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세계일보) [대한민국 신인간관계 보고서] 갑질 피해당하면서 갑질… 미워하며 닮는 ‘을의 굴레’
조사 일시: 2018년 8월 17일 ~ 2018년 8월 20일
표본: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
조사명: 갑질문화에 대한 한국사회 인식
조사 결과: https://hrcopinion.co.kr/archives/11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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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일: 2019년 9월 7일
원문 링크:
http://www.segye.com/newsView/20190904511337


[대한민국 신인간관계 보고서] 갑질 피해당하면서 갑질… 미워하며 닮는 ‘을의 굴레’


갑질이 일상화된 시대다. 갑질을 직접 당했거나 주변에서 목격한 사례를 찾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이 됐다. 고려대 불평등과 민주주의연구센터에 따르면 이 센터가 한국리서치와 함께 지난해 8월 성인남녀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갑질 및 갑을관계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중 96%가 한국의 갑질 문화에 대해 매우 심각하다거나, 대체로 심각하다고 답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갑질을 당한 적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는 10명 중 1명(10%)에 불과할 정도로 갑질이 일상 속에 뿌리 깊이 박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고객과 직원, 직장 내 선후배 관계 등 빈약한 연결 고리만으로라도 일종의 ‘서열 관계’가 형성되면 누구든 갑질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갑질에 자주 노출될 경우, 자존감 하락을 경험할 뿐 아니라 이를 자신보다 약한 을(乙)에게 되갚아주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일상 속 갑질과 가장 쉽게 마주하는 이들은 바로 고객 상담원 등 대인서비스업 종사자들이다. 특히 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숨긴 채, 고객의 요구에 응해야 하는 ‘감정노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갑질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계산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모(53·여)씨는 “잔심부름과 욕설은 기본이고, 매일 찾아와 일을 못 하도록 괴롭히기도 한다”며 “(고객의) 계속된 갑질을 참지 못하고 퇴사하는 동료도 있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6년 발표한 ‘유통업 서비스 판매 종사자 건강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 3470명 중 고객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해 본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61%에 달했다. 이들은 고객으로부터 폭언은 물론 폭행과 성희롱까지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부터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시행되고 직원(Worker·워커)과 손님(Customer·커스터머) 간의 균형(Balance)을 뜻하는 ‘워커밸’이란 신조어까지 나왔지만, 아직도 현장에선 고객의 갑질로부터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한다. 대형 호텔에서 근무하는 김모(25·여)씨는 “(감정노동자보호법 시행 이후) 아직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면서 “(워커밸 문화가) 확산되길 바라지만 쉽게 변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아르바이트 근무자 137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워커밸이 실제 현장에 정착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10명 중 8명(79.8%)에 달했다. 감정노동전국네트워크 이성종 집행위원장은 “(법 시행 이후)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된 경우는 없지만, (감정노동자들이) 일상적인 갑질은 겪고 있다”며 “조만간 고객의 과도한 요구나 폭언, 폭행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도 일상적으로 갑질이 벌어지는 공간이다. 매일 마주해야만 하는 직속상사의 갑질은 을들의 건강까지도 위협한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 6월 직장인 800명을 상대로 갑질을 당한 경험이 있는지 물어본 결과, 10명 중 6명 이상(64.3%)이 ‘당한 적 있다’고 답했다. 특히 갑질을 일삼은 상대방으로 ‘직속상사, 사수, 팀장’을 꼽은 응답자가 51%를 차지했다. 이는 임원급(11.9%)과 대표(11.8%)를 합친 것의 두 배가 넘는다. 수도권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A(26)씨는 “입사연도도 얼마 차이 나지 않는 상사가 자꾸 업무를 넘길 뿐 아니라 폭언도 일삼는다”며 “(상사를) 매일 만나야 한다는 게 직장 생활 중 가장 큰 스트레스”라고 전했다.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분노·불안 등 감정적 고통뿐 아니라 수면 장애 등 질병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직장 내 괴롭힘 피해로 인한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1657명 중 67.3%가 분노·불안 등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일에 대한 의욕 감퇴(62.8%)뿐 아니라 불면증(28.5%), 통·입원 또는 약물 복용(11%)까지 하는 등 갑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의 최혜인 노무사는 “상담 사례 중에는 갑질로 인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실신한 경우도 있었다”며 “(직장 갑질 피해자들은) 우울증과 적응장애 등 정신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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