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채식 열풍이 거세다. 채식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두부면, 채식 만두 등 채식 식품이 잇달아 출시되는 것은 물론, 비건 전문 레스토랑이 열리는 등 이전에 비해 우리 사회에서 채식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이와 같은 채식 열풍과 함께 최근 몇 년간 ‘채식 선택권’이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채식 선택권이란 학교, 군대 등과 같은 공공급식에서 비육류 메뉴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는데, 이와 관련해서 지난 2021년 국방부가 군대 내 채식주의자와 이슬람교도 병사를 위한 채식 식단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채식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인 움직임이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 아직 채식주의 혹은 채식 선택권이 생소한 개념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 채식주의를 실천하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그리고 사람들은 채식 선택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지난 5월 6일 ~ 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하였다.

주요 내용

  • 우리 사회에서 채식주의자는 극소수(7%)이며 채식주의와 관련된 경험을 한 사람 역시 소수이다.
  • 채식주의가 개인 취향의 문제라는 인식이 우세하며 실제로도 신념(환경 보호, 동물권 보호, 종교적 이유) 때문에 채식주의를 실천하는 사람보다는 건강을 위해 채식주의를 실천하는 사람이 많다.
  • 법적·제도적으로 채식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에 대해 의견이 갈리며, 채식 선택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공간 역시 의견이 나뉜다.
  • 전반적으로 채식을 실천할 의향이 있는 사람이 많지 않으나, 2030 세대 응답자 중에는 환경 보호 또는 동물권 보호를 위해 채식주의를 실천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채식·채식주의에 대한 실태

채식주의자라도 유제품이나 달걀 혹은 생선까지는 먹을 수 있다고 생각

‘채식주의자’를 생각했을 때 채소만 섭취하는 사람을 떠올릴 수 있으나, 사실 채식주의는 섭취할 수 있는 음식에 따라 크게 8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과연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을까? 그리고 사람들은 채식주의자가 어떤 음식을 섭취할 수 있다고 생각할까?

설문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절반 이상(52%)이 채식주의의 유형에 대해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채식주의자라도 유제품이나 달걀 혹은 생선까지 먹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진 사람(각각 51%, 48%, 44%)이 전체 응답자 중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가금류, 육류를 섭취할 수 있다는 의견도 각각 17%, 14%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즉, 식물성 식품만을 섭취하는 것만 아니라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더라도 채식을 지향한다면 채식주의자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식주의를 실천하고 있거나 관련된 경험을 한 사람은 소수에 불과

채식주의를 실천하고 있거나 관련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전체 응답자 중 채식주의를 실천하는 사람은 소수(7%)로 나타났다. 다만, 60세 이상 응답자의 12%가 채식주의를 실천하고 있다고 답해 다른 연령대 대비 비교적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응답자 전체를 대상으로 채식주의와 관련 있는 경험을 제시한 뒤 해당 경험이 있는지 물어본 결과, 주변에서 채식주의를 실천하는 사람을 본 경험은 30%를 약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채식주의자와 식사를 하거나 채식 식당에 가본 경험은 각각 20% 내외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우리 사회에서 채식주의를 실천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채식과 관련된 경험을 한 사람 역시 소수인 것으로 보인다.

채식주의자 중 대부분은 자신의 건강을 위해 채식주의 실천

채식주의를 실천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채식주의를 실천하는 이유를 물어본 결과, 69%가 ‘내 건강을 위해서’ 채식을 한다고 답했다. 환경 보호, 동물권 보호, 종교와 같이 신념과 관련한 이유로 채식주의를 실천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30% 미만이었다.

향후 채식주의 실천(또는 지속) 의향 없다는 응답이 77%로 우세

향후 채식주의 실천하거나 지속할 의향이 있는지를 물어봤을 때, 10명 중 8명(77%)은 실천 또는 지속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다만, 채식주의 실천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여성(26%)이 남성(19%)에 비해 높았으며, 60세 이상 응답자가 다른 연령층에 비해 채식주의 실천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비교적 높았다.

