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대한민국 대표가수와 그 조건

2024년 6월 14일부터 17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수는 누구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보기를 제시하지 않고 자유응답 방식으로 답을 받았으며, 한 사람 당 최대 3명까지 답할 수 있도록 하였다. ‘좋아하는 가수’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수’가 누구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었기 때문에, 팬심 뿐만 아니라 가수 혹은 그룹이 그동안 얻은 성과와 인기, 능력 등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가 응답에 반영되었을 것으로 예측된다. 질문의 내용과 응답 방식, 데이터 취합 방식 등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한국갤럽이 발표한 ‘한국인이 좋아하는 가수’ 조사 결과,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브랜드평판 랭킹, 아시아브랜드연구소의 ‘K-브랜드지수’ 등의 결과와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뽑은 대한민국 대표가수는 방탄소년단(BTS)이다. 전체 응답자 중 61%가 BTS를 대한민국 대표가수라고 지목했다. 성별이나 연령대, 거주지역 등과 관계없이 BTS를 우리나라 대표가수로 뽑은 사람이 가장 많고, 그중에서도 특히 40대(76%), 18-29세(74%)에서는 4명 중 3명이 BTS를 우리나라 대표가수로 인정하였다.

조용필(21%)과 임영웅(21%), 나훈아(20%)가 BTS의 뒤를 잇는다. 중장년층에서 인기가 두터울 뿐만 아니라, 트로트에서 시작해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스펙트럼을 넓힌 남자 가수라는 공통점도 있다. 조용필은 50대(38%)와 60대(31%)에서, 임영웅은 70세 이상(38%)과 60대(33%)에서 특히 높은 지지를 얻었다. 나훈아를 우리나라 대표가수로 언급한 사람은 주로 60대 이상 고령층으로 60대에서는 45%가, 70세 이상에서는 41%가 나훈아를 우리나라 대표가수로 뽑았다. 이는 조용필, 임영웅보다 높으며 BTS(60대 47%, 70세 이상 44%)와도 큰 차이가 없이 비슷한 수준이다.

K-POP 가수 중에서는 BTS 외에 블랙핑크(18%), 아이유(16%), 뉴진스(12%), 싸이(10%)를 대한민국 대표가수로 언급한 사람이 많다. 18-29세 중 40%가 블랙핑크를 우리나라 대표가수로 인정했는데, 이는 18-29세 내에서는 방탄소년단(74%) 다음으로 높은 것이다. 아이유를 우리나라 대표가수로 언급한 사람은 18-29세(33%)와 30대(32%)에서 3명 중 1명 꼴이고, 특히 30대에서는 BTS(63%) 다음으로 높다. 뉴진스는 데뷔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으나 전체 응답자 10명 중 1명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수로 인정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였으며, 특히 18-29세에서 20%, 30대에서 17% 등 젊은 층에서 고른 지지를 얻었다. ‘강남스타일’로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싸이 또한 18-29세의 다수(19%)가 대한민국 대표가수로 인정하였다.

여자 트로트가수 중에서는 이미자를 언급한 사람이 가장 많다. 이미자를 대한민국 대표가수로 인정한 사람은 전체의 10%이며, 특히 60대에서는 5명 중 1명(22%), 70세 이상에서는 4명 중 1명(26%)이 이미자를 대한민국 대표가수로 언급했다.

이 외에도 수많은 가수들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수로 언급되었다. 이 중 1% 이상의 사람이 언급한 가수로는 남진(4%), 아이브·에스파·이효리(각 3%, 이하 이름순), 김연자·김호중·박효신·빅뱅·세븐틴·이승철·장윤정·조수미(각 2%), (여자)아이들·김건모·김광석·김범수·김용임·나얼·데이식스·동방신기·르세라핌·린·비·서태지·설운도·성시경·소녀시대·소향·송가인·송창식·슈퍼주니어·신해철·심수봉·영탁·윤도현·이문세·이선희·이찬원·임재범·전유진·조항조·주현미·진성·태진아·트와이스·패티김·포레스텔라(각 1%) 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수가 될 수 있는 자격은 무엇일까? 가수와 관련이 있는 다양한 속성들을 제시하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가수가 갖춰야 할 조건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반드시 갖춰야 하는 조건으로 언급한 것은 바로 ‘노래를 잘 해야 한다’이다. 81%의 사람들이 이를 우리나라 대표가수가 반드시 갖춰야 할 조건으로 언급했다. 가수는 노래를 부르는 직업이기에, 노래를 잘 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조건으로 보는 것이다. 두 번째로 많은 사람들이 답한 ‘음악성을 인정받아야 한다(71%)’까지 감안한다면, 가수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에서 실력을 갖추고 대중들의 인정을 받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음이 확인된다.

