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리서치가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한반도 주변국 호감도 조사에서 일본 호감도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5년 7월 조사에 따르면 일본 호감도는 42.7도로, 무역분쟁 당시인 2019년 8월 최저치(18.1도) 대비 두 배 이상 높아졌다. 2020년 7월 20.0도에서 시작해, 5년 동안 지속적으로 개선된 결과이다.
다른 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된다. 한국일보가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아 요미우리와 공동으로 실시한 ‘2025 한일 공동 여론조사’에서는 ‘현재 한일 관계가 좋다’고 답한 한국인이 55.2%로, 첫 조사를 시작한 1995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현재 일본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은 그 어느 때보다도 긍정적이다.
이러한 변화에는 여러 배경이 있다. 2022년 취임한 윤석열 정부가 한·미·일 가치동맹을 강조하며 일본과의 관계개선에 적극 나선 점, 최근 엔저 현상으로 일본 여행이 늘어난 점 등이 호감도 상승과 맞물렸다.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시점에서, 사람들은 구체적으로 한일관계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7월 11일부터 14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한일관계 평가와 미래 전망
현재 한일관계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65%
한일관계 좋지 않다는 부정적 인식은 2023년 이후 꾸준히 감소
현재 한일관계에 대한 평가는 중립적이다. 응답자 3명 중 2명(65%)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고 답했다. 한일관계가 나쁘다고 보는 사람은 20%, 좋다고 보는 사람은 13%이다.
2023년 이후 한일관계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한일관계가 나쁘다는 의견은 2023년 35%에서 2024년 29%, 올해 20%로 감소했다. 반대로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는 평가는 2023년 46%에서 지난해 54%, 올해 65%로 증가했다. 부정적 평가에서 긍정적 평가로 완전히 방향을 전환한 것은 아니지만, 한일관계를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이 해마다 옅어지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
성별이나 연령대, 이념성향과 관계없이 대부분이 현재 한일관계를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일본 호감도에 따른 차이는 뚜렷하다. 일본 호감도가 76도 이상으로 매우 높은 사람 중에서는 33%가 현재 한일관계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반면 호감도가 24도 이하로 매우 낮은 사람 중에서는 33%가 한일관계가 나쁘다고 인식하며, 5%만이 긍정적이라고 본다.
향후 1년, 한일 관계 ‘지금과 큰 차이 없을 것’ 61%로 과반
성별, 세대, 이념성향 등과 관계없이 향후 한일관계 지금과 큰 차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 우세
향후 1년간의 전망도 현상유지가 우세하다. 61%가 ‘지금과 큰 차이 없을 것’이라고 본다. 지금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의견은 22%, 나빠질 것이라는 의견은 15%이다. 한일관계가 무난한 상황을 이어가며, 향후에도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성별이나 연령대 등과 관계없이 현상유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현재 한일관계를 좋게 평가하는 사람 중 45%는 향후 1년간 관계가 더 좋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반면 현재 관계가 나쁘다고 보는 사람 중 55%는 지금과 큰 차이 없는 나쁜 관계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 더 나빠질 것이라는 의견도 30%를 차지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와는 다른 방식으로 한일관계를 다룰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여론은 한일관계가 당분간은 극적인 변화 없이 현재 상황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평가와 미래 전망을 종합하면, 한일관계에 대한 인식이 ‘갈등관계’를 벗어났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일본 호감도가 꾸준히 증가한 것과는 별개로, 한일관계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전망은 여전히 높지 않다. 호감도 개선이 곧바로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모습이다.
‘한일관계가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는 중립적 평가에는 복합적인 국민 정서가 반영되어 있다. 적대적 관계에서는 벗어날 필요가 있지만, 역사문제 등 뿌리깊은 갈등사안에 대한 근본적 해결 없이는 우호적 관계로 쉽게 넘어갈 수 없다는 신중한 인식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일본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
일본이 우리나라 경제·안보, 남북통일에 ‘도움 된다’는 인식보다는 ‘위협 된다’ 인식
10명 중 4~5명은 일본이 우리나라 안보 및 남북통일에 별다른 영향 주지 않는다고 평가
일본이 우리나라의 경제, 안보, 남북통일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해 보았다. 먼저 경제 분야를 보면, 일본이 우리나라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사람은 27%로 지난해와 동일하다. 위협이 된다는 의견은 33%로 7%포인트 감소했고,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의견은 6%포인트 증가한 33%이다. 성별로는 남성(34%)이 여성(21%)보다 경제적 도움을 높게 평가하는 반면, 여성은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응답이 남성보다 높다(38%). 연령별로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18-29세(36%)와 70세 이상(37%)에서는 일본이 우리나라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 높지만, 40대(21%)와 50대(17%)에서는 상대적으로 낮다. 일본 호감도에 따른 차이도 명확하다. 호감도가 긍정적(51도 이상)인 사람은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다수인 반면, 49도 이하 부정적인 사람은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거나 위협이 된다는 의견이 다수이다.
우리나라 안보에 대해서는 40%가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답해 다수를 차지하는 가운데, 위협이 된다는 의견(31%)이 도움이 된다는 의견(23%)보다 높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위협 인식은 10%포인트 감소한 반면, 중립적 시각은 10%포인트 증가했다. 70세 이상(44%), 현재 한일관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46%), 일본 호감도가 76도 이상으로 매우 높은 사람(49%) 중에서는 10명 중 4~5명 정도가 일본의 안보 영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반면 한일관계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거나 일본 호감도가 24도 이하로 매우 낮은 사람들은 일본이 우리나라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의견이 높다.
