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가 유일한 친구, 생필품 구매는 아들이 대신” 코로나가 드러낸 세대 격차
서울 동작구에 홀로 거주하는 이혜자(71)씨는 최근 눈을 뜨고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방안에서 TV를 시청하며 보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릴까 무서워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2월 말부터 외부 출입을 자제한 탓이다. 지난 주 이씨가 집 밖으로 나간 건 마스크를 사러 약국을 가거나,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 일 등 손에 꼽을 정도다. 각종 생필품은 대전에 사는 아들이 온라인으로 구매해 주고 있다. 재난 문자로 연신 울려대는 핸드폰을 보던 이씨는 “자세한 정보는 구청 홈페이지를 확인하라는데 검색해서 들어가보면 글자도 많고 복잡해서 포기했다”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세대 격차의 단면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디지털 중심의 비(非)대면 ‘언택트(untact)’ 문화에 익숙한 20~30대 청년들은 코로나 국면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는 반면 감염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 노인들은 공포에 질린 채 사회적 고립이 장기화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는 노인들에게 치명적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5일 0시 기준 국내 신종 코로나로 인한 전체 사망자(183명) 중 60대 이상은 91.5%(162명)다. 80세 이상 고령자의 치명률은 18.87%에 이른다. “코로나에 걸리면 죽을 수도 있다”는 노인들의 공포가 과장만은 아닌 셈이다.
이러다 보니 노인들은 그나마 있던 사회와의 접점도 포기한 채 고립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지난 1일 한국리서치의 ‘코로나19 4차 인식조사’에 따르면 60대 이상 노인 중 신종 코로나 이후 외부활동을 자제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97%였다. 150만명으로 추산되는 노인 1인가구는 사실상 방에 갇힌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에 사는 김숙자(80)씨는 “무서워서 동네 밖으로 나간 지도 한 달째”라며 “신천지가 무서워 교회도 안 가고 있는데 매달 가야 하는 병원은 어떻게 가야 하나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두 달 가까이 고립이 지속되면서 노인들의 우울감 또한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기간이 연장되면서 고령층의 주요 친목 공간이었던 노인복지관, 경로당 등은 지난 2월 28일부터 현재까지 휴관에 들어간 상태다. 정부 권고로 전체 사회복지시설 총 11만1,101개 중 11만340개, 99.3%가 문을 닫았다. 주말 노인들의 유일한 위안 거리였던 예배와 미사 등도 전면 중지된 상황이다.
저소득층 노인의 경우 타격은 더 심하다. 경기 위축으로 벌이도 급감했다. 30년 경력의 보험설계사 김모(64)씨는 “3월 중순부터 주 5일에서 3일 근무로 바뀌었다”라며 “점심은 라면으로 해결하고 매달 대출금 갚을 걱정에 잠을 못 잔다”고 토로했다. 일용직 노동자 서모(66)씨는 “최근 2달간 현장 일을 한 번도 하지 못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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