가창력과 음악성 다음으로는 ‘품성이 바르고 인간성이 좋아야 한다(69%)’, ‘사생활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62%)’,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활동을 해야 한다(57%)’ 가 뒤를 잇는다. 연예인도 공인으로 보는 인식이 강하고, 우리 사회와 대중들에게 미치는 영향 또한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올바른 인성과 품행을 갖추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 또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가수가 갖춰야 할 중요한 조건으로 사람들은 보고 있다.

국내에서의 명성 또한 중요한 조건 중 하나이다. ‘국내에서 인기를 얻은 히트곡이 있어야 한다’는 데에는 전체의 53%가, ‘국내에서 인기가 많아야 한다’는 데에는 전체의 45%가 반드시 갖춰야 할 조건으로 언급하였다. 특히 연령대가 낮을수록 이를 필수조건으로 보는 사람도 많다. 18-29세는 74%가 ‘국내에서 인기를 얻은 히트곡이 있어야 한다’, 66%가 ‘국내에서 인기가 많아야 한다’를 필수조건으로 언급한 반면, 70세 이상에서는 각각 37%, 36%가 필수조건이라고 언급해 18-29세의 절반 수준이다.

이 외에도 ‘오랜 기간 꾸준히 활동해야 한다(51%)’, ‘선후배 및 동료 가수들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한다(43%)’ 를  필수조건으로 언급하는 사람도 절반 정도이며, ‘팬서비스가 좋아야 한다’ 또한 42%가 반드시 갖춰야 하는 조건으로 언급하였다.

반면 상대적으로 낮은 응답을 받은 항목으로는 ‘악기를 잘 다뤄야 한다(12%)’, ‘연기·예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야 한다(13%)’, ‘춤을 잘 춰야 한다(14%)’ 등이다. 가창력과 음악성처럼 가수로서 반드시 갖춰야 하는 핵심적인 역량을 넘어서는 다재다능함까지는 굳이 필요하지는 않다는 인식이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해외에서의 명성 또한 필수적이지는 않은 요인으로 보는 것이다. ‘해외에서 인기를 얻은 히트곡이 있어야 한다(27%)’, ‘해외에서 인기가 많아야 한다(24%)’, ‘해외 유명 음악 시상식 수상 경력이 있어야 한다(15%)’ 등을 필수조건이라고 언급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K-POP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큰 인기를 모으고 있고 우리나라 가수가 부른 노래를 전 세계인이 함께 듣는 시대가 되었지만, 오히려 해외보다는 국내에서의 명성, 인기를 우리나라의 대표가수가 갖춰야 하는 요건으로 더 중시하는 것이다.

각각의 조건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고 답한 사람들이 어떤 가수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가수로 뽑았는지를 확인해 보았다. 조건과 관계없이 BTS를 우리나라 대표가수로 뽑은 사람은 최소 56% 이상이며, 특히 ‘해외 히트곡이 있어야 한다(78%)’, ‘해외에서 인기가 많아야 한다(78%)’ 등 해외에서의 평가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BTS를 많이 언급하였다. ‘외국어 능력을 갖춰야 한다(73%)’, ‘춤을 잘 춰야 한다(73%)’ 등의 능력을 중시하는 사람들도 다수가 BTS를 대표가수로 인정하였다.

노래와 음악성, 그리고 인성과 품행을 필수 조건으로 보는 사람들은 BTS와 함께 조용필과 임영웅을 대표가수로 많이 언급하였다. 반면 해외에서의 명성, 충성심 높은 팬덤, 춤과 외모, 외국어능력 등을 필수 조건으로 보는 사람들은 BTS와 함께 블랙핑크와 아이유, 뉴진스 등 K-POP 스타들을 대표가수로 많이 언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