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한겨레21) 코로나 이후 ‘큰 국가’가 돌아왔다
조사 일시: 2020년 3월 13일 ~ 2020년 3월 16일
표본: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
조사명: 코로나19 극복과 사회적 신뢰
조사 결과: https://hrcopinion.co.kr/archives/15309
관련 기사: (한겨레21) 코로나 이후 ‘큰 국가’가 돌아왔다
보도일: 2020년 5월 29일
원문 링크:
http://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48743.html

코로나 이후 ‘큰 국가’가 돌아왔다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표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짧은 시간에 인간 세계를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인류의 생활양식은 예전과 똑같은 궤도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이른바 ‘코로나 뉴노멀’ 시대의 개막이다. 무엇보다 인간과 인간의 물리적 접촉은 더 이상 무조건적인 덕목이 아니게 됐다. ‘접촉 축소’라는 시대적 요구는 자동차와 비행기의 이동을 줄게 해 의도치 않은 맑은 하늘과 깨끗한 공기를 안겨줬다. 화석 연료로 지탱하는 지금의 에너지 구조는 더 이상 ‘이대로’를 외칠 수 없는 영역으로 이동하는 중이다. ‘작은 정부론’에 시달리던 국가는 영역을 확장해나갈 태세다. 코로나19 대응에 미숙함을 드러낸 미국과 중국, 두 국가는 국제적인 지도력을 잃었다. 지(G)2 시대가 저물고 지(G)0 시대가 열렸다. 새롭게 모습을 드러내는 ‘코로나 뉴노멀’이 정의와 평등의 얼굴을 갖게 하기 위해 세계시민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_편집자주

“국가권력의 막대한 확장은 논의할 시간도 거의 없이 이루어졌다. 일부는 100년 전 스페인 독감 때와 마찬가지로 일시적인 권력의 확장이라고 평가하면서, (비상)상황이 해결되면 흔적 없이 사라질 것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대한 대응 규모는 전쟁이나 대공황 때와 비슷하다. 위기 상황은 더 큰 권력과 책임, 그리고 세금을 거둘 수 있는 큰정부를 만들어내고, 이런 상태는 계속 유지된다는 기록이 있다. 복지국가, 소득세, 국유화, 이 모두는 갈등과 위기에서 비롯됐다.”(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3월28일치 ‘모든 것이 통제되고 있다’ 중)

‘큰 국가’가 돌아왔다. 코로나19는 ‘큰정부 대 작은정부’라는 오래된 논쟁을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단칼에 잘라냈다. 세계 각국은 위기에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시장에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꺼내 개입한다. ‘통행금지’ ‘봉쇄령’ 등 전쟁 이후 상상하지 못했던 강력한 규제로 사회 구성원의 자유를 제한하는 나라가 수두룩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강력한 국가권력의 확대”(<이코노미스트>)라는 진단이 나올 수밖에 없다. 숙의를 거치지 않은 국가권력의 확대에 누군가는 ‘시장주의의 폐해를 해결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또 다른 누군가는 ‘권위주의의 부활’을 우려한다.

코로나19는 현대사에서 엎치락뒤치락했던 국가와 시장의 권력관계를 헤집어놓았다. ‘시장 개입’과 ‘재정 확대’. 시장과 재정 당국이 언제나 거부반응을 보이던 두 열쇳말은 코로나19로 전세계 화두로 자리잡았다. 3월 말 미국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2조2천억달러(약 270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 패키지 법안을 가결하는 등 각국은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는다. 경기침체로 세수는 줄지만 정부 지출은 크게 늘어 올해 말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국가부채가 최소 17조달러(약 2경1천조원)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영국 <파이낸셜타임스> 5월24일치)이 나오지만, 각국은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않냐”고 반문하는 상황이다. 재정을 퍼붓는 방식과 대상도 과거와 다르다. 금융기관에 지원이 집중된 2008년 금융위기와 달리, 재정은 가계소득을 보전하고 일자리를 유지하는 데 집중적으로 투입된다. 4월 국내에 출간된 <프리드먼은 왜 헬리콥터로 돈을 뿌리자고 했을까>의 저자 프란시스 코폴라가 주장하는 것처럼 ‘은행을 위한 양적완화(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국채 등을 매입해 시중에 돈을 푸는 통화정책)’가 아닌 ‘모두를 위한 양적완화’다. 5월 말 현재 미국·일본·유럽연합(EU)은 계속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는 재정건전성이라는 신화를 깨고 5월11일부터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은 계속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25일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재정은 당면한 경제위기의 치료제이자 포스트 코로나 이후 경제체질을 개선하고 면역력을 강화하는 백신 역할까지 해야 한다”며 국회에 3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당부했다.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국가의 오랜 믿음 역시 코로나19에 흔들린다. 한국의 확진자 동선 추적을 ‘개인 감시’라며 부정적으로 평가하던 유럽의 주요 나라들은 기하급수로 늘어나는 확진자에게 이동 제한과 봉쇄령, 상점 운영 제한 등을 실행하며 극단적으로 사회 구성원의 자유를 옥죄었다. 사회 구성원의 동의를 바탕으로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며 개인의 자유를 일부 제한한 ‘한국형 방역’이 주목받는 상황이다.

한국에선 확진자 신상정보 공개, 자가격리 지침 위반자 안심밴드 착용 등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정책이 ‘비상한 시기’라는 이유로 큰 논란 없이 계속 실행됐다. 그럼에도 사회 구성원들은 정부 손을 들어준다. 그럼에도 사회 구성원들은 정부 손을 들어준다. ‘집회·시위, 종교집회 등의 제한을 정부가 강제해야 한다’는 의견은 80%를 넘는다.(한국리서치 3월13~16일 1천 명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사람에게 제한 조처는 민주주의에서 가볍게 받아들이면 안 되고 단지 일시적이어야 한다”(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3월18일 대국민 연설)는 문제의식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공포에 ‘비판’은 유예된다.

이제 ‘큰 국가’는 되돌릴 수 없는 ‘뉴노멀’이 됐다. 불평등, 빈곤, 취약한 공공의료 체계 등 수면 아래 있던 다양한 모순이 코로나19로 전면에 드러난 가운데 큰 국가는 당장의 위기를 해결할 구원투수로 간주된다. 책 <21세기 자본>으로 유명한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학 교수는 5월12일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 위기에 적합하게 대응하면, 선진국 전반에서 사회적 국가를 되살리고 개발도상국에서도 사회적 국가의 개발을 가속할 것이다. 코로나19는 더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 구축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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