채식 실천 의향 없는 이유, 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아서
실천 의향 있는 이유, 채식이 건강에 좋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채식주의를 실천하거나 지속할 의향이 없는 사람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본 결과, ‘할 필요성을 못 느껴서’가 68%로 가장 높았으며, ‘채식만을 하는 것이 건강에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가 59%를 차지했다. 채식주의 실천하거나 지속할 의향이 있는 사람에게 그 이유를 물어봤을 때 ‘채식이 건강에 좋다고 생각해서’가 77%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39%로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채식주의를 실천하거나, 지속하려는 이유를 성별이나 연령대별로 나눠서 살펴보면, 남성에 비해 여성이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혹은 ‘동물권을 보호하기 위해’ 채식주의를 실천(또는 지속)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연령별로는 40대 이상의 응답자가 2030 세대 응답자에 비해 ‘채식이 건강에 좋다고 생각해서’ 채식주의를 실천(또는 지속)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반면, 2030 세대 응답자들은 다른 세대 응답자들에 비해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또는 ‘동물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채식주의를 실천(또는 지속)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채식·채식주의에 대한 의견

채식주의자에 대한 호감도는 성소수자, 페미니스트에 비해서는 높은 편

사람들은 채식주의자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전체 응답자를 대상으로 채식주의자를 비롯한 여러 집단에 대한 호감도를 물어보았다.

조사 결과, 채식주의자에 대한 호감도는 100점 만점에 51.5점으로 보통 수준이었다. 다른 집단과 비교했을 때, 동물보호 활동가(55.1점)보다는 약간 낮지만, 성소수자(33.4점)나 페미니스트(29.9점)보다는 높은 호감도이다.

다만, 채식을 실천하는 이유에 따라 호감도에 차이가 나타났다. 건강을 이유로 채식을 하는 사람에 대한 호감도는 전체 집단 중에서 가장 높은 69.4점을 기록했다. 반면, 신념과 관련된 이유로 채식을 하는 사람에 대한 호감도는 53.7점으로 건강을 이유로 채식을 실천하는 채식주의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나아가, 채식을 권유하는 채식주의 활동가에 대한 호감도는 36.4점으로 다른 채식주의 집단 대비 낮아 전반적으로 채식을 권유받는 것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채식주의자에 대한 호감도, 여성이 남성보다 높아
18-29세에서는 남녀 차이가 특히 두드러져

여성(54.9점)이 남성(48.2점)보다 채식주의자에게 높은 호감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건강 때문에 채식하는 사람(남성 66.9점, 여성 71.9점), 신념 때문에 채식하는 사람(남성 49.3점, 여성 58.0점)에 대한 호감도도 여성이 높았다. 채식을 권유하는 채식주의 활동가에 대한 호감도 역시 남성(33.0점)보다 여성(39.8점)이 높았다.

성별에 따른 차이는 30대 이하 젊은층에서 두드러졌다. 40세 이상에서는 성별에 따른 채식주의자 호감도 차이가 거의 없었지만, 30대 이하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채식주의자에 호의적인 경향이 뚜렷했다. 특히 18-29세 여성은 채식주의자 호감도 65.0점, 건강 때문에 채식하는 사람 호감도 81.2점, 신념 때문에 채식하는 사람 호감도 68.9점 등으로, 다른 연령대 여성보다도 10점 가량 높았다.

채식주의자 호감도, 동물보호 활동가 및 페미니스트 호감도와 상관관계 있어

채식주의자에 대한 호감도와 성소수자‧페미니스트‧동물보호활동가에 대한 호감도 간에는 상관관계가 있었다. 즉, 채식주의자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낮은) 사람은 성소수자나 페미니스트, 동물보호 활동가에게도 높은(낮은) 호감도를 보인 것이다. 특히 이러한 상관관계는 연령대가 낮을수록 더 강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채식주의자에 대한 호감도는 신념 때문에 채식을 하는 사람에 대한 호감도(.595), 건강 때문에 채식을 하는 사람에 대한 호감도(.544)는 물론, 동물보호 활동가에 대한 호감도(.562)와도 0.5 이상의 높은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또한 페미니스트에 대한 호감도(.434)와 성소수자에 대한 호감도(.355)와도 상관관계가 확인되었다. 채식주의와 동물보호, 성소수자 인권 및 페미니즘이 하나의 ‘가치 동맹’으로 묶일 수 있는 것이다.