남북통일에 대해서는 45%가 일본이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평가해 다수를 차지하며, 위협이 된다는 의견(34%)이 도움이 된다는 의견(12%)을 3배 가까이 앞선다. 1년 전보다 위협 인식은 9%포인트 감소했고, 중립적 시각은 8%포인트 증가했다. 경제나 안보에 대한 영향력과는 달리 고령층이나 일본 호감도가 높은 사람들도 남북통일에 대해서만은 일본이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의견이 다수이다. 반면 40대(47%), 현재 한일관계가 나쁘다고 평가하는 사람(45%), 일본 호감도 24점 이하로 매우 낮은 사람(44%)은 일본이 남북통일에 위협요인이라는 평가가 많다.
지난 1년 동안 일본이 우리나라 경제, 안보, 남북통일에 위협이 된다는 의견은 모두 감소했다. 대신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중립적 시각이 증가했다. 현재 한일관계 평가가 부정에서 중립으로 이동한 것처럼, 일본의 영향력에 대한 인식도 위협에서 중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다만 일본 영향력 인식이 중립을 넘어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일본이 우리나라 경제, 안보, 남북통일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은 3년째 제자리걸음이다. 호감도 개선이 관계 인식 개선으로 바로 연결되지 않았던 것처럼, 일본 영향력에 대한 평가 역시 긍정적 전환까지는 일정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 교류협력에 대한 인식
경제, 정치·외교, 문화·스포츠, 군사·안보 영역 모두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이 긴밀하게 교류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과반 차지
한국과 일본의 교류·협력 인식도 확인해 보았다. 제시한 4개 항목 중 양국이 긴밀하게 교류·협력해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높은 분야는 경제영역(72%)이고, 이어서 정치·외교 영역(66%), 문화·스포츠 영역(65%), 군사·안보 영역(56%) 순이다. 군사·안보 영역에서의 교류·협력 필요하다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낮기는 하지만, 4개 영역 모두에서 교류·협력을 지지하는 의견이 과반을 넘어 높은 수준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모든 영역에서 교류·협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증가했다. 정치·외교 영역과 군사·안보 영역에서 각각 7%포인트 증가했고, 경제 영역에서는 6%포인트, 문화·스포츠 영역에서는 4%포인트가 늘었다.
연령별 인식은 다소 차이를 보인다. 70세 이상에서 일본과의 긴밀한 관계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가장 크며(경제 81%, 정치·외교 79%, 문화·스포츠 80%, 군사·안보 68%), 60대도 전 영역에서 68~78% 수준으로 높다. 반면 30대와 40대에서도 군사·안보 영역을 제외한 다른 영역에서 일본과 긴밀하게 교류·협력해야 한다는 인식이 다수이긴 하나, 60세 이상 대비 10~20%포인트 정도 낮아 온도차가 느껴진다.
이념성향에 따른 차이도 확인된다. 보수층은 모든 영역에서 일본과 긴밀하게 교류·협력을 지지하는 의견이 다수이다(경제 79%, 정치·외교 74%, 문화·스포츠 74%, 군사·안보 70%). 진보층도 다수가 경제, 정치·외교, 문화·스포츠 분야에서 일본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군사·안보영역에서 만큼은 의견이 엇갈린다(교류·협력 필요하다 46%, 그렇지 않다 49%).
현재 한일관계를 긍정적으로 평가할수록, 일본 호감도가 높을수록 각 영역에서의 교류·협력 필요성을 높게 인정하는 경향을 보인다. 주목할 점은 일본 호감도가 24도 이하로 매우 부정적인 사람들의 인식이다. 이들도 경제영역만큼은 일본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58%로 과반을 차지한다. 일본에 대한 부정적 감정과는 별개로 우리나라의 경제적 실익을 중요시하는 현실적 태도가 확인된다.
일본에 대한 한국인의 감정이 그 어느 때보다도 우호적이기는 하나, 한일관계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하게 보고 있다. 현재 한일관계를 좋지도 나쁘지도 않게 평가하는 사람이 65%로 다수이고, 향후 전망 또한 61%가 현상 유지를 전망하고 있다. 일본이 우리나라 경제와 안보, 남북통일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인식 또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다만 일본과 다양한 분야에서 긴밀하게 교류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인식은 지난해보다 높아졌다. 이는 과거사와 영토 문제 등에서의 부정적 감정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지만, 필요한 부분에서의 실용적 협력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당분간 한일관계는 적대적 관계도, 우호적 관계도 아닌 중간 지대에서 국가의 실익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러두기
- 본 리포트의 데이터는 소수점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하여 정수로 표기하였으므로, 보고서 상에 표기된 값의 합이 100%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복수응답 문항의 빈도는 그 합이 100%를 초과할 수 있습니다.
- 응답 사례 수가 적은 경우 해석에 유의하여 주십시오.
조사개요
- 모집단: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 표집틀: 한국리서치 마스터샘플(25년 6월 기준 약 93만명)
- 표집방법: 지역별, 성별, 연령별 비례할당추출
- 표본크기: 각 조사별 1,000명
- 표본오차: 무작위추출을 전제할 경우, 95%신뢰수준에서 각 조사별 최대허용 표집오차는 ±3.1%p
- 조사방법: 웹조사(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url 발송)
- 가중치 부여방식: 2025년 6월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인구 기준 지역별, 성별, 연령별 가중치 부여(셀가중)
- 응답률: 조사요청 31,365명, 조사참여 1,913명, 조사완료 1,000명(요청대비 3.2%, 참여대비 52.3%)
- 조사일시: 2025년 7월 11일 ~ 7월 14일
- 조사기관: ㈜한국리서치(대표이사 노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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