영시 73일) 이상 의무적으로 상영하도록 하는 제도) 덕분에 국산 영화를 안정적으로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지만, 일각에서는 제도가 기계적으로 적용되는 탓에 다양한 종류의 영화를 선택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스크린쿼터 제도에 대한 인식도 함께 살펴보았다.

조사 결과, 스크린쿼터를 현행 20%대로 유지(42%) 혹은 확대(39%)해야 한다는 응답이 81%를 차지했다. 아예 폐지되어야 한다는 응답은 13%였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산업 내 자국 영화를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인식

지난해 우상호 의원은 스크린 상한제를 골자로 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영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영비법 개정안은 6편 이상의 영화를 동시에 상영할 수 있는 복합 상영관에서 동일한 영화를 주 영화 관람 시간대(오후 1시-11시)에 상영하는 총 영화 횟수의 100분의 50을 초과해 상영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본 법안은 20대 국회에서 상정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영화인들의 목소리와 대기업의 우려와 반대가 공존하는 가운데, 스크린 상한제를 바라보는 일반 국민들의 생각을 살펴보았다.

대기업 수직계열화 문제 알고 있다 53%, 대기업 스크린 독과점 알고 있다 68%

먼저 스크린 상한제 법안이 골자로 하는 대기업 수직계열화[영화산업 내 대기업의 수직계열화는 제작, 투자·배급, 상영을 모두 한 회사가 맡는 형태로 나타난다. 우리나라는 현재 3대 멀티플렉스 극장(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이 제작이나 투자· 배급을 겸하고 있다] 및 스크린 독과점 문제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물었다. 대기업 수직계열화 문제에 대해서는 응답자 10명 중 5명이, 스크린 독과점 문제에 대해서는 응답자 10명 중 7명 이상이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관 방문 횟수가 높을수록 인지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10회 이상 영화관을 찾는 응답자의 경우 대기업 수직계열화 및 스크린 독과점 문제에 대해 각각 64%, 84% 의 인지도를 보였다.

스크린 상한제 찬성 68%

다음으로 스크린 상한제의 찬반 여부를 물었다. 조사 결과 정부가 스크린 상한제를 통해 규제를 가하는 것에 대해 68%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찬성한 응답자 중 96%는 다양한 영화를 볼 관객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응답자의 14%는 스크린 상한제에 반대했는데, 반대한 응답자 중 88%는 영화 상영 횟수를 제한하면 관객의 불편함이 커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양성 영화에 대한 인식

다양성 영화 들어본 적 있다 78%

다양성 영화에 대한 인지도는 78%로 높은 편이었다. 특히 10회 이상 영화관을 찾은 응답자 83%가 다양성 영화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고 답해, 한 번도 영화관을 찾지 않은 경우(69%)와 비교적 큰 차이를 보였다. 즉, 영화 관람 빈도가 높을수록 다양성 영화를 접할 확률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연령별로는 30-40대, 지역별로는 서울에서 다양성 영화에 대한 인지도가 가장 높았다.

다양성 영화 접한 경로 인터넷 63%, 대중매체 55%

다양성 영화 관람 장소는 집과 멀티플렉스

다양성 영화를 접한 경로로는, 인터넷(63%), 대중매체(55%) 그리고 SNS(27%) 등이 가장 많이 언급되었다. 이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및 대중매체가 더 큰 파급력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특히 20-30대에서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SNS를 통해 다양성 영화를 접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50%) 나타났다.

관람 장소로는 집(43%)과 CGV아트하우스, 롯데 아르떼 등 멀티플렉스 내 다양성 영화 상영관(34%)이 가장 많이 꼽혔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수도권이 지방에 비해 집보다는 영화관에서의 관람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화관에서 영화 관람 횟수가 높은 응답자일수록 다양성 영화 관람 장소로 극장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다. 최근 1년 간 10회 이상 영화관을 찾은 응답자 10명 중 6명은(62%) 다양성 영화 전용관(15%)과 멀티플렉스 내 다양성 영화 상영관(47%)에서 다양성 영화를 주로 관람한다고 밝혔다.

다양성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 내 시설 만족도 높아

영화의 선택 폭이 넓다는 응답은 60%

다양성 영화 전용 상영관이나 멀티플렉스 내 전용관을 이용한 관객들을 대상으로 영화관에서의 관람 경험에 대해 물어보았다. 부대시설(82%) 및 상영시설(81%)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았고, 다양성 영화 홍보 및 영화관의 접근성(63%) 항목이 그 뒤를 이었다. 그 밖에도 “원하는 날짜·시간에 원하는 영화를 볼 수 있다”(61%), “볼 수 있는 영화의 선택 폭이 넓다”(60%) 등 관람 경험에 대해서도 대체로 만족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우리나라 영화산업’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어

봉준호 등 <기생충> 관련 단어 상위권

한국영화산업을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단어 3개를 물어보았다. 조사기간(2020년 2월 11일 ~ 2월 13일) 동안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소식이 들려오면서 이와 관련된 단어(봉준호, 기생충, CJ, 아카데미상 수상)가 상위권에 올랐다. 한편 영화 산업에 있어 배우, 감독, 관객의 중요성을 높게 평가했으며, 스크린 독과점 문제나 스크린쿼터 제도에 대한 인지도가 높았다. CGV로 대표되는 영화관 브랜드 역시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18-29세, 우리나라 영화산업에 불만족하다고 답한 응답자, 극장에서 영화를 한 편도 보지 않았다고 답한 응답자에선 공통적으로 “좌파”라는 단어가 많이 언급되었다. 극장에서 영화를 한 편도 보지 않았다고 답한 응답자에서는 “폭력적인”, 우리나라 영화산업에 불만족하다고 답한 응답자에게선 “스크린 독과점”도 많이 언급된 단어 10위 안에 들었다. 이러한 키워드는 우리나라 영화 산업에 대한 불만족 요인으로도 볼 수 있다.

주부에게서 투자자와 배급사가, 판매/영업/서비스직에서 흥행, 독점, 발전한 등의 키워드가 많이 나온 것도 주목해 볼 만하다.

참여: 정은지 인턴연구원(한국리서치 여론조사 사업1본부)

일러두기

  • 본 리포트의 데이터는 소수점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하여 정수로 표기하였으므로, 보고서 상에 표기된 값의 합이 100%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복수응답 문항의 빈도는 그 합이 100%를 초과할 수 있습니다. 
  • 응답 사례 수가 적은 경우 해석에 유의하여 주십시오.

조사개요

  • 모집단: 전국의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 표집틀: 한국리서치 마스터샘플(20년 2월 기준 약 46만명)
  • 표집방법: 지역별, 성별, 연령별 비례할당추출
  • 표본크기: 각 조사별 1,000명
  • 표본오차: 무작위추출을 전제할 경우, 95%신뢰수준에서 각 조사별 최대허용 표집오차는 ±3.1%p
  • 조사방법: 웹조사(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url 발송)
  • 가중치 부여방식: 2019년 12월 행정자치부 발표 주민등록인구 기준 지역별, 성별, 연령별 가중치 부여(림가중)
  • 응답률: 조사요청 7,585명, 조사참여 1,297명, 조사완료 1,000명(요청대비 13.2%, 참여대비 77.1%)
  • 조사일시: 2020년 2월 11일 ~ 2월 13일
  • 조사기관: ㈜한국리서치(대표이사 노익상)
정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