채식‧채식주의에 대한 인식:
– 비싸지만 영양학적으로 문제 없다고 보기 어려워
– 일시적인 유행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채식주의로 살기는 어려워
– 채식은 환경에 도움을 줄 수 있으나, 개인 취향의 문제

다음으로 채식 또는 채식주의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에 대해 살펴보았다. 전체 응답자를 대상으로 채식 또는 채식주의와 관련된 문장을 제시하고 각 문장에 대한 동의 여부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채식이 더 저렴해질 필요가 있으며(78%), 비채식보다 맛이 없다(52%)에 대한 공감도가 높았다. 또한, 채식이 영양학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에는 34%만이 동의했다. 이는 사람들이 가격·맛·영양적인 측면에서 채식에 대한 다소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채식주의 실천과 관련해서는 전체 응답자 중 32%만이 ‘채식주의는 일시적인 유행이다’에 동의한 한편, 응답자의 과반은 채식주의는 지속하기 어렵고(57%), 한국에서 채식주의자로 살아가는 것이 어렵다(58%)고 응답했다. 즉, 채식주의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채식주의를 실천하는 것은 어렵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응답자 대부분이 채식주의를 개인 취향의 문제로 인식(91%)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채식주의가 환경에 도움을 줄 수 있다(64%)고 생각하면서도, 음식 문제에 동물권을 거론하는 것이 맞지 않다(67%)고 답했다. 이는 사람들이 채식을 개인의 ‘취향’ 문제로 인식하며, 채식주의가 환경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공감하면서도 동물권 보호를 위한 채식주의에는 다소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낸다.

채식 선택권에 대한 의견

채식 선택권에 대한 의견이 혼재된 상황임

사람들은 채식 선택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조사 결과, 채식 선택권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가 48%로 ‘동의한다’ 비율(38%)보다 조금 높았다. 또한, 전체 응답자 중 49%는 현재 우리 사회에 채식 선택권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이루어져 있지 않다고 답했다. 다만, 전반적으로 ‘동의하지 않음’과 ‘동의함’의 비율 차이가 크지 않고 ‘모름’의 비율이 적지 않았다. 즉, 채식 선택권에 대한 의견이 혼재되어 있는 상황이다.

병원, 직장, 중·고등학교에서 채식 선택권 보장 필요하다 과반 이상

더 나아가 공공급식을 시행하는 기관에 따라 채식 선택권 보장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살펴보았다. 조사 결과, 채식 선택권 보장 필요 여부는 장소에 따라 각기 다르게 나타났다. 병원, 직장, 중·고등학교의 경우 채식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과반을 기록했으나, 군대, 어린이집·유치원·초등학교, 노인무료급식소, 경조사 장소의 경우 필요하다는 응답과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 차이가 크지 않았다. 한편, 교도소의 경우 보기 중에서 유일하게 채식 선택권 보장이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이 과반을 차지했다.

앞선 결과에서 응답자 대다수가 채식주의를 개인의 취향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을 고려한다면, 병원, 직장, 중·고등학교와 같이 ‘개인의 취향’을 존중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공간에는 채식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를 통해 아직 우리 사회에서 채식주의를 실천하는 사람은 소수임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사람들은 채식 선택권에 대해 혼재된 의견을 가지고 있으나, 일부 공간에 대해서는 채식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채식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에 대해 사회적으로 더 논의할 필요가 있다. 개인의 취향을 어디까지 존중해줄 수 있느냐에 대한 논란이 있을 뿐만 아니라, ‘신념’에 따라 채식을 실천하는 사람이 분명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신념’이 ‘취향’으로 축소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 사회의 채식할 권리, 채식 선택권에 대한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일러두기

  • 본 리포트의 데이터는 소수점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하여 정수로 표기하였으므로, 보고서 상에 표기된 값의 합이 100%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복수응답 문항의 빈도는 그 합이 100%를 초과할 수 있습니다.
  • 응답 사례 수가 적은 경우 해석에 유의하여 주십시오.

조사개요

  • 모집단: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 표집틀: 한국리서치 마스터샘플(22년 4월 기준 약 76만명)
  • 표집방법: 지역별, 성별, 연령별 비례할당추출
  • 표본크기: 각 조사별 1,000명
  • 표본오차: 무작위추출을 전제할 경우, 95%신뢰수준에서 각 조사별 최대허용 표집오차는 ±3.1%p
  • 조사방법: 웹조사(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url 발송)
  • 가중치 부여방식: 2022년 3월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인구 기준 지역별, 성별, 연령별 가중치 부여(셀가중)
  • 응답률: 조사요청 7,011명, 조사참여 1,264명, 조사완료 1,000명(요청대비 14.3%, 참여대비 79.1%)
  • 조사일시: 2022년 5월 6일 ~ 5월 9일
  • 조사기관: ㈜한국리서치(대표이사 